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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모순에 빠진 정부의 전월세 대책

2014-04-14 | 작성자 아기곰 | 조회수 12,768 | 추천수 206
전세금 과세’는 월세 전환만 부추겨…문제 해결보다 세수 확보만 관심


지난 2월 말 정부가 전월세 대책을 내놓은 후 부동산 시장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현 정부 들어 일관되게 추진해 왔던 규제 완화 정책에 힘입어 부동산 시장의 거래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임대 소득에 대한 과세라는 철퇴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무엇이 이토록 시장에 충격을 주는지 살펴보자.

현행법에 따르면 2주택 이상 소유자가 1개 이상의 주택을 월세로 줬을 때나 3주택 이상 소유자가 전세를 줬을 때 3억 원 이상의 전세금에 대해 소득세를 과세하도록 돼 있다. 월세 소득이 있으면 그 소득의 일부를 소득세로 납부해야 하는 것은 법 이전에 상식에 속하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이런 상식이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가 임대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할 방법이 없어 임대인의 자진 신고에만 의존했기 때문이다. 매매 계약은 등기해야만 법적으로 소유권이 이전되기 때문에 100% 신고해야 하고 이를 정부가 과세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임대 계약은 신고 의무도 없고 임대인으로서는 신고할 필요성도 느낄 수 없다. 다만 임차인(세입자)으로서는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확정일자를 받는데, 앞으로 이 자료를 국세청이 임대인에 대한 과세에 활용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임대 계약을 신고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임차인이 확정일자를 받는 이유는 자신의 임대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서다. 만약 보증금이 적거나 아예 없는 순수 월세는 확정일자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를 신고하는 임차인은 없다. 이 때문에 확정일자를 받는 임대 계약만으로는 100% 과세하기가 어렵다.

결국 임차인이 신고해야 과세 자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임차인의 신고 비율을 높이는 게 관건인데, 이를 위해 이번 2·26 조치를 통해 임차인에게 세금을 공제해 주기로 한 것이다. 연말정산 때 세금을 공제받기 위해서는 월세 계약을 신고해야 하는데, 이는 임대인에 대한 과세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과거에도 월세 지급액에 대한 공제가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혜택이 작아 효과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전월세 대책에 따르면 전체 월세 납부액의 10%를 세액공제로 돌려주는 만큼 충분한 유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세 소득 과세, 진짜 문제는 건보료
이렇게 임차인에게 환급해 주는 세금으로 줄어드는 세수를 보충하기 위해 임대인에게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이번 전월세 대책의 정부 복안이다. 원래 내야 할 세금이었지만 과거에는 과세 자료의 미비로 거둬들이지 못했던 것을 과세 자료가 정비된 이후부터 과세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녹록하지 않다. 첫째, 임대 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원칙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아무리 세금이 많다고 해도 소득보다 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에 건강보험료 문제가 끼어들 때다. 한국에서는 건강보험료가 준조세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건강보험료를 내는 것도 아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직장을 다니면 피부양자 자격으로 건강보험료가 면제된다. 예를 들어 남편이 회사를 다니면 부인은 별도의 건강보험료 납부 없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남편이 직장 건강보험에 들어 있어도 부인의 임대 소득이 연간 500만 원 이상이 되면 지역 건강보험에 가입해 별도로 보험료를 내야 한다. 임대인으로서는 내지 않아도 될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내는 셈이다. 그러므로 정부에서는 단순히 임대 소득세 문제만 볼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료까지 포함한 임대인의 부담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건강보험료를 제외하면 임대 소득세는 그렇게 큰 것은 아니다. 임대 소득의 일부 정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세금에 대한 거부반응 때문이다. 세무 당국이 자신의 재산이나 소득에 대해 일일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싫은 것이다. 더구나 관행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던 사람들로서는 정부가 갑자기(?) 세금을 부과한다고 하니 없던 세금이 추가로 생겨난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없던 세금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임대인들도 일부 책임이 있다. 주택에 투자할 때 그리고 월세로 그 집을 임대 줄 때는 임대 소득세를 미리 고려했어야 한 것이다. 이런 세금에 대한 인식이 적었기 때문에 ‘전세는 손해, 월세는 이익’이라는 생각이 임대인들에게 퍼졌던 것이다.

전셋값이 80주 연속 상승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시중에서 전세가 점점 사라지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10만1605건의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는데, 그중 46.7%가 월세 계약이라고 한다. 이는 2012년 1월의 35.5%는 물론 2013년 1월의 42.3%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비율이다. 이런 추세로 나가면 내년에는 월세가 전세보다 많아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동기 대비 월세 계약은 3015건이 늘어난 반면 전세는 무려 6497건이 줄어들었다. 시장에서 전세 계약이 줄어드는 것은 세입자들이 전세 계약을 기피해서라기보다 시중에 전세 매물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임대인들이 이득이 나지 않는 전세보다 현금이 들어오는 월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세금 낼 바에는 월세가 유리
이런 측면에서 보면 월세 소득에 대해 과세를 철저히 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확실한 방향성을 띠고 있다. 세금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월세로 전환했던 임대인이나 전환하려던 임대인에게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세수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기는 하지만 전월세 대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문제는 그다음 정부의 행보다. 2·26 대책이 발표된 후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전세에 대해서도 과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심지어 기존에 3주택 이상 보유한 임대인에게 과세했던 것보다 더 강화해 2주택자에게도 과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일까. 첫째, 전세금에 대한 과세는 아직까지도 논란이 많은 부분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고 해왔는데, 전세를 주게 되면 직접적인 소득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세금을 금융회사에 예탁해 이자소득을 얻을 수 있지만, 이때에도 이자소득세를 물기 때문에 굳이 전세금에 과세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기본적으로 전세금은 부채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갚아야 할 부채에 대해 과세한다는 것도 논리에 맞지 않는다.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에게 과세하지 않는 것과 차이가 없다.

둘째,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정책의 방향성 문제다. 월세에는 소득세가 과세될 수 있다는 것을 시장에 상기시키면 월세로 전환하려던 임대 매물이 전세로 나오거나 심지어 월세를 줬던 매물이 전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 전세 매물이 지금보다 많이 공급되면 전세금이 떨어지거나 최소한 지금보다 덜 오르는 상황이 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전세금에 과세한다면 이와 반대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어차피 세금을 낼 바에야 월세로 전환해 그 소득의 일부를 세금으로 내는 것이 전세를 주는 것보다 훨씬 이익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2월 26일 발표된 전월세 대책은 장기적으로 전세 시장 안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 조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3월 5일 전세금에 대해서도 과세를 강화한다는 추가 조치를 발표하면서 이번 전월세 대책은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게 된 것이다. 현재의 주택 시장에서 벌어지는 혼란은 염불(전월세 시장의 문제점 해결)보다 잿밥(세수 확보)에만 관심이 있는 정부에 그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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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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