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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전망] 당분간 ‘혹한’… 2010년부터 ‘해빙’

2009-01-30 | 작성자 아기곰 | 조회수 19,946 | 추천수 273
국내외로 경제가 어렵다는 암울한 소식만 전해지고 있다. 근거 없는 비관론까지 합세해 나라가 곧 쓰러지기라도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여기 아픈 환자가 있다고 하자. 이 환자를 보고 ‘너는 아프지 않으니 치료가 필요 없다’고 말하는 무책임한 낙관론도 문제지만 치료가 가능한 환자를 보고 ‘너는 죽을병에 걸렸다’고 겁을 주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환자가 걸린 병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어떻게 하면 이를 치료할 수 있는지 해법을 제시할 ‘명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세계경제가 처한 어려움의 정확한 원인을 살펴보고, 한국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과 대응책을 살펴보도록 하자.

세계경제가 이렇게 소용돌이 속에 빠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보려면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버블이 꺼지고 아시아발 금융 위기의 영향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자 앨런 그린스펀이 이끄는 미국 금융 당국(FRB)은 금리 인하를 강력히 추진한다. 2000년 말 6.50%였던 연방 기준금리를 2001년 12월 11일까지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1.75%까지 급속히 내렸을 뿐만 아니라 이후 2004년 6월 30일까지 1%라는 초저금리를 2년 반 동안 유지한다.

지금의 경기 침체는 어디서 비롯됐나

그린스펀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이때가 자산의 버블을 일으켜 현재의 문제를 잉태했다고 지적하지만 그 당시에는 금리 인하가 시장에서 불황의 신호로 해석돼 ‘주가가 폭락하지 않을까’라고 걱정하던 때다. 한마디로 지금과 비슷한 분위기였던 것이다. 이때 그린스펀은 금리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인하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했던 것이다.

금리가 인하되자 주택 보유 비용이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원금 1000달러와 모기지 이자 2000달러를 내던 사람이 있다고 할 때 이자율이 종전의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원금 1000달러와 이자 1000달러만 내게 돼 종전보다 매월 1000달러를 절약하게 된다. 가처분소득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소비도 따라서 늘게 된다. 기존에 임대주택에 살던 실수요자들은 대거 내 집 마련에 나서게 된다. 주택 보유 비용이 임대료보다 싸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자 집값이 오르게 됐으며 신규 건설이 활발하게 이뤄져 건설 경기가 활황을 맞았다. 또한 주택 소유주의 입장에서 집값이 오른다는 것은 에퀴티(순자산)의 증가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자기 돈 10만 달러와 은행 대출금 40만 달러를 합해 샀던 집이 70만 달러로 올랐다면 집값에서 대출금을 뺀 차액인 에퀴티는 종전의 10만 달러에서 30만 달러로 크게 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오른 에퀴티를 담보로 재융자가 활발히 이뤄지게 돼 이 돈으로 집을 고치거나 고급 승용차를 사거나 가구 가전제품 등 목돈이 들어가는 소비를 하게 된다. 집을 팔지 않아도 집값 상승이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미국 금융 시스템의 특징을 보여준 것이다.

이에 힘입어 2002년 2.3%에 그쳤던 소비 증가율은 2003년 4.2%, 2004년 6.1%, 2005년 6.4%, 2006년은 5.8%로 크게 오르고 2002년에 1.9%에 그쳤던 수입 증가율도 2003년 8.2%, 2004년 16.7%, 2005년 13.7%, 2006년에는 11.0%로 크게 증가한다. 결국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이어진 세계적인 호황은 미국의 금리 인하와 이에 따른 소비 증가에 기인한 것이었다.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 기업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효과도 있었지만 유례없는 호경기의 산물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호황이 계속되자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 주택을 소유할 능력도, 의사도 없는 가수요자들이 단순한 차익을 노리고 주택을 사기 시작한 것이다. 크레디트 점수가 620점 이하인 신용 불량자들에게 일부 은행이 서브프라임 대출을 해줘 집을 사자 주택 시장이 과열되면서 인플레이션 조짐을 보였다. 이에 따라 미국 금융 당국은 금리 인상을 통해 이를 진정시키려고 시도했다. 2004년 6월 1.00%였던 금리를 2년만에 5.25%까지 인상했으며 그 이후 2007년 9월까지 1년 3개월간 고금리를 유지했다.

이것은 이후 서브프라임 사태를 유발한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주택 보유 비용이 상승하자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소비 지출이 감소하고 실수요자들은 주택을 사는 것보다 임대로 사는 것이 싸므로 주택을 구입하지 않게 됐다. 이렇게 수요가 줄어들면서 집값이 하락하자 단기 차익을 노리고 주택 시장에 들어왔던 신용 불량자들은 대출금을 갚지 않았다. 이는 금융회사의 손실로 이어져 일부는 도산했으며, 일부는 도산을 피하기 위해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들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증시가 폭락하게 됐으며 한국 등 이머징 마켓은 그 피해가 더 극심해졌던 것이다. 이것이 1차 위기라 부를 수 있는 금융시장의 혼란이다.

차압 매물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집값이 더 떨어지자 대부분 집의 에퀴티가 감소하게 됐고 이에 따라 주택은 목돈을 만들 수 있는 현금지급기(ATM)의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됐다. 이렇게 경기가 침체되자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고 대규모 실업 사태를 불러왔으며 실업자의 양산은 소비 지출 감소로 이어져 경기 침체를 심화시키게 됐다. 이것이 2차 위기다.

내수 시장이 축소되면 작아진 파이를 놓고 현지 기업과 (그들의 입장에서) 외국 기업 간에 경쟁이 치열하게 된다. 현지 기업이 경쟁력에서 밀릴 경우 대규모의 실업 사태를 유발할 것이며, 이는 반외국 기업 정서를 불러오게 돼 보호무역주의를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에는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것이 3차 위기다.

미국 현지 사정 ‘생각보다 나빠’

이런 서브프라임 사태는 미국 부동산 시장에 큰 타격을 줬다. 미국부동산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6년도에 역대 최고가가 26만8200달러였던 미국 평균 집값이 올해 10월 말에는 22만4700달러로 16%나 하락했다.

혹자에 따라서는 16%밖에 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생각보다 적게 떨어졌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언론에 단편적으로 보도된 내용만으로 추정해 보면 ‘반의 반 가격 정도 되지 않았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것은 극단적인 사례만 보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16%의 하락도 사실상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오고 있는 것이다. 2006년도에 평균적으로 26만8200달러짜리 집을 샀을 경우 자신의 돈은 5%인 1만3410달러 정도만 투자하고 95%인 25만4790달러를 대출받았을 것이다. 이것이 2008년 10월 현재 22만4700달러로 떨어졌다는 의미는 집을 팔더라도 대출금을 다 갚지 못하며 자기 돈 3만90달러를 더 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렇기 때문에 원리금을 갚을 능력이 있어도 갚지 않는 자발적 채무 불이행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신용이 경색되면서 신규로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에게도 대출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신용도가 좋더라도 15%는 자기 돈이 있어야 한다. 집값이 비쌌던 2006년도에도 자기 돈 1만3410달러만 있으면 집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 집값이 16%나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집을 장만하려면 3만3705달러의 자기 돈이 필요한 것이다.

자동차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작년에는 신용 점수가 620점 이상이면 대출이 가능했지만 올해는 700점대 이상 돼야 대출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 경기 침체로 실수요자가 줄어들고 있는데 대출까지 막혔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이 타격이 가장 심한 것이다. 9월의 경우는 작년 동기 대비 27%나 판매가 줄었다. 매년 판매 대수가 증가했던 것에 비하면 현재의 경제 사정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 알 수 있다.

이런 암울한 소식 속에도 희망은 있다. 위기의 실체를 모를 때 그것이 위기이지, 모든 위험이 노출된 후에는 회복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모기지 시장의 부실화가 급격히 이뤄진 원인으로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원리금 지불 능력 부족과 집값 하락에 따라 집의 가치가 대출 잔액보다 낮아지자 원리금 상환을 거부하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있다.

‘바닥이 가까워지고 있다’ 징후 나타나

이 중 원리금 지불 능력 부족 사태는 올해 중반을 기점으로 서서히 잡혀가고 있다. 미국의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두 가지 기준이 있는데, 변동금리는 연방기금금리에 연동되며 고정금리는 10년짜리 미국 국채 수익률에 연동된다. 보통 변동금리라고 하더라도 처음에는 낮은 금리를 적용하다가 3년 또는 5년 후에 그 당시의 시중금리로 전환하는 것이 보통이다. 2002~04년에는 연방기금 금리가 미국 국채보다 훨씬 쌌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변동금리를 선택했다. 그런데 3년 후인 2005년부터 2007년에 이르자 연방기금 금리가 올라 변동금리가 애초에 예상했던 수준보다 높아졌던 것이다.

예를 들면 집을 살 때 한 달에 2000달러 정도를 지불할 것으로 예상하고 샀는데 막상 변동금리로 바뀌자 3000달러를 내야 하는 사태가 온 것이다. 이 때문에 채무 불이행이 늘어났던 것이다. 그러나 2005년도 2분기 이후에 집을 산 사람의 경우 3년 후인 2008년도에 이르자 금리가 그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에 예상했던 예산 범위 내에서 원리금을 갚아나가게 된다.

문제는 그동안 집값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집의 가치가 대출 잔액보다 낮아지게 됐다는 것이다.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모두 갚을 수 없게 되자 원리금 납부 자체를 포기하는 모럴 해저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시장에 횡행하게 됐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전체 모기지 시장의 75%를 차지하는 프라임 모기지 시장으로의 전이 속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시장의 경우 대상자가 신용 불량자이기 때문에 신용도를 지키기보다는 몇 푼의 실익을 더 중요시하지만 프라임 시장의 경우 신용도(Credit)를 돈(Cash)보다 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같은 돈을 빌리더라도 미국에서는 신용도에 따라 3% 정도 이자율에 차이가 난다. 만약 50만 달러를 빌린다고 하면 매년 1만5000달러의 이자 차이가 난다는 의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얻은 사람에게는 3만 달러가 커 보일 수 있지만 신용도가 좋은 사람에게는 2년 치 이자 차액에 불과하다. 3만 달러 때문에 평생을 쌓아올린 신용도를 무너뜨리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프라임 시장으로의 전이 속도가 느린 것이다.

또한 주택 보유 비용은 낮아지고 임대비용이 높아지고 있다. 이 말은 실수요자들이 다시 매수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금리 인하 효과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금리가 인하돼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때 1~2년의 시차를 두고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현재 상황에 대입해 보면 저금리 정책으로 회귀한 2008년 4월 30일을 기준으로 이르면 내년 상반기, 늦어도 2010년 상반기에는 미국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칠 것이다. 그린스펀이 ‘내년 상반기’라고 주장했던 근거가 바로 이것이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 미칠까

미국의 대출 환경과 한국의 대출 환경은 전혀 다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경우 2006년도에 평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94% 적용했다. 주택 값이 6%만 내려가면 집값보다 대출 잔액이 많아지는 구조였던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제1금융, 제2금융을 모두 합해 48.8%로 절반가량 폭락하더라도 은행의 손실이 없는 구조다.

또한 미국은 주택 담보대출에 대해 원리금을 갚지 못하더라도 그 건에만 해당되며 7년 후에는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은행 돈을 갚지 않을 경우 평생을 추심에 시달리거나 다시는 은행 거래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처럼 쉽게 채무 불이행을 결정할 수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한국에까지 점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향권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은행 자체의 부동산 담보대출 심사를 강화한다든지, 글로벌 유동성 감소로 인한 시중금리 상승 등의 영향은 받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도 수출 침체로 인한 유동성 감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비관론자들의 주장과 달리 한국의 주택 담보대출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올해 6월 현재 한국의 주택 담보대출의 연체율은 0.7%로 작년의 0.4%보다 약간 상승한 수준이다. 이것을 가지고 일부 언론에서는 난리가 난 것처럼 기사화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좋았던 2004년도에도 연체율은 1.8%였던 것을 비롯해 역사적으로도 0.7%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프라임 모기지의 경우 시장이 활황이었을 때에도 연체율이 2%가 넘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연체율이 10% 이내로 떨어진 적이 거의 없을 정도다. 2004년의 10.3%에서 2007년에는 16.3%로 높아졌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1%도 되지 않는 한국과는 사정이 아주 다른 것이다.

또한 미국은 LTV를 94%나 적용했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유동성에 따라 주택 시장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한국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비중이 절반도 되지 않기 때문에 금융회사의 유동성 축소가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다만 경기 침체로 인해 수입이 줄어들면 부동산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강력한 내수 부양이 필요한 것이다. 수출 시장이 줄어든 만큼 내수를 부양해 경기를 살려야 한다. 한국은 전체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액이 40%에 달하는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세계 15대 경제 대국 중 이 같은 수준의 수출 비중을 갖는 나라는 독일(41%)과 중국(38%)뿐이다. 그동안 자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우리는 수출 일변도의 정책을 펴 왔다. 그러나 자원 부족 국가인 일본의 경우도 내수 비중은 15%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도 내수 시장 확대를 통해 이번 사태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유동성 증가와 부동산 시장의 관계

그러면 내년도의 한국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시세는 유동성의 추이와 수요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IMF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값이 급등한 원인 중 하나가 유동성 증가에 있다. 1997년도 482조 원이었던 통화량(M₂)은 10년 만인 2007년에는 1197조 원으로 148%나 증가한 바 있다. 이러한 통화량의 증가는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어 작년 동기 대비 14.5%나 늘고 있다. 지난 10년간 결과치를 볼때 통화량 증가율과 집값 상승률은 정비례한다. 통화량 증가율이 많았던 해에는 집값 상승률이 높았고 낮았던 해에는 상승률이 낮았다. 그러나 이러한 동조화(coupling) 현상은 2007년 이후 무너지고 만다. 통화량 증가율이 예전보다 높지만 집값 상승률은 이에 비례해 상승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비동조화(decoupling)의 원인은 금융 규제에 있다. 2006년 말부터 주택 시장으로 유입되는 돈줄을 잠가 버렸기 때문에 유동성이 확대되더라도 부동산 시장으로는 들어올 수가 없는 구조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11·3 조치로 어느 정도 해결됐다. 그러나 11·3 조치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이유는 금융권의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다는데 있다.

결국 과거에는 금융 규제 때문에, 현재는 유동성 부족 때문에 주택 시장으로 신규 자금이 유입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비슷해 보여도 그 근본 원인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언젠가 금융권의 유동성 문제만 해결되면 주택시장으로 자금이 흘러들어 올 수 있기 때문에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대출 규모 ‘과도한 수준’ 아니다

한국은 LTV의 적용 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폭락론자들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제1금융권= 프라임 모기지’, ‘제2금융권=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등식을 가지고 한국에서도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축은행의 대출 규모는 6조8700억 원 규모로, 이는 한국의 가계 대출 규모인 500조 원에 비하면 1.4%에 불과한 적은 규모이고 대출액조차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저축은행의 부실을 문제 삼으려면 8조3200억 원이나 되었던 2005년부터 문제를 삼았어야지 금융 규제 때문에 대출 규모가 줄어든 지금에야 문제를 삼는 것은 논리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대로 제2금융권에 대한 대출 규제가 시작되지 않았던 2006년 3월 이전에 LTV의 80%까지 대출을 받은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이후 지난달 말까지 서울 아파트를 기준으로 31%의 집값 상승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에 80%였을지라도 현재는 61.1%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으로 보더라도 67.6%에 이르기 때문에 집값의 3분의 1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대출 규제 완화 효과 ‘시간’ 걸려

11·3 조치에 따라 강남3구를 제외한 전 지역에 대출 규제가 완화됐다. LTV를 60%까지 적용할 수 있을뿐더러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과거보다는 수요층이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연봉 4500만 원 정도의 평균적인 샐러리맨이 9억 원짜리 집을 살 경우 종전에는 LTV 40%를 적용해 3억6000만 원까지 대출 한도가 되더라도 DTI 규제 때문에 1억8000만 원 정도밖에 대출이 되지 않았는데 비해 앞으로는 LTV 60%를 적용해 5억40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대출 규제 완화가 바로 시장에서 효과를 나타내기는 쉽지 않다. 은행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대출이 쉽게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언젠가 은행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그때는 주택 시장에도 유동성이 넘치게 될 것이다.

수급 상황 ‘새 국면’

전세 값이 떨어지고 있다. 역전세란이 우려되기도 하는 시점이다. 올 들어서도 9월까지 3.1% 올랐던 전세금은 두 달 사이에 1.5%나 하락했으며 이런 추세는 봄 이사철까지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통 집 매매와 전세는 대체재 성격을 띤다. 집 매매 수요가 줄어든다는 의미는 임대 수요가 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은 매매가나 전세가 모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가 무엇일까.

잠실 1단지, 2단지, 시영 아파트의 대규모 입주의 영향이 상당하다. 대형 단지가 잇달아 입주하니 시장에 전세 물량이 넘치게 되고, 이곳에 입주하려는 사람들이 전세를 동시에 빼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강남3구 이외의 지역에서도 전세 값이 약보합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수요 즉, 가구 수가 줄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가족이 쉽게 해체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전체 가구의 20%에 달하는 1인 가구의 경우는 다르다. 경기가 좋을 때는 이들 1인 가구들은 주택 수요로 작용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수요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명목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은 현재도 주택이 모자라는 원인이 되는 것이며, 불황 때는 전세나 집값을 내리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 경기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주택 시장에서 1인 수요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12월부터는 주택 매매 수요가 늘어나는 계기가 생긴다. 일시적 1가구 2주택의 중복 보유 기간이 종전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처분 기간이 1년이라면 요즘과 같은 침체기에는 거래 자체가 되지 않으니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2주택자가 되어버리는 불상사가 많이 발생해 예전과 같이 2년으로 다시 갈아타기 기간을 늘린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급하게 집을 팔 이유가 없으므로 보유 기간도 길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5년에 한 번씩 집을 갈아타는 사람이 있다면 예전보다 1년 정도 더 중복 기간을 가질 수 있으므로 수급 상황이 20% 정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의 매물이 20% 정도 줄어든다는 의미다.

인플레이션이냐, 디플레이션이냐

시중에 자금이 많이 넘쳐나면 돈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며, 반대로 시중에 돈이 마르면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이 진행된다. 현재 세계경제는 디플레이션의 나락으로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가장 큰 증거는 금값이다. 올해 2월 온스당 974달러의 최고치를 기록했던 금값은 그 이후 슬금슬금 내려앉아 10월 말에는 717달러까지 내려앉더니, 11월 말 현재 816달러선에 머무르고 있다. 돈이 시중에서 사라지자 현금을 확보하려는 투자가들이 금을 시중에 내놓으면서 금값조차 내리고 있는 것이다. 11월의 반등이 디플레이션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 기술적 반등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이렇게 디플레이션이 진행되면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자산의 가격은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 널리 퍼지고 있는 비관론의 주된 논리다.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보면 단기적으로는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후까지 생각해 보았을 때 그 말이 맞는다고는 볼 수 없다. 현재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마르고 있는 것은 돈이 유통되지 않고 꼭꼭 숨어버렸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돈을 회수하면서 일부 투자은행은 도산했고 살아남은 투자은행들은 이들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전 세계에 투자해 놓은 자산들을 현금화해 미국이나 일본으로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실물경제를 돌리기 위한 유동성이 부족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각국 정부의 노력으로 극복될 가능성이 높다. 부족한 유동성을 금리 인하나 더 나아가 발권력을 동원해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유동성이 넘쳐나던 때만큼은 아닐지라도 실물경제가 돌아갈 만큼의 유동성 공급은 각국 정부가 경쟁을 하듯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진다. 애초에 투자자들이 자신의 자금을 회수한 것은 세계경제를 무너지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수익도 좋지만 그보다는 원금에 손실이 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실물경제가 더 이상 무너지지 않고 원활하게 돌아간다는 확신이 서면 회수했던 자금을 재투자하게 된다. 이때 과잉유동성 공급이 벌어지는 것이다. 실물경제에 필요한 자금을 이미 정부가 공급한 상태이므로 이들 투자자들의 자금은 실물경제에서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지만 이들 자금이 다시 시장에 공급되면서 자산 값은 폭등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때 가면 정부는 금리 인상 등을 통해 유동성을 다시 흡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몸을 움츠렸던 투자자들이 언제 얼마만한 규모로 다시 시장에 돈을 풀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흡수할 수 없다. 시장에서 상당히 인플레이션이 진행된 후에야 정부가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2004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급격한 금리 인상이 세계 경제를 불황의 늪으로 빠뜨렸던 것을 잘 알고 있는 각국 정부로서는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수밖에 없다.

언제 부동산에 투자해야 하나?

그러므로 이론적으로는 이들 투자자들이 실물경제에 다시 자금을 투입하는 시점, 정확히는 그 직전이 투자의 가장 적기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 투자자가 모두 같은 시점에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투자 시점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시장에서 벌어지는 몇 가지 조짐으로 그 투자 시기를 가늠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첫째, 자금 조달 측면에서 볼 때 은행의 대출금리가 6%나 6% 초반까지 떨어지면 수요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자금 조달 원가가 낮아지므로 내 집 마련에 그만큼 부담이 줄기 때문이다. 둘째, 현재 8%가 넘는 저축은행의 수신 금리가 6%대로 낮아지는 것도 중요한 신호다. 시중 자금 사정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방증이 되기도 하고, 저축은행 예금을 대체 투자처로 생각했던 투자가들이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셋째,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돼 상당 기간 지속되는 것도 투자 신호다. 가장 중요한 실물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주식시장이 본격적으로 상승해 지수 1400 이상 돌파하거나 미국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다지는 신호를 보일 때 등이 부동산 투자에 임할 적기이다.

그러나 이 모든 신호가 모두 시장에 나올 때는 이미 투자 시기가 늦었다고 봐야 한다. 앞으로 시장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알려졌는데 자신의 매물을 싼값에 팔려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위에 언급한 여러 신호 중 한두 가지라도 나타난다면 그때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조차 알기가 어렵다면 단순하게 시점별로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미국의 경우 금리 인하의 효과가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후에 소비 시장에 반영된다고 한다. 이를 현 시장에 대비하면 2008년 4월 30일을 기준으로 늦어도 2년 후인 2010년 상반기에는 미국 경제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한국에선 유동성의 증가가 미국보다 빠르게 시장에 반응하는 편이다. 이런 것을 감안해 볼 때 실물경제 침체의 영향을 받은 내년도에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맞을 것이라는 것은 너무 희망 사항이 섞인 이야기이고, 2010년에 반등을 시작해 2011년에는 유동성과잉의 효과를 톡톡히 볼 것이라는 예측이 좀 더 현실적이다.

부동산 투자, 좁게는 주택에 대한 투자는 주식과 다르다. 주식에서도 장기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택에 대한 투자는 장기 투자가 필수 요건이다. 3년을 보유해야 양도세가 비과세되기 때문이다.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더라도 1년 안에 팔면 양도 차익의 50%를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실익은 별로 없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3년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주택 시장에서 필요한 것은 3년 후 시장 상황을 내다보는 능력인 것이다. 1~2년 반짝 오르다 3년이 넘어서 막상 팔려고 하는 시점에는 집값이 매입가보다 떨어졌다면 그보다 허망한 것은 없다. 1~2년 차에는 조금 적게 오르더라도 3년차에 많이 올라주는 것이 투자 수익률 면에서는 유리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지금 주택을 사면 2012년에나 팔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이다.

떨어지는 칼날인가, 떨어지는 감인가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말라’는 주식 격언이 있다. 대세 하락기에는 매수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바닥을 확인하고 상승세로 돌아서는 것을 확인하고 사려는 사람들이 있다. 주식시장은 거래량이 많기 때문에 시세가 반등하는 시기에도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그러나 부동산은 거래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시세 반등의 조짐이 시장에 알려지는 순간 그 많던 매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만다.

그러므로 부동산 시장에서 급매를 잡는 것은 떨어지는 칼날을 잡는 것이 아니라 떨어지는 감을 받아먹는 것일 수 있다. 지금 잡는 것이 떨어지는 칼이 될지, 아니면 떨어지는 감이 될지는 나중에 알 수 있겠지만, 거래량을 수반하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반등 시에도 매물벽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으므로 ‘떨어지는 칼날’이지만 거래량을 수반하지 않는 가격 하락, 즉 사연이 있는 매물 때문에 시세가 하락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떨어지는 감’인 것이다. 그러므로 시세 변동뿐만 아니라 거래량 변동도 눈여겨보면 떨어지는 감을 잡을 수 있는 눈이 열릴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 그러나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그 끝에는 반드시 봄이 돌아온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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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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