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은 조언일 뿐 ‘오해하지 말자’

2009-11-06 | 작성자 아기곰 | 조회수 28,279 | 추천수 333


카오스 시대 부동산 투자법

지금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과 같은 자산 시장은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는 것 같다. 한쪽에서는 더블 딥의 가능성을 경고하며 작년 말과 같은 대폭락이 올 것이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급격히 늘어나는 유동성의 힘으로 자산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고 하고 있다. 집 한 채가 자산의 전부이거나 그나마도 마련하려면 상당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서민들로서는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기껏 집을 샀는데 집값이 떨어진다면 이도 문제고, 집을 사지 않고 있다가 집값이 급등이라도 하면 그것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기 저기 귀동냥도 해보려고 하고 인터넷에 있는 글들을 찾아서 읽어보지만 오히려 머리만 복잡해지고는 할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럴 때는 판단을 유보한다. 본인에게 불리한 판단을 내릴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어떤 나그네가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길을 나섰다. 길을 가다보니 갈림길이 나왔다. 한쪽 길은 동쪽으로, 다른 쪽 길은 서쪽으로 나 있는 것이었다. 이정표도 없어서 지나가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 이윽고 한 명이 지나가기에 한양으로 가는 방향을 물었다. 그러자 이 사람은 동쪽으로 가라고 했다. 행색이 시원찮아 다른 사람이 더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이번 사람은 한양으로 가려면 서쪽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 후로도 오는 사람에게 그때그때 물어봤지만 서쪽으로 가라는 사람도 있고 동쪽으로 가라는 사람도 있다. 자, 어느 길로 가야 할까.

위에 나온 이야기로는 동쪽이든 서쪽이든 어디로 가야 한양이 나오는지는 알 수 없다. 만약 정답이 동쪽이라면 동쪽으로 간 사람은 다행이지만 서쪽으로 간 사람은 고생을 많이 할 것이다. 반대로 서쪽으로 가야 한양이 나온다면 동쪽으로 간 사람은 아주 심한 고생을 해야 할 것이다.

이 때문에 길 중간에서 어느 쪽 길이 맞을까, 많이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쪽이 맞을까, 저쪽이 맞을까, 중간에서 고민한 사람도 결국 한양에 가지 못해 과거 시험을 보지도 못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정확한 정보 없이 동쪽이나 서쪽으로 간 사람 중 한쪽은 과거에 응시라도 했을 것이다.

잘못된 인터넷 정보, 되레 ‘독’

우리는 정보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읽어도, 읽어도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많은 정보가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한다는 것에 대해 일종의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무조건 많은 정보를 읽어 내린다고 그것이 공부는 아니다. 동쪽인지 서쪽인지 제각각 주장하는 것을 다 읽어보았자 헛갈리기만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것저것 계속 따지다 실기하는 사람보다 단순 명료하게 내지르는 사람이 투자 수익률이 더 좋은 경우도 많은 것이 투자의 세계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따지지 말고 묻지 마 투자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 필자도 이것저것 따지기 좋아하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이론가다. “지혜로운 사람은 볼 수 있는 데까지 보는 것이 아니라 볼 필요가 있는 곳만 보는 것이다.” 오래전 프랑스의 철학자 몽테뉴가 한 말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많은 정보 중에는 ‘득’이 되는 정보도 있지만 ‘독’이 되는 정보도 많다. 그중에서 진실과 거짓을 구분해내야 하는 것이 투자자의 몫이다. 진실과 거짓을 구분해 내지 못한다면 갈림길에서 주저하다가 과거 시험에 응시조차 하지 못하거나 애먼 곳을 헤매다 고생만 하고 과거에 응시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정보의 진위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100명 중 99명이 동쪽이 맞는다고 하고 한 명이 서쪽이 맞는다고 한다면 다수결로 동쪽이 맞을까. 그것은 아니다. 99명의 초등학생보다 한 명의 수학 선생이 미적분을 더 잘 풀 것이다. 앞서 우유부단했던 과객의 실수는 자기에게 길을 가르쳐 준 사람들의 수준을 모두 같이 보았다는 것에 있다. 어떤 사람은 그 고을에서 정해준 정식 안내인이고, 다른 사람은 그 동네에서 껄렁거리는 백수일 따름인 데도 하나하나의 의견을 동등한 것으로 본 것이다.

현실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많은 글이 있지만 모든 글을 같은 비중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그 글 중에서는 한국은행이나 삼성경제연구소와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이 공개한 글도 있지만 여기저기서 짜깁기한 습작 수준의 어설픈 글도 많기 때문이다. 물론 공신력 있는 기관이 내놓은 글들은 틀리면 망신이기 때문에 확실한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대중은 확실한 결론을 원하기 때문에 그런 욕구에 영합하는 글들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수많은 인터넷 스타들이 생겨나고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이런 글들의 문제점은 책임감에 있다. ‘아니면 말고’ 식의 전망을 내놓고 맞으면 스타가 되는 것이고 틀리면 다음번에 다른 아이디로 활동하면 되기 때문에 아류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판을 치는 것이다. 이런 ‘아니면 말고’ 식의 글을 믿고 자신의 피 같은 돈을 투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공신력 있는 기관이 내놓는 정보나 전망은 모두 믿을만한가. 정보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입장의 차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투자에 참고로만 하는 것이 좋고 결정은 본인이 해야만 한다.

필자가 전 직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보통 미국 회사들은 자체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고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 있는 다른 회사에서 납품을 받아 자기 브랜드를 달아 유통 회사에 납품하곤 한다. 기술 개발(R&D), 물류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와 마케팅이 미국 회사들의 핵심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그 회사도 중국의 생산 회사에서 납품을 받기로 했기에, 최종 생산 전 그 회사의 생산 절차나 품질관리에 대한 최종 승인을 해주어야 했다. 그 일로 물류관리 담당 임원이 중국으로 출장을 가야 하는데 그때 공교롭게도 사스(SARS:급성호흡기 증후군)라는 전염병이 중국에 창궐했다. 겁이 난 그 미국인 임원은 자신의 주치의에게 “중국 출장을 가도 되느냐”고 물었고 그 주치의는 “사스는 전염성과 치사율이 높으니 가려면 목숨을 걸고 가라”는 식으로 조언했다고 한다.

투자는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

이때 주치의의 조언이 잘못된 것일까. 그 당시 세상의 그 어느 의사에게 물었어도 같은 의견을 냈을 것이다. “가도 아무 일 없을 테니 가세요”라고 했다가 만의 하나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람은 중국행을 포기했고 회사에는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개인의 생명에 관한 것이기에 출장을 강요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일을 누군가 대신해야 하는데 그 일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도 거의 없을 뿐더러 사스에 대한 공포가 이미 회사 내에 돌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전체 기획을 책임지고 있던 필자가 대신 가게 됐고 다행히 회사 일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당연히 필자는 사스에 전염되지 않았으니까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주치의의 입장에서 보면 필자의 행동은 무모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낸 것은 사스의 공포 때문에 자신의 일에서 달아났던 물류 관리 임원이 아니라 필자였던 것이다. 그 후 그 임원은 다른 사유로 해고됐다.

조언은 조언이다. 조언하는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서 조언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본인을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주치의에게는 그 임원의 건강만이 눈에 보였던 것이다. 그 때문에 회사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점은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이고, 결국 그로 인해 직장을 잃게 만들었던 것이다.

투자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그 누구도 본인의 결정을 대신해 줄 수 없다. 이 때문에 투자는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이라고 정의하는 것이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비관론과 낙관론이 팽팽하게 맞붙는 이 시기를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은 본인 자신이고 성공 투자로 이끄는 힘은 ‘신중을 가장한 우유부단함’이 아니라 어떤 상황도 이겨낼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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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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