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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푸어 구할까, 자가 보유율 높일까

2012-12-27 | 작성자 아기곰 | 조회수 16,397 | 추천수 247

지난 칼럼에서 하우스 푸어 구제책으로 여유 자금이 있는 고소득자들이 하우스 푸어의 집들을 사게 만들어 가계 부채 문제를 해결하자는 해법을 제시했다. 그 걸림돌이 되는 다주택자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모두 철폐함으로써 고소득자나 자산가들이 주택 시장으로 진입하는 장벽을 제거하자는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우리나라 주택정책 방향이 바뀐다면 하우스 푸어 문제뿐만 아니라 전세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현 정부(2008년 2월 말~2012년 10월 말) 들어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16.3%에 불과한 반면 전셋값은 무려 37.5%가 상승했다. 하지만 참여 정부(2003년 2월 말~2008년 2월 말) 때는 매매가가 33.8% 오른 반면 전셋값은 11.3% 상승에 그쳤다.
 
매매가가 많이 오르면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적게 오르고 매매가가 적게 오르면 전셋값이 많이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주택 시장의 수요가 ‘매매 + 임대’라는 것을 명확히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실수요자들이 매매 시장을 기피하고 임대 시장을 선호하면서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게 된 것이다.

이렇게 늘어나는 전세 수요에 비해 전세 공급은 늘어나지 못했다. 공공 임대 시장이 작은 우리나라는 전세 공급자가 다주택자들이다. 1가구 1주택자 중 자기 집을 전세 주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지역에 전세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공급 효과는 없다.

무주택자(세입자)는 수요자이지 공급자가 아니다. 그러므로 임대 시장에서 유일한 공급자는 집을 두 채 이상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다. 그런데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현 정부에서도 지속되면서 다주택자의 수는 늘어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전세 공급도 원활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 하우스 푸어의 집들을 고소득자나 자산가들이 사 주어 다주택자가 양산되면 전세 문제는 완전히 해결될까. 그렇지는 않다. 1가구 1주택자인 하우스 푸어가 집을 파는 순간 임대 시장의 수요자로 되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은 상쇄된다. 그러면 필자가 “우리나라 주택 정책 방향이 다주택자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바뀐다면 전세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다주택자는 주택 시장의 구원투수

현재의 각종 제도에서는 1가구 1주택에 비해 다주택자가 여러 가지로 상당한 불이익을 받는다. 이런 이유로 현재로는 1주택자가 다주택자로 될 동인이 거의 없는 것이다. 다주택자가 됨으로써 얻어질 수 있는 이익보다 불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의 제안대로 다주택자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뀐다면 다주택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이 하우스 푸어의 집을 사주는 것(A)뿐만 아니라 미분양 주택(B)이나 신규 분양 주택 시장(C)의 새로운 수요로 등장하는 것이다.

A의 거래는 전세 시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B나 C의 거래는 전세 시장에 새로운 공급원이 되는 것이다. 결국 다주택자가 주택 시장에 새로운 구원투수로 등장하면서 하우스 푸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세 공급을 통해 전세 시장 안정이라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안에도 문제는 있다. <그림 1>을 보자. 소득이 가장 적은 계층을 1분위, 가장 많은 계층을 5분위라고 할 때 자산의 축적 수준은 소득 격차보다 훨씬 크다. 5분위나 4분위는 순자산의 규모가 집값보다 훨씬 크므로 집을 보유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3분위 중 순자산이 집값보다 적은 사람도 약간의 대출만 끼면 자기 집을 보유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1분위나 2분위에 있는 사람이 집을 마련할 때다. 축적된 순자산이 집값보다 훨씬 적으므로 <그림 2>에서와 같이 상당 부분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대출이 부담이 되면서 하우스 푸어가 양산되는 것이다. 이때 잉여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는 5분위에 속하는 사람들이 하우스 푸어들의 집을 사주면 하우스 푸어 문제는 해결된다고 앞서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하우스 푸어들이 다주택자들에게 자신의 집을 많이 팔수록 유주택자의 비율인 자가 보유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자가 보유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사회 안정 계층이라고 하는 중산층이 점점 얇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국민들이 집을 사도록 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집을 살 때 소득세를 감면해 준다든지 대출 한도를 집값의 80% 이상 해준다든지, 모기지 이자를 상당히 싸게 유지한다든지 하는 정책이 모두 자가 보유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국은 자기 집을 가지고 있는 비율이 우리보다 높은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그림 2>처럼 2분위 사람들에게 무리하게 대출을 해줘 집 마련을 독려한 것이다. 이것이 클린턴 민주당 정부에서 실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정책이다. 당시에는 집값의 95%까지 대출해 주는 등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강력한 대책이 실시됐다. 그러나 원리금 지불 능력이 떨어지는 저소득 계층 중 일부가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서 발생된 것이 바로 서브프라임 사태다.

많은 국민이 자기 집을 가지게 하는 것은 대부분의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이다. 이 명제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림 4>와 같이 모든 국민이 집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집값을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자산 축적이 적은 저소득층이 집을 쉽게 살 수 있도록 저가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해 전체 집값 수준을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이것이 보금자리 주택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심각한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집값을 떨어뜨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공공 건설을 통해 건설사 마진을 줄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원자재 값이나 인건비 등 원가 이하로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더구나 달러화 약세로 각종 원자재 가격이 지난 몇 년간 천정부지로 올랐기 때문에 원가 상승 압력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또한 건축비보다 원가 비중이 더 큰 땅값은 그동안 보금자리의 경쟁력이었던 그린벨트 땅이 무한정 공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싼 주택의 공급은 한계가 있다.

그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하우스 푸어다. 주택 값을 떨어뜨려 자산 축적이 덜된 계층이 상대적으로 쉽게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자체는 좋은데, 문제는 기존에 대출을 끼고 무리하게 집을 산 사람들이다. 같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공급한 아파트인데 어제까지 산 사람은 4억 원에 사야 했는데, 오늘부터 사는 사람은 2억 원이라고 하면 어떤 기분일까.

가장 좋은 방법은 <그림 3>과 같이 모든 국민의 소득을 올리는 방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무주택자가 많은 저소득 계층의 소득을 지속적으로 올려 자산을 축적하고 집을 마련하게 하는 것이다. 부채 없이 누구나 집을 살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세계에서는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계층의 순자산이 늘어나는 만큼 집값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민소득이 높은 선진국에서도 자가 보유율은 70% 선 전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하우스 푸어를 구할 것인가 아니면 자가 보유율을 높일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 현재의 시대 상황이 가계 부채를 줄이고 하우스 푸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면 자가 보유율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다주택자가 하우스 푸어 집들을 살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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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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