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서민의 내 집 마련이야

2009-01-30 | 작성자 아기곰 | 조회수 15,794 | 추천수 318
‘바보야, 문제는 서민의 내 집 마련이야’
대출 규제의 문제점

부동산 시장을 누르고 있던 각종 규제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부동산 시장은 거래가 실종된 지 오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것은 여러 규제 중에서도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출 규제가 해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을 돌려 참여정부 때로 돌아가 보자. 대선 1년을 앞두고 최후의 카드로 빼든 것이 바로 대출 규제다. 실수요자들의 돈줄을 졸라매 매수 여력을 없게 만든 것이 대출 규제의 실체다.

참여정부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 중에서 참여정부 때 실시한 대출 규제가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를 예방한 일등 공신이라고 자화자찬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경제 분야에는 문외한인 정치가들이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금융 당국자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해마다 수많은 고귀한 생명들이 목숨을 잃는 교통사고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차량의 운행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이 방법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되면 서로 부딪쳐도 부서지지 않는 장갑차의 운행만을 허용하거나 강판의 두께가 1cm 이상인 자동차만 운행을 허용하는 차선책도 있을 수 있다. 정권의 존립 목표를 교통사고와의 전쟁으로 하는 정권이 나타난다면 있을 법도 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정책을 실시하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사람의 목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정부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책을 펴지 않는 것은 명분과 실리의 균형 때문이다. 장갑차 수준의 안전도를 강조한 차량만을 운행할 경우 충돌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크게 줄일 수 있겠지만 저연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상당할 것이다.

주택 담보대출의 ‘순기능’ 간과

대출 규제도 마찬가지다. 채무자의 지급 불능으로 인한 은행의 손실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차량 운행을 금지하는 것과 같이 주택 담보대출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그 다음 차선책이 담보 가치의 극히 일부만큼만 대출해 주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선택한 방법이 바로 이것이다. 장갑차 수준의 차량 운행만을 허용해 교통사고를 줄여보겠다는 시도였던 것이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사태가 발생한 것은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신용 불량자에게 무리하게 담보 가치의 100%까지 대출해 주었기 때문이다. 국가 경제에 타격을 입을 만큼 혼쭐이 나고서도 현재 미국 금융 당국이 허용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80%에 이른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들이 즐비한 나라의 금융 당국에서 우리나라처럼 LTV를 40~60% 수준으로 낮추면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은행 손실이 없어진다는 것을 모르고 있을까.

LTV를 낮추면 낮출수록 안전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 선진국에서 LTV를 80%까지 허용하는 것은 주택 담보 대출의 순기능 때문이다. 자금력이 풍부한 사람은 금융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은행에서 돈을 빌릴 이유가 없다. 은행에서 돈을 꾸어 집을 사는 사람은 자기 자본이 부족한 서민층인 것이다. 이들에게 우리나라처럼 집값의 40~60%를 가지고 있어야 집을 살 수 있게 한다면 자기 집을 살 수 있는 실수요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20%의 자기 자본만 있다면 나머지 대금을 빌려주고 그들로 하여금 30년 정도의 오랜 기간 동안 조금씩 갚아나가게 함으로써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돕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이 은행에 갚는 이자는 연말 정산 때 소득공제의 대상이 된다. 그러면 세금을 감해 주면서까지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을 장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집이 있다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심리적으로 많은 차이가 난다. 자기 집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라도 자기 지역에 대한 애착심이 높아진다는 점,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것 자체가 강제 저축 효과를 가져 오기 때문에 노후 대책이 된다는 점(정부의 입장에서는 연금 등으로 저소득 노인층을 부양해야 할 부담이 적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대출금을 갚기 위해 일하려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점 등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은행의 입장에서도 대출금의 증가는 영업 이익의 증가로 이어지고, 건설 경기 호황이라는 측면에서도 장기적으로는 경제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이런 측면에서 참여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을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구석이 많다.

첫째, 제도 자체가 모순점을 내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6억 원 이하의 담보물에 대해서는 LTV를 60%까지 허용하지만 6억 원을 초과하면 LTV를 40%만 적용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6억 원짜리 담보물에 대해서는 3억60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6억1원짜리 담보물에 대해서는 2억4000만 원까지밖에 대출이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담보 대출의 안전성 측면에서 이런 제도를 만들었다면 집값이 폭락하는 경우 6억 원이 안 되는 주택보다 6억 원이 넘는 주택이 더 싸질 것이라는 모순이 발생한다. 아무리 자동차 값이 떨어진다고 해도 그랜저 값이 아반떼 값보다 더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을까.

둘째, 참여정부 때 집권당인 민주당의 대선 공약을 살펴보면 신혼부부 등에 대해 LTV를 70%로 적용해 주고 추가로 20%를 신용 대출로 해주겠다는 공약이 나온다. 집권당의 대선 공약이 그 당시 금융 당국과 한마디 상의 없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더구나 그 당시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때문에 ‘LTV를 늘려준다’는 의미를 모두가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은행 안정성 유지 vs 내 집 마련의 꿈

결국 금융 당국이 주장하듯 LTV를 100%가 아닌 80%나 70%까지 적용하는 것은 은행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규제는 안전성 확보와는 거리가 먼 규제를 위한 규제일 따름이다. 한마디로 집값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그러면 집값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대출 규제를 쓰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집값을 잡아야 하는 당위성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면 그 답이 보인다. 집값을 잡아야 하는 이유는 경제적으로 열세에 놓인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한 것에 있다. 그런데 실수요자들이 대출을 받기 어렵게 하면 할수록 집값 자체는 잡히겠지만 집값을 잡으려는 원래 목적인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은 점점 멀어져가는 것이다. 한마디로 목적과 수단을 구분하지 못해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대출을 받는 사람들은 1가구 1주택자인 실수요자들이다. 자기 돈만으로는 내 집 마련이 어려우니까 대출을 받는 것이다. 대출 규제가 완화된다고 하더라도 투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어차피 가구당 1건의 대출밖에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다주택자의 경우 투자용 주택을 사려면 100% 본인의 돈으로 사야 한다. 대출 규제 완화와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다.

대출 규제가 완화된다면 일시적으로 주택 거래는 늘어날 것이며 경기 순환에도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그것은 대출 규제 때문에 그동안 내 집 마련을 못했던 실수요자들이 대거 내 집 마련에 나서기 때문이지 투기가 재현되기 때문은 아니다.

이상으로 살펴본 바와 같이 현행 40~ 60%로 제한되고 있는 LTV는 선진국 수준인 80%는 아니더라도 70%까지 완화되더라도 대출의 안전성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성 문제로 대출 규제를 계속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장갑차 대신 승용차를 운행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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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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