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을 내리면 국민이 좋아한다? “집 가진 가구 60% 넘어…하락 원치 않아”

2013-01-07 | 작성자 아기곰 | 조회수 14,513 | 추천수 225

18대 대선이 여당의 승리로 끝났다. 이번 선거의 특이점으로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50대의 반란’이라고 할 수 있다. 50대의 투표율이 89.9%라는 경이적인 수치에 달했는데, 이것은 50대 유권자 열 명 중 아홉 명이 투표할 정도로 대단한 열기를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50대를 투표장으로 끌어냈을까. 어떤 사람은 대선 TV 토론에서 일부 야당 후보의 발언에 질려서, 선거 직전 불거진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놀라서, 또는 참여정부 시절 있었다고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북방한계선(NLL) 발언에 자극받아 보수 측 후보를 지지했을 수도 있다. 소위 ‘보수층 결집설’이 그것이다. 물론 그 원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50대가 투표에 많이 참여한 이유를 보수층의 결집에서만 찾기에는 미진한 면이 많다.

이번 18대 대선 출구 조사에서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을 보면 50대가 62.5%, 60대 이상이 72.3%로 60대 이상이 50대보다 훨씬 보수적인 경향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60대 이상 계층은 6·25전쟁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세대이기 때문에 당연히 50대보다 더 보수적인 색을 띠는 것이 당연하다. 때문에 60대 이상의 계층이 보수 여당을 더 지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투표율과 연계해 보면 엉뚱한 수치가 나온다. 이번 18대 대선에서 50대의 투표율은 89.9%로 10년 전인 16대 대선의 투표율 83.7%보다 무려 6.2% 포인트나 늘어났다. 이에 비해 60대 이상 계층의 투표율은 78.8%로 10년 전인 16대 대선의 투표율 78.7%보다 겨우 0.1% 포인트 정도 늘어났다.

만약 이번 선거를 ‘보수층의 결집’이라고 특징짓는다면 50대보다 더 보수적인 60대 이상의 투표율이 16대 대선 때보다 더 올랐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60대 이상의 투표율은 정체된 반면 ‘덜 보수적인’ 50대의 투표율이 급격하게 오른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의 50대는 10년 전 16대 대선 때는 40대로, 대다수가 야당 후보였던 노무현 후보를 찍었던 사람들이다. 이렇듯 10년 만에 정치적 성향을 바꿔 놓고 높은 투표율을 보이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집값 하락은 이제 그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집값 문제’다. 현재의 50대는 1953년생부터 1962년생까지로 베이비부머 세대로 불리기도 하고 요즘 언론에 회자되는 하우스 푸어 세대이기도 하다. 자신의 인생을 즐기기보다 가족을 위해 가장 열심히 일한 세대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들이 벌어 놓은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 특히 주택에 잠겨 있다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50대에게 집 문제는 단순히 비바람을 피하는 곳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자신이 평생에 걸쳐 이뤄 놓은 노력이요 땀의 결과인 것이다. 그런데 평생 동안 노력해 이뤄낸 결과물을 일방적으로 폄훼 당하고 평가절하 당한다면 그 어떤 사람도 기분 좋을 리 없다.

일부 정치인들은 집값에 대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집값이 너무 올랐기 때문에 집값을 내리면 국민이 좋아할 것’이라는 오해다. 이 때문에 선거 때가 되면 엉뚱한 공약들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그럴지 따져보자. 여기서 ‘너무 올랐다’는 것은 주관적인 개념이다. 1억 원짜리 아파트가 10년 후 3억 원으로 올랐다고 하자. 집값이 무려 세 배나 올랐으니 너무 올랐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3억 원짜리인 이 집을 산 사람이 모두 1억 원에 산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1억 원에 산 A라는 사람은 B라는 사람에게 1억5000만 원에 팔았고 B라는 사람은 또 다른 C라는 사람에게 2억 원에 팔았고 C라는 사람은 D라는 사람에게 2억5000만 원에 팔았고 D라는 사람은 E라는 사람에게 3억 원에 팔아 현 시세가 형성된 것이다.

집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집값이 많이 오른 것으로 보일 것이다. 가장 낮은 시세를 기준으로 상승률을 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예전에는 집값이 1억 원이었는데…”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3억 원의 집값이 비싸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 특히 나중에 3억 원에 집을 산 E는 자신이 산 가격에 비해 집값이 전혀 오르지 않았으니 집값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서 어떤 거래부터 잘못된 거래인지 누가 판정할 수 있겠는가. 3억 원짜리 집이 비싸니 1억5000만 원이 돼야 정상이라고 생각한다면 3억 원에 그 집을 산 E라는 사람은 그동안 열심히 일해 벌어 놓은 1억5000만 원을 허공에 날려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상황에서 야권 주자가 토론에 나와 “집값이 비싼 수준이고 더 내릴 것”이라고 하고 주택 관련 세금을 인상하려는 뉘앙스를 풍기니 집을 가진 사람 중 그 누가 좋아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가구 중 집을 가진 가구는 60%가 넘는다. 무주택 가구는 40%가 채 안 된다. 단순히 이 비율만 생각해 보더라도 집값이 오르기를 바라는 사람이 내리기를 바라는 사람보다 많다. 그런데 무주택자 중에서도 상당수는 부모님이 소유한 집을 물려받을 것이니 현재의 무주택자 모두가 집값이 내려가기를 원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더구나 선진국이라고 해도 주택 소유 비율은 70%를 크게 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소득이 불균형한 자본주의 경제의 특성상 아무리 소득이 오르더라도 앞으로 집을 살 수 있는 무주택자의 비중은 전체 가구의 10%를 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결국 전체 유권자의 10%를 위해 60%의 표를 외면한 결과가 바로 이번 대선이다.

국민 재산 지키는 것도 정부의 의무

정치인들이 이처럼 오판하게 되는 이유가 잘못된 전제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기를 바라는가?”라는 내용의 설문을 돌려보면 대다수의 응답자가 “그렇다”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이것은 질문자의 의도와 응답자의 의도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기 바라는 사람들의 심리는 ‘자신의 집값은 떨어지지 않고 자기가 갈아타기 원하는 곳은 떨어지거나 적어도 오르지 않는 것’을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열심히 돈을 모으면 더 좋은 주거 환경을 가진 곳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질문자 의도상의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것은 집값이 오르지 않거나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야 집을 가지고 있지 못한 계층이 쉽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문하는 사람이나 응답하는 사람 모두 동상이몽을 하고 있으니 엉뚱한 설문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그냥 솔직하게 “당신의 집값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우리 후손을 위해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든지, 아니면 더 솔직하게 “당신 집값이 떨어져도 좋습니까?”라고 질문하면 보다 현실적인 설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집값을 반으로 내려 누구나 쉽게 집을 사도록 만들겠다”는 공약은 “통신 요금을 반값으로 만들겠다”는 공약과 전혀 다른 성격이다. 통신 요금은 수혜자가 많고 피해자는 통신 사업자밖에 없지만 집값은 수혜자가 전체 가구 수의 10%에 불과하고 피해자는 전체 가구 수의 60%이기 때문에 저항이 심한 것이다. 자기의 재산을 마음대로 줄여버린다고 하니 위기의식을 느껴 50대 유권자 열 명 중 아홉 명이 투표장을 찾았다.

집을 사는 의미는 단순히 주거할 곳을 마련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다. 단순히 주거할 곳만 원한다면 전세를 살면 되지 세금을 내면서까지 집을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집은 그 사람이 평생을 걸려 모아 온 재산을 담는 그릇이다. 집에 저축 수단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부동산 문제를 풀 수 없는 것이다. 집이 없는 사람에게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생 걸려 모은 재산을 지켜주는 것도 정치권의 의무다. 그런 의무를 저버린 사람에게 줄 표는 없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왜 집값을 올리려고 하는지 우리 정치인들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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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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