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해제 ‘닷새 후 잔치’일 뿐…전세난 심해질 것

2009-09-02 | 작성자 아기곰 | 조회수 16,625 | 추천수 314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획기적인 주택 정책 검토’를 예고하면서 그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그린벨트의 해제다. 우리나라의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긴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주택이 부족한 이유는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필요 이상으로 보유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이런 시각을 가진 인사들이 참여정부의 주택 정책에 개입하면서 주택 공급보다는 수요의 억제에 초점을 맞춘 주택 정책을 펴 왔던 것이다. 그 결과 지난 몇 년간 수도권, 특히 서울의 주택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졌다. 이런 후유증이 지금의 ‘전세대란’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택의 건설 기간을 감안할 때 주택 공급 정책은 그 당시보다는 2~3년 후의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의 공급 확대에서 다주택자는 전혀 상관없는 변수다. 예를 들어 어느 마을에 여덟 가구가 살고 있고 집이 열 채라고 하자. 가구당 집이 한 채씩 돌아가고 두 채가 남으므로 이 마을의 주택 보급률은 125%다(주택보급률=주택 수÷가구 수). 그런데 이 열 채의 집이 네 사람의 소유라고 하면 이 마을의 자가보유율은 50%에 불과하다(자가보유율=집을 가진 가구 수÷전체 가구 수). 나머지 집을 소유하지 못한 네 사람은 임대를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뒷마을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이 마을에는 열 가구가 살고 있고, 집이 여덟 채라고 하자. 가구당 집이 한 채씩 돌아가기에는 두 채가 모자라므로 이 마을의 주택보급률은 80%다. 누군가 두 가구는 독채가 아닌 문간방에서 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마을 여덟 채의 집이 여섯 사람의 소유라고 하면 이 마을의 자가보유율은 60%에 이를 것이다.

앞마을과 뒷마을 중 어느 동네의 전세 문제가 심각할까. 당연히 뒷마을이다. 문간방에 사는 두 가구가 돈을 모아서 독채로 이사 가려고 시도할 때마다 뒷마을의 전세 시장은 요동칠 것이다. 뒷마을의 자가보유율이 앞마을보다 높지만 이것은 전세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임대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주택보급률이다. 그러므로 내 집 마련이 당장 어려운 서민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소유를 하든 안 하든 주택이 많이 보급될수록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린벨트 해제, ‘난관’ 많아

이런 측면에서 현 정부의 주택 정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은 서민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런데 문제는 수도권, 특히 서울의 경우 아파트를 지을 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20%가 넘는 사람들이 국토의 6%밖에 되지 않는 좁은 땅에 몰려 살고 있으니 주택 문제는 당연히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에서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기존 주택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밀도를 높이는 재건축이나 재개발과 같은 도심 재개발 사업이나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하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짓는 것이다. 현 정부는 전자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취해 왔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와의 의견 불일치 등 여러 문제로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이번에는 후자를 통한 주택 공급을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가 현시점에서 적절한가. 그동안 논의조차 터부시되었던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통수권자의 입에서 그 가능성이 언급됐다는 것만으로도 ‘획기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

첫째,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 아직도 지방의 수많은 미분양 주택을 놔두고 수도권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 중에는 본인은 할 수 없어서 수도권에 살지만 다른 사람은 왜 수도권에 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더욱이 ‘그린벨트의 훼손=자연 파괴’라는 대목에 이르면 어떤 명분으로도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다. 도시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과제에는 공감하지만, 그것을 풀어가는 방법에는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다. 이해 당사자라고 하면 그린벨트 내의 사유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나 세입자 등 그 지역 내에 거주하거나 경제활동을 해 온 원주민을 말한다. 전자의 경우 그동안 행사하지 못했던 재산권에 대한 보상 심리 때문에 시세보다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고, 후자의 경우도 삶의 터전을 주장하며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많은 요구를 할 것이다.

셋째, 그린벨트에 지어질 저가형 주택에 대한 법령의 정비도 시급하다. 다시 말해 기존 주택과의 시세 차익을 청약 당첨자가 가져갈 것인가, 아니면 공공의 몫으로 남겨둘 것인가를 먼저 정해야 하며 이에 대한 법령을 완비해야 한다.

주택이 모자라는 곳에 주택을 공급하면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주택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전제 조건은 적정 규모 이상의 주택이 공급돼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지역에 주택이 수천 채가 모자라는데 겨우 몇 십 채 정도를 공급하고서는 기존 주택 가격의 하락을 기대할 수 없다. 새로 공급하는 주택의 가격을 아무리 싸게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저가 주택이 대량으로, 또한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는 한 기존 주택 값을 내리는 데는 무리가 있다. 자신이 3억 원에 분양 받았다고, 시세가 5억 원인 지역에서 4억 원에 집을 팔려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지어 분양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매매용 주택이라면 그 혜택은 최초로 분양받은 몇 사람에게만 돌아갈 것이다. 한마디로 알을 낳는 암탉을 잡아서 백숙을 해 먹은 것이다. 후손 대대로 누려야 할 그린벨트를 몇몇 사람의 이익을 위해 훼손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대는 크지만 당장은 ‘글쎄’

그러면 어떡해야 할까. 정부가 보호해 주어야 할 사람들은 집을 살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서민들이다. 그러므로 그린벨트에 지어질 주택은 전량 임대용 주택이거나 토지를 정부 등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 사용권만 인정하는 반값 아파트 형태의 주택이어야 한다. 이 경우에도 프리미엄의 발생으로 또 다른 사회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개인 간의 거래는 금지하고 지방자치단체나 주택공사 등 공공기관 등과 개인과의 거래만 인정해야 한다.

결국 그린벨트는 공공의 것이기 때문에 그 혜택을 운이 좋은 몇몇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것으로 계속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지를 정부가 확실히 보여야 그린벨트가 투기장화되는 것을 막고 실수요자들의 주거 안정에 이바지할 수 있다.

그러면 그린벨트 해제가 주택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앞서 언급한 대로 그린벨트 위에 공급되는 주택이 임대 실수요자 위주로 되고 그 물량이 상당하다면, 향후 임대주택 시장은 안정될 것이다. 임대주택 시장이 안정된다는 의미는 임대주택 사업자들에게는 정부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음을 뜻하는 것으로, 앞으로 임대 수익률이 지금보다 훨씬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매매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돼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렇게 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으며 시간이 상당 기간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섣부른 발표에 따라 싸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집을 살 능력이 있는 사람까지 전세를 살면서 향후 주택 시장의 추이를 살피려 할 것이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지금의 전세난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의 부지가 마련된 곳이라도 아파트를 건설해 시장에 공급하려면 최소 2~3년은 소요된다. 그런데 법령도 정비되지 않고 주택을 당장 지을 부지도 마련되지 않은 그린벨트에 주택이 진짜로 들어서는 것을 보기까지는 적어도 5년 이상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닷새 후 큰 잔치를 벌인다는 사또 나리의 말씀에 지금부터 굶는 순진한(?) 사람들이 없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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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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