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은 왜 오를까?

2013-08-23 | 작성자 아기곰 | 조회수 46,941 | 추천수 341

17개월 새 30%↑… 핵심은 세제 혜택

유럽발 경제 위기의 그림자가 세계 곳곳에 짙게 드리워져 있지만 미국 부동산 시장은 한여름 날씨처럼 뜨겁다. 미국의 평균 집값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26만1100달러에 달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시작되던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집값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거래량이 500만 건 이상으로 늘어나 집값이 가장 쌌던 2011년에 비해 22%나 증가했다. 집값 또한 2011년에 비해 (산술적으로는) 19%나 상승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지만 2013년의 집값은 6월 기준이고 2011년은 평균 집값이므로 단순히 산술적으로 상승률을 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계절적 특성을 감안해 비교하려면 전년도의 같은 기간과 비교하는 게 정확하다. 2012년 6월부터 1년간 상승률은 10%, 2011년 6월부터 2년간의 상승률은 16%에 달한다. 집값이 가장 쌌던 2012년 1월 20만900달러에 비하면 1년 5개월 만에 30%나 상승했다. 작년 1월에 집을 샀던 사람은 1년 반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에 30%라는 대단한 수익을 거둔 것이다.

그러면 왜 이렇게 미국의 집값이 거침없이 상승하는 것일까. 그 비밀은 미국 부동산 제도에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95배나 큰 땅을 가지고 있다. 인구가 우리보다 6배 정도 많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땅이 갖는 희소가치는 우리나라 보다 훨씬 떨어진다. 투자가치로서의 미국 부동산은 우리나라보다 떨어진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부동산 시장이 상승하는 이유는 ‘집을 사는 게 유리한 제도’ 때문이다.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는 전세라는 제도가 없다. 월세로 살든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든지 두 가지 선택만 존재할 뿐이다. 월세로 사는 게 유리한지, 아니면 모기지 대출이자를 내더라도 집을 사는 게 유리한지 따져보자.

집 가진 사람이 소득세 훨씬 적게 내
미국이라고 해도 50개 주가 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미국 캘리포니아를 기준으로 설명한다. 미국의 평균 집값이 26만1100달러라고 해도 이것은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의 주택을 포함한 평균적인 집값이고 캘리포니아는 50만 달러 정도 돼야 중산층이 살만한 집을 살 수 있다. 50만 달러짜리 집을 사서 유지하는 데는 크게 세 가지 비용이 들어간다. 첫째, 대출이자다. 모기지 금리가 연 3.6%라고 가정하면 한 달에 1500달러의 이자를 내게 된다. 둘째, 재산세다. 캘리포니아는 재산세율이 1%다. 하지만 여기에 교육세나 지역 발전세 명목으로 추가 세금이 붙기 때문에 지역마다 세율이 조금씩 다르다. 평균적으로 1.5%라고 하면 한 달에 625달러 정도 부담이 된다. 여기에 보험료 및 관리비가 매달 250달러 정도 발생한다. 이 세 가지 비용을 합하면 매달 2375달러 정도의 돈이 지출된다. 여기에 집이 낡아감에 따라 수리비가 간혹 들어가게 되는데 1년에 1500달러(한 달에 125달러) 정도라고 할 때 집을 산다면 한 달에 2500달러 정도의 돈이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집을 보유하는 게 손해일까. 그렇지는 않다. 앞서 언급한 대로 미국에서는 전세 제도가 없으므로 집을 보유하지 않으면 월세로 살아야 한다. 50만 달러 정도의 집에서 살려면 적어도 매달 2500달러 정도의 월세를 내야 한다. 결국 집을 소유하든 소유하지 않든 캘리포니아에서 중산층으로 살려면 주거비로 매달 2500달러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그 돈을 집 주인에게 매달 내거나 아니면 은행이나 정부에 낸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월세는 집주인에게 주면 끝이지만 대출 받아 집을 사 집값이 오르면 그 차익은 집을 산 사람에게 떨어지기 때문에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집을 보유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결국 경기 회복에 따라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인식이 시중에 퍼지면서 미국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집값이 상승한다는 확신이 있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그 어느 나라든 집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미국은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세금 정책을 쓰고 있다.

첫째,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취득세를 보면 미국은 거의 내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취득세가 없고 등록비(registration fee) 명목으로 단돈 100달러를 내면 된다. 11만 원 정도다. 팔 때도 실거주한 주택이라면 부부 합산 50만 달러까지 양도세 감면 혜택을 준다. 우리나라처럼 고율의 취득세나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소득공제에 있다. 집을 보유할 때 발생되는 대출이자나 재산세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준다. 예를 들어보자. A라는 사람의 연봉이 10만 달러라고 하면 배우자공제·자녀공제·기초공제 등 각종 공제를 하고 나서 3만 달러의 소득세를 내게 된다. 연봉이 10만 달러라고 해도 실제 집에 가져가는 돈은 7만 달러라는 의미다. 이 사람이 1년에 월세로 내는 돈은 3만 달러(=2500달러×12개월) 정도이니 생활비로 쓸 돈은 4만 달러에 불과하다.

집값 오르면 차익도 ‘쏠쏠’
이번에는 같은 연봉 수준이지만 집을 가지고 있는 B라는 사람을 살펴보자. 50만 달러 정도의 집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한 달에 평균 2500달러의 비용(세금·이자·유지비용)이 들어간다고 앞에서 설명했다. 그런데 이 중 세금과 대출이자에 대해서는 소득공제를 적용해 준다. 연간 2만5000달러를 지출했다면 B라는 사람의 연봉은 10만 달러지만 2만5000달러를 공제하고 7만5000달러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간 7500달러 정도의 세금을 소득세에서 환급 받게 된다.

소득은 같더라도 집 없이 월세를 사는 사람보다 집을 가진 사람이 소득세를 훨씬 적게 내는 구조다.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정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집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집을 보유하는 게 훨씬 유리한 셈이다.

그러면 미국에서는 왜 이런 정책을 쓰면서까지 집을 사게 하는 것일까. 첫째, 경기 부양 효과다. 집값이 1달러 오르면 8센트 정도의 경기 부양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는 주식이나 채권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기 때문에 경기를 살리려면 우선적으로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는 것이다. 둘째, 사회 안전판이다.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게 되면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도 매달 갚아나가게 된다. 30년 동안 갚다 보면 은퇴 시기에는 100% 자신의 집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역모기지(reverse mortgage)를 신청해 노후 생활비로 쓰면 되는 것이다. 결국 미국에서의 집은 노후에 찾아 쓸 수 있는 저축 통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어섰기에 주택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보유를 억제하는 게 정책 목표였다면 앞으로는 1가구 1주택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그러므로 임대하는 것보다 주택을 보유할 때 받는 불이익(재산세·취득세·건강보험료 등)에 대해 정책적 조율이 필요하다. 주택 보유 시 과도한 이익이 생긴다면 그것은 양도소득세로 환수하면 되는 것이다. 주택을 보유하면 큰 이익은 보지 않더라도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져야 주택 시장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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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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