물고 물리는 부동산…‘100% 나쁜 일’은 없다

2015-09-14 | 작성자 아기곰 | 조회수 8,503 | 추천수 139

시장 침체로 전셋값 상승·월세 전환 도미노, 기존 소유자는 수익률 ‘쑥’

초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게 늘어선 한강변 아파트 전경.


파도가 치는 바다는 한순간도 가만있지 않고 계속 요동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수평선을 바라보면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듯이 고요하기만 하다. 세상의 이치도 이와 같다. 어떤 사건이 발생할 때 가까이서 보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멀리서 그리고 아주 긴 시간을 놓고 보면 바다의 수평선처럼 절묘하게 그 균형점을 찾아간다. 그것이 바로 시장의 기능이다.

주택 시장도 이와 같다. 매매 시장과 임대 시장, 어느 한 면만 보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주택 시장의 흐름이다. 주택이 다른 자산과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주가가 떨어질 것 같으면 그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집은 다르다. 집값이 떨어질 것 같아 집을 사지 않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어딘가에 전세 또는 월세로 들어가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매매 시장의 침체가 나중에는 매매 시장에서의 수익을 올려주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택 매매 시장이 침체되면 매수세는 약해진다. 시세 차익의 가능성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원금 손실의 가능성까지 커지기 때문에 집을 살 이유가 없어진다. 이에 따라 이들 예비 매수자들은 집을 사지 않고 전세와 같은 임대 시장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하지만 주택의 수요인 가구 수는 지금도 꾸준히 늘고 있다. 주말 결혼식장에 앞에 가보면 가구 수 증가를 실감할 수 있다. 이 늘어나는 가구 수만큼 주택 수요가 증가하는데 주택 수요가 임대 시장으로만 쏠리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없어서 못 구하는 ‘전세 불패’ 시대
한편 임대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임대 공급이 늘어나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정부 주도의 공공 임대는 재정 문제로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한국은 민간 임대에 대한 의존도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민간 임대를 하는 사람들은 자선 사업가가 아니다. 그들이 집을 비싼 값에 사서 싼값에 전세를 주는 이유는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라기보다 집값 상승의 기대감, 다시 말해 시세 차익을 올리기 위해 집을 사두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기존에 전세를 주고 있던 사람들조차 월세로 전환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는 2년 후 돌려줄 돈이기 때문에 전세금 자체로는 아무런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월세는 매달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집값이 상승하지 않는다면 전세를 놓는 것보다 월세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시중에서 전세 물량이 줄어들면서 세 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 전셋값 상승이 지속되는 현상이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09년 3월부터 현재까지 6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매달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 역사상 이렇듯 전세가 강세를 보인 적은 없었다. 그야말로 ‘전세 불패’의 시대다. 전세 물량 자체가 부족해 가격을 불문하고 계약하려는 세입자가 많다 보니 비이사철에도 전셋값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둘째, 세입자의 일부가 매매 시장으로 달려가고 있는 현상이다. 올 들어 주택 거래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49만8773건으로 그동안 최고치였던 2011년의 41만7065건보다 20% 늘었다. 전세난에 내몰린 실수요자들이 대거 내 집 마련에 나서면서 주택 거래량이 늘어난 것이다. 시중에서 전세가 씨가 마르자 월세냐 매매냐의 선택을 강요받게 된 실수요자들 중 상당수가 매매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집을 살 여력이 있거나 대출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매달 자기 주머니에서 현금이 나가는 월세보다 매매를 선택한 것이다. 

셋째, 월세 계약이 늘고 있는 현상이다. 그나마 오른 가격이라도 전세를 구한 사람은 행운이다. 전세 물량이 워낙 귀하다 보니 집을 살 여력이 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월세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전체 주택의 45.5%가 월세 형태로 거래됐다. 작년 동기 대비 4.0%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특히 아파트 시장은 40.5%가 월세 형태로 계약됐는데 이는 역사상 최고치이기도 하지만 작년 동기 대비 6.1%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과거 월세는 저가 주택에 많았지만 지금은 중산층의 대표적 주거지인 아파트에도 일반적 거래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예전보다 월세에 대한 세입자의 거부감이 줄어든 것도 월세화 진행 속도를 빠르게 만들고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전세난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 몇 년간의 매매 시장 부진이었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들이 전세 시장으로 몰리자 전셋값이 상승한 것이고 전셋값 비율(전셋값÷매매가)도 올랐다. 올해 7월 말 전국 아파트 기준으로 전셋값 비율은 72.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72.2%라는 수치는 평균치다. 재건축 아파트와 같이 전셋값이 싼 아파트도 있고 대형 아파트와 같이 전셋값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파트까지 포함된 평균적인 개념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실수요가 많은 소형 아파트 는 전셋값 비율이 90%가 넘는 지역도 속출하고 있다. 이것은 집값이 10%만 빠져도 세입자는 전세금을 보장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소위 깡통 전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금 손실의 위협을 느낀 일부 세입자가 자발적으로 월세로 계약하려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택 시장 침체가 매매가 상승으로

이처럼 매매 시장의 침체는 장기적으로 세입자에게 전셋값 상승, 월세 전환 가속화, 임대 수요 매매 전환이라는 형태로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매매 시장의 침체에 따라 발생한 현상들이 기존 주택 소유자의 수익을 올려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첫째, 임대 수익률이 올라간다. 전셋값 상승은 물론 월세 수입이 들어오면서 주택이 수익형 부동산화되고 있다. 지난 2년간 아파트 시장의 투자 자금 대비 임대 수익률은 3.73%였다. 오피스텔의 5.63%보다 낮은 수치지만 예금 은행의 저축성 수신 금리 평균인 1.67%보다 두 배 이상의 수익률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둘째, 실수요자들이 대거 내 집 마련에 나서면서 매매가도 상승하고 있다. 지난 2년간(2013년 7월~2015년 7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6.11%로 직전 2년간(2011년 7월~2013년 7월)의 상승률 2.19%에 비해 세 배 정도 상승 폭이 크다.

결국 지난 몇 년간의 주택 시장 침체가 현재는 임대 수익 증가 및 매매가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현재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시장이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리게 되면 언제든지 이런 현상은 다시 나타나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택 시장이 좋아지면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주택 공급도 따라서 늘어나게 된다는 점이다. 수요 증가에 비해 공급이 많아지면 수요 공급의 원칙에 따라 시장은 당연히 하락세를 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세상에는 100% 좋은 일만 있지도 않지만 100% 나쁜 일만 있지도 않다. 어느 일방의 현상만 보고 극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집을 살 자금이 충분한데 집값 하락을 기대하며 무주택자로 남아 있는 것도 어리석은 결정이며 집을 살 여력이 없는 사람이 무리하게 대출 받아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도 위험한 결정이다. 본인 상황에 맞는 최적의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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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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