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차 양적 완화가 우리나라 경제에 끼치는 영향 " '물가'냐 '수출'이냐…선택의 기로"

2012-10-18 | 작성자 아기곰 | 조회수 16,992 | 추천수 255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3차 양적 완화(QE3)를 발표했다. Fed는 시중 유동성 확대를 위한 QE3를 시행해 매달 400억 달러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 Mortgage Backed Securities)을 사들이기로 했다.
 
미국에서 매달 채권을 사들이기로 한 규모는 45조 원이 넘는다. 우리나라 주택 담보대출의 규모가 400조 원이 채 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양적 완화가 얼마나 큰 규모인지 짐작할만하다(우리나라 주택 담보대출 총액은 아홉 달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

또 기준금리를 0~0.25%로 유지하는 초저금리 기조도 2015년 중반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종전에는 2014년 말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으니 6개월 정도 연장된 셈이다. 더 획기적인 것은 그러고도 노동시장이 개선될 기미가 없으면 MBS를 계속 사들이고 추가 자산 매입에 나서는 동시에 또 다른 적절한 정책 수단을 동원하는 등 추가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경제가 살아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돈을 풀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조치가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알아보자. 미국에서 시중에 돈을 많이 푸는 이유는 1차적으로 시중에 돈이 잘 돌게 하기 위해서다. 경제는 흐름이기 때문에 막힌 곳을 뚫기 위해 양으로 승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에는 문제가 있다.
 
시중에 통화량을 증가시키면 물가도 같이 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체감 물가는 너무 올랐다. 장을 볼 때면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아직까지는 한국의 물가보다 미국이 싼 편이지만 과거와 같이 싸다는 느낌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물가가 오르면 서민이 먼저 고통을 느끼게 된다. 부자라고 하루에 열 끼를 먹지 않기 때문에 기본 생활비는 비슷하게 들어가는데, 서민은 가처분소득이 적기 때문에 그 고통이 부자에 비해 몇십 배에 달하게 된다.

한마디로 많은 사람이 세상이 살기 어려워졌다고 느끼게 된다. 결국 이런 것은 11월 초에 있을 미국 대선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동안 QE3를 미뤄 왔던 것이다.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에 그 시기를 조율해 왔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QE3의 두 번째 목적은 미국 달러화를 평가절하하기 위해서다.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유로화나 엔화와 같은 주요 화폐 또는 위안화나 원화와 같이 대미 무역 흑자가 많이 나는 국가의 통화 대비 낮게 유지함으로써 미국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런 의도는 “미국 제품이 아시아 제품과 비교할 정도로 싸질 것”이라는 벤 버냉키 Fed 의장의 발언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지속적으로 약(弱)달러 정책을 써왔지만 공식적으로는 강(强)달러를 추구한다고 공언해 왔다. 그것이 이번에 깨진 것이다. 약달러 정책을 쓰겠다고 공공연히 발언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 수출 기업에 악재

미국이 약달러 정책을 쓴다는 것은 우리나라에는 환율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수출 기업에 악재다. 예를 들어 환율이 1130원에서 1030원으로 떨어진다면 1억 달러어치를 수출하는 기업에는 원화 표시 매출이 1130억 원에서 1030억 원으로, 100억 원이나 줄어든다는 의미다.

문제는 단순히 매출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이익도 감소하는 데 있다. 원자재를 100% 내수에 의존하는 기업은 이익이 최대 100억 원이 줄어들게 된다. 원자재를 수입하는 임가공 업체는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차이는 있지만, 수출 기업 전체로 보면 악재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수출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경상수지를 압박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나라 정부는 원화 가치가 급격히 올라가지 않도록 환율 방어를 하게 된다. 쉽게 말해 시중에서 달러화를 사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환율 조작이라고 미국이나 일본 정부에서 우리나라를 비난하는 부분이다. 이런 비난을 들어가면서도 수출을 해야 먹고사는 구조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환율 방어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 부분이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이번 QE3를 실시한 이유가 미국 제품의 시장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대표적인 대미 무역 흑자국인 한국이나 중국의 환율 정책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특허로 대변되는 보호주의 무역 전쟁에 이어 본격적인 ‘통화 전쟁’이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원화 강세(환율 하락)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수출 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인위적인 환율 조작이 안 된다면 진짜로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미국이 QE3를 실시한 것처럼 시중에 돈을 풀어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한마디로 ‘물가’냐 ‘수출’이냐의 선택의 기로에 또다시 놓이게 된 것이다. 그런데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 ‘물가냐, 수출이냐’의 선택에서 수출 쪽으로 결론이 나는 이유는 물가는 고통의 문제이지만 수출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내수 규모가 아무리 커진다고 해도 수출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경제구조다. 부존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원유를 1억 달러어치를 수입한다고 한다면 그만큼 달러가 필요하다. 금을 캐서 팔든지, 나무를 잘라 팔아야 석유를 사서 자동차를 끌고 다닐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는 이런 부존자원이 부족하다.

그래서 임가공이라고 불리는 수출산업이 발달하게 된 것이다.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 이를 가공해 다시 수출하는 것이다. 결국 1억 달러의 원유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1억 달러어치만큼 자동차를 팔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1억 달러어치 이익이 날만큼 자동차를 팔아야 하는 경제구조인 것이다. 자원이 많은 사우디아라비아·캐나다·스웨덴과는 다른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는 수출을 늘리기 위해 원화 가치를 지속적으로 떨어뜨려야 생존할 수 있는 나라다. 그렇지 않으면 외환이 부족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와 같은 사태가 찾아오게 된다.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시중에 돈을 풀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물가 때문에 시중에 돈을 풀지 못했다.
 
실제로 2011년 6월에 전년 동기 대비 통화량(M₂) 증가율은 3%에 불과했다. 시중에 돈이 없었던 것이고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도 돈이 귀해졌던 것이다. 그러나 2012년 7월 기준으로 통화량 증가율은 6%로 회복했다. 물가가 안정되자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에서도 슬슬 돈을 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런 조치가 더욱 가속화된 계기가 바로 미국의 QE3 조치다.

2015년까지 저금리 체제 유지할 것

정리해 보면 미국의 QE3는 미국 상품의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달러화 약세를 용인하는 조치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수출 시장이 타격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원화 가치 하락이라는 맞불 작전을 놓을 가능성이 높고, 이는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2015년 상반기 말까지 유지하겠다는 발표도 고무적이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도 이 시기까지 저금리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미국·일본 등 금융 선진국과의 금리 차이가 커질수록 금리 차를 노리는 핫 머니(단기성 투기 자금)의 유입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나라도 2015년까지는 저금리 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고, 이는 채무자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재무 설계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결국 시장이 이런 시나리오대로 흘러간다면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이 유리할지,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유리할지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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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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