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사업의 오해와 이해

2010-01-08 | 작성자 아기곰 | 조회수 17,915 | 추천수 286
‘대박’도 ‘쪽박’도 아닌 ‘실리’의 문제

얼마 전 모 방송국이 재건축 사업에 대한 시사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 재건축 사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얼마나 극단적으로 왜곡돼 있는지 알 수 있다. 재건축이 되면 삼 대가 먹고살 수 있다고 모 재벌 기업의 창업자가 언급했다고 하면서 그 이상의 개발 이익을 기대하는 주민의 인터뷰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재건축으로는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없다며 방송 의도에 맞는 몇몇 인사의 인터뷰 내용도 소개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분들의 발언도 핵심을 한참이나 벗어난 것들이다.

재건축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믿는 사람이나 반대로 쪽박을 차는 것이라는 사람 모두 재건축 사업의 본질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 그러면 재건축 사업은 무엇일까. 재건축 사업을 한방에 인생을 역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여기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 수익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대 수준이 너무 높으면 사업이 시행되지 못하고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그 높은 기대 수익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은 내 집을 마련하는 여러 가지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내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이라면 여러 가지 수단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재건축 대상의 주택을 사서 기다리는 방법도 있고 재개발 지분을 사는 방법도 있다. 아니면 그 지역에서 신규 분양하는 주택을 청약하는 방법도 있고, 청약 자격이 없다면 다른 사람이 당첨된 분양권을 프리미엄을 주고 사는 방법도 있다. 또는 미분양된 주택을 할인받아 사거나 경매를 통해 사는 방법도 있고, 이도 저도 번잡스럽다면 기존 주택을 그냥 사는 방법도 있는 것이다. 각각의 방법마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예를 들어 경매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싸게 살 수 있기는 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지역의 물건이 원하는 시기에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작정 기다리다 타이밍을 놓치면 기존 주택을 쌀 때 사는 것만 못한 경우도 많다.

결국은 집을 마련하는 일곱 가지 수단 중 하나로서 재건축을 이해한다면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재건축을 그 이상으로 생각하면 기대 수준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재개발도 마찬가지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이나 도시정비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유사한 점이 많다.

‘새 아파트’시세 눈여겨보라

지난 몇 년간 재개발 붐이 일면서 재개발 지분 값이 실제 가치보다 많이 부풀려진 곳이 나타나곤 한다. 적정 지분가를 알고 투자하면 좋겠지만 거래 경험이 적은 일반인으로서는 잘 알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간단한 방법을 하나 소개한다. 입주까지 들어가는 비용을 따져보는 것이다. 현재 매입가, 즉 지분 인수가에 추가 부담금을 더하면 되는 것이다. 추가 부담금은 건축비와 추가 지분 인수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빌라 지분 33㎡(구 10평)을 사는데 3억 원이라고 하면 3.3㎡당 3000만 원이 된다. 이 구역의 용적률이 240%라고 한다면 이 빌라의 재개발 후 들어갈 수 있는 아파트는 추가 지분을 사거나 팔지 않아도 79㎡(구 24평)까지는 들어갈 수 있다. 물론 그보다 더 큰 아파트로 들어가려면 추가적으로 지분을 더 사야 하고, 작은 아파트로 들어가면 남는 지분을 현금으로 돌려받으면 된다.

그런데 초기에 투자한 3억 원은 지분(땅)을 매입하는데 들어간 비용이고, 이 땅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건축비를 누군가 부담해야 한다. 건설사나 조합에서 공짜로 지어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 돈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철거비를 포함한 건축비를 최하 3.3㎡당 500만 원씩은 잡아야 하는데 79㎡형이라면 적어도 1억2000만 원은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그러면 총투자비는 지분 인수비 3억 원과 건축비 1억2000만 원을 더한 4억2000만 원이다. 그런데 인근의 79㎡형 새 아파트의 가격이 4억 원이다. 이러면 지분에 거품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근 지역의 79㎡형 새 아파트의 가격이 4억 원이 아니라 4억5000만 원이라면 3000만 원의 이익을 얻은 것이다. 결국 재개발 투자의 수익률은 인근 ‘새 아파트의 현재 시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재개발 투자도 결국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기 때문이다. 재건축도 마찬가지다.

이때 부동산 중개업소나 재개발 조합은 재개발 후 아파트가 6억 원쯤 할 것이기 때문에 투자 수익성이 충분하다고 말할 것이다. 재개발 사업 기간 중의 인플레이션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분까지를 고려한 계산이다. 그러나 이렇게 계산하면 안 된다. 미래의 그 아파트 가격이 6억 원이 될지 7억 원이 될지, 아니면 4억 원이 될지는 그때 가봐야 안다. 그 당시의 경제 상황과 수요·공급에 따라 집값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재 투자는 현재 가치와 비교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재개발이나 재건축 투자는 나중에 새 아파트를 들어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므로 들어가는 총투자비용이 인근 지역의 새 아파트 가격보다 훨씬 비싸다면 굳이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통할 필요가 없이 기존 아파트를 직접 사는 것이 더 싸기 때문이다.

반대로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수익성이 없다고 하는 사람 중에는 사업 기간 중에 투자비용에 대한 금융비용을 감안하면 남는 것이 없다고 한다.

재개발·재건축 투자는 ‘수단’일 뿐

앞에서 예로 든 재개발 사업의 투자성을 다시 한 번 보자. 33㎡형의 대지 지분을 사기 위해 3억 원을 투자했고 1억2000만 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서 총투자비는 4억2000만 원이다. 인근 지역 새 아파트의 가격이 4억5000만 원 정도라면 3000만 원 정도 이익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사업 기간 3년간 금융비용을 총 20% 정도라고 하면 8400만 원이 추가로 들어가니까 79㎡형 아파트를 사기 위한 총비용은 4억2000만 원이 아니라 여기에 8400만 원을 더한 5억400만 원이 되니 오히려 5400만 원이 손해라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리도 틀린 것이다. 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사업 기간 중에 들어갈 이자(금융비용)는 수익성을 따질 때는 계산할 필요가 없다. 투자 수익률은 인근 지역 새 아파트의 현재가와 비교한 것이지, 미래가와 비교한 것이 아니다. 이자는 기간 개념이 들어가는 것이다. 3년치 이자를 계산해 넣으면 3년 후의 인근 지역 집값과 비교해야 하는 것이다. 이자는 미래의 비용이기 때문에 현재가와 비교하면 안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79㎡형 새 아파트에 들어가는 총 소요비용은 금융비용을 포함해 5억400만 원이 맞지만, 이때 주변 새 아파트 가격은 4억5000만 원이 아니라 5억4000만 원쯤 돼 있을 것이다. 물가 상승률이나 유동성 증가율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그때 인근 새 아파트 가격이 5억4000만 원이 아니라 5억 원이 되었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손해가 나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과거에 재개발이나 재건축에 투자하지 않고 인근 새 아파트에 투자했다면 손실액은 더 커졌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기존 아파트를 직접 사는 것보다 한 푼이라도 싸게 마련하기 위한 수단일 따름이다. 결국 인근 아파트 값이 4억5000만 원인 지역에서 대지 지분 33㎡ 3억 원에 샀다는 의미는 기존 아파트를 직접 매입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3000만 원 더 싸게 샀다는 의미다.

집을 살 것인지, 말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다. 집을 사는 사람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고, 집을 사지 않는 사람도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다. 일단 집을 산다고 결정했다면 A 지역에 할 건지 B 지역에 할 건지는 두 번째 문제다. 집을 살 것이고, 그중에서 A 지역에 살 것인데, 기존 아파트를 사는 것보다 더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따져보는 것이 바로 ‘재건축이나 재개발에 투자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세 번째 선택을 하는 단계다.

재건축을 통해 한방에 인생 역전을 노리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세 번째 선택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첫 번째 선택에서나 나올 이슈를 가지고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수익성이 없다고 한다는 사람들의 논리도 구차스럽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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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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