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푸어를 위한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현실성 떨어져…‘월세’ 양산 가능성 크다”

2013-02-06 | 작성자 아기곰 | 조회수 12,988 | 추천수 198

박근혜 당선인이 렌트푸어(rent-poor) 대책으로 내놓은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박근혜 당선인이 18대 대선 때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내놓은 핵심 공약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대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한마디로 집주인(임대인)이 세입자(임차인)를 위해 자신의 집을 담보로 주택 담보대출을 받아 전세 보증금을 조달하면 세입자가 그 대출금의 이자를 납부하는 방식을 말한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2억5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인상할 때 과거에는 세입자가 전세 대출을 받아 5000만원을 집주인에게 주면 됐다. 그러나 바뀐 제도에 따르면 돈을 빌리는 주체는 세입자가 아니라 집주인이다. 대신 세입자는 과거와 같이 그 대출이자를 부담하면 되는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세입자에게 무슨 이익이 있을까. 다시 말해 기존 전세 대출을 받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차이는 분명히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 11월 말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주택 담보대출의 평균 금리는 4.19%, 전세 대출이 포함된 일반 신용 대출은 7.03%다.

이 금리를 적용하면 기존 전세 대출을 받을 때 세입자는 월 29만3000원 정도의 이자를 부담해야 했다. 그러나 새 제도가 도입되면 그 부담이 17만5000원 정도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매월 11만8000원 정도의 이익이 생기는 셈이다. 이자 부담이 40% 정도 줄어드는 것이다.

세입자는 이자 부담…기존 월세와 비슷

하지만 새 제도에 대해 기대가 컸던 세입자라면 조금은 실망스러운 금액일 수 있다. 기존 전세 자금 대출보다 확실히 세입자에게 유리한 방식이지만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라는 이름에 걸맞은 획기적인 혜택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더구나 세입자로선 기존의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한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그 전환 비율이 기존보다 낮아 부담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을 뿐이다. 결국 전세 자금 대출을 받아서라도 전세를 유지하려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는 제도이지만 주거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전세금 인상분만큼 집주인이 대출을 받고 세입자가 이자를 대신 갚는 복잡한 제도 대신 기존 방식대로 세입자가 직접 전세 자금 대출을 받되 적용 이율을 주택 담보대출 이자 수준으로 낮추면 어떨까. 이러면 비교적 간단하게 일을 해결할 수 있다. 기존 전세 자금 대출의 이자 수준(7.03%)을 주택 담보대출 이자 수준(4.19%)으로 낮추면 세입자의 이익은 월 11만8000원 정도이기 때문에 복잡한 제도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세입자로서는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왜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이를 해결하려는 것일까. 더 나아가 금융권에서는 왜 담보대출 이자보다 훨씬 비싸게 전세 자금 대출이자를 책정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신용과 담보의 문제 때문이다.

하우스 푸어니 뭐니 해도 은행이 가장 신뢰하는 것은 집을 담보로 하는 대출이다. 대기업 대출보다 이자율이 낮은 이유는 그만큼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는 곧 금융권이 대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것보다 집이 있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게 더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존의 전세 자금 대출은 일종의 신용 대출이다. 담보물이 없기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더 높고 이에 따라 이자율도 높은 것이다. 결국 이렇게 높은 전세 자금 대출이자를 주택 담보대출 이자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다 보니 새 정부는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라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이 아닐까 추정해 본다. 결국 ‘세입자와 금융권과의 직접거래에 따른 위험 부담을 집주인에게 전가하는 것’이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의 핵심이다.

그러면 금융권 또는 정부가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를 대신 떠안으면서 집주인이 얻는 이익은 무엇일까. 정부는 그 대가로 전세금 인상분 5000만 원을 운영할 때 생기는 이자에 대한 세금을 면제해 준다고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 11월 말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 중 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의 이율은 3.28%다. 여기에 발생하는 이자소득세 15.4%를 적용하면 한 달에 집주인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겨우 2만1000원에 불과하다.

기존 방식으로 전세 인상분을 세입자에 받아 은행에 넣어 놓았을 때보다 매월 2만1000원씩 세금을 감면해 주니 이익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가령 세입자가 이자를 내지 못하면 금융회사는 법적 채무자인 집주인에게 밀린 이자를 대신 갚으라는 독촉장을 보낼 것이다. 집주인이 거기에 불응한다면 그다음 단계는 경매로 넘어가게 된다. 한 달에 2만1000원의 이익을 얻으려다 집까지 날릴 수 있는 리스크를 지게 되는 셈이다. 기대 수익 대비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의미다.

기대 수익 대비 위험 부담 너무 커

심지어 집주인에게는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보다 수익을 더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많다. 첫째, 전세 인상분 5000만 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다면 본인이 직접 담보대출을 받고 세입자에게 반전세로 돌리는 보증부월세(집이나 방을 빌려 바꾸는 대가로 보증금을 건 후 추가적으로 다달이 내는 돈)로 계약하면 된다.

전세금의 일부를 월세로 돌릴 때 법정 허용치는 연 14%이지만 시장에서는 6~12% 사이에서 결정된다. 월 최하 25만 원에서 최고 50만 원의 월세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 대출이자가 월 17만5000원 정도이기 때문에 최하 7만5000원에서 최고 32만5000원의 이익이 발생한다.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 2만1000원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둘째, 세입자가 반전세(보증금에 매달 임차료를 내는 보증부월세와 동일한 개념으로 전세금 상승분을 월세로 돌릴 때)에 응하지 않으면 시세보다 월세를 적게 받아도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보다 이익이다. 어차피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가 적용되더라도 세입자는 월 17만5000원의 이자를 은행에 내야 한다. 그 부분을 은행에 내는 대신 집주인에게 주더라도 세입자로선 다를 게 전혀 없다. 하지만 집주인은 은행에 5000만 원을 맡겨 놓았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자 13만5000원보다 4만 원이 더 많기 때문에 손해가 아니다.

집주인이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를 받아들이면 수익이 오히려 줄고 대신 위험도는 더 커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딱히 내세울 인센티브도 마땅하지 않은 데다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면제 등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주려고 해도 자칫 특혜로 비춰질 수 있어 쉽지 않은 모습이다.

결국 작은 이익에 비해 위험 부담을 크게 느끼는 집주인과 그 리스크를 크게 보지 않고 오히려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크게 보는 정부 및 정치권의 시각의 차이, 또 기대 수준보다 적은 혜택을 받는 세입자의 냉담한 반응이 어우러지면서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이 제도를 도입하면 주택 임대 형태가 전세에서 월세로 급속히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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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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