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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값 급등 불러 …‘과세’ 신중해야

2009-08-11 | 작성자 아기곰 | 조회수 18,725 | 추천수 344
전세 보증금 과세와 주택 시장



정부가 전세 보증금에 대한 임대소득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전세 보증금을 받아 은행에 예치하거나 다른 곳에 투자할 때 생기는 소득도 임대소득의 일부라고 판단해 과세를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세 보증금은 수입이 아니라 언젠가는 돌려주어야 할 부채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고, 야권은 물론 여권의 일부에서조차 반발하고 있어 법제화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전세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임대 형태다. 입주할 때 일정액을 집주인에게 맡겨 놓고 계약 기간이 끝나면 전액을 돌려받으므로 한국 상황을 잘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자선사업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전세 제도가 발달하게 된 데는 한국만의 특수한 경제 환경이 있었다.

임대인이 전세를 주면 얻게 될 이익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부족한 투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안전한 사금융이라는 점이다. 2년이라는 전세 기간 동안 무이자로 투자금의 일부를 조달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는 절반의 투자금을 전세로 조달하다 보니 투자 수익을 얻는 지렛대 효과가 생긴다. 셋째는 전세금으로 다른 곳에 투자하거나 은행에 예금 등을 해서 얻어지는 이익이다.

그런데 전세 제도로 인한 이런 이익들은 외국보다 한국에서 더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만 전세 제도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앞서 기술한 지렛대 효과의 이점을 살리려면 주택 시장의 상승률이 높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주택 보급률이 선진국보다 훨씬 낮았으므로 집값 상승률이 높았었고 이에 따라 별도의 월세를 받지 않더라도 지렛대 효과만으로 얻어지는 투자 수익이 더 컸었던 것이다.

또한 외국에서는 낮은 금리로 쉽게 투자 자금의 대부분을 은행에서 빌릴 수 있으므로 지렛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과거에 금리도 높았고 은행의 문턱도 높았기 때문에 은행 대출을 통한 지렛대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 이것이 자금 조달로서의 전세 제도의 역할이다.

‘고금리’가 전세 제도 만들어

전세금을 투자에 이용하지 않는 경우라도 외국에서는 수신 금리가 낮으므로 잉여 자금을 은행에 예탁해 얻을 수 있는 기대 수익이 낮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과거 고금리 정책을 유지해 왔으므로 전세금으로 받은 돈을 은행에 맡기기만 해도 상당액의 이자소득이 발생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높은 주택 가격 상승률과 제도권 금융 대출의 어려움, 그리고 고금리라는 한국만의 특수한 경제 환경 때문에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전세 제도라는 독특한 임대 형태가 발달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전세 제도의 존재 가치를 유지하게 했던 경제 환경이 이제는 바뀌었다. 주택 보급률이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면서 이제는 아무 데나 집을 사 놓는다고 오르던 시대는 지났다. 또 지난 몇 년간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것은 한국에서도 정착됐다. 이와 함께 한국 금융시장이 개방되면서 한국만의 고금리 시대는 이제 다시 오기 어려운 경제 환경이 된 것이다. 다시 말해 과거에 전세 제도를 탄생시켰던 한국만의 특수 상황이 이제는 거의 사라지게 된 것이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09년 6월 현재 월세 이율은 0.96%다. 이것을 연리 수준으로 환산하면 11.5%가 조금 넘는다. 다시 말해 전세금을 받아 은행에 넣어두거나 투자해 얻는 이익이 연간 11.5%가 넘는다면 전세가 유리한 것이고, 그 이하면 월세가 유리하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저축성 예금 수신 평균 금리가 2.84%인 것을 감안하면 수익 측면에서 전세보다 월세가 월등히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미래에는 우리나라도 전세 제도가 점차 사라지면서 선진국과 비슷하게 월세 제도가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국의 경제 환경 변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임대인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이 높지 않았던 이유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안전성이다. 수익 측면에서만 보면 월세를 받는 것이 전세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것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이것은 월세가 매달 제대로 들어온다는 전제 조건하에서다. 만약 월세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수입은 없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임차인이 월세를 내지 않으면 본인의 신용 점수(credit point)에 영향을 받게 된다. 월세를 내지 않아 신용 점수가 낮아지면 자동차를 할부로 사기도 어렵고 은행에서 돈을 꾸어도 다른 사람보다 3% 정도 높은 이자를 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특수한 사정이 발생하지 않는 한 꼬박꼬박 월세를 내는 것이 관행이 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런 금융과 사회활동을 연동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다.

둘째는 시장의 수요다. 집을 빌려주는 임대인은 수익 측면에서 월세 형태를 선호한다고 하더라도 세입자는 매달 일정 금액을 내야 하는 월세보다 원금의 손실이 없는 전세를 선호한다. 이런 수요의 불균형 때문에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이 높지 않았던 것이다.

셋째는 세제상 불이익이다. 전세는 2002년부터 다주택자라고 하더라도 전세로 얻은 이익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을 줬다. 실질적인 세금의 많고 적음을 떠나 세금을 싫어하는 일반인의 속성상 월세 제도보다 전세 제도를 선호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이러한 요인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올해 상반기의 임대 형태를 보면 우리나라 평균 58.5%가 전세다. 서울은 그 비율이 61.0%나 된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6년간 통계를 보아도 전국 평균이 58.0%, 서울이 61.2%로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7년간 우리나라 임대 시장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국민은행 통계가 시작된 2001년 8월부터 2002년 7월까지 1년간의 통계를 보면 전국 평균이 54.8%, 서울이 57.1%로 상당히 다르다. 2002년을 기점으로 전세가 월세에 비해 4%포인트나 늘었던 것이다. 2002년부터 전세 수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었던 것을 감안하면 정책의 변화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가져왔는지 알 수 있다.

전세 값 뛰면 집값도 ‘껑충’

바로 이 세 번째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 이번에 정부의 의도대로 법안이 통과돼 전세 보증금에 대해 임대 수입으로 간주, 세금이 부과된다면 그동안 전세 시장을 유지해 온 버팀목이 하나 없어지는 셈이다. 이는 단순히 2001년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 전세 비율이 지금보다 4%포인트 정도 줄어드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경제 환경의 변화로 임대인으로서는 전세 제도로 얻는 이익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월세로 임대 형태를 바꾸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서 전세로 나온 물건은 최소한 지금보다는 7% 정도(4%포인트를 환산한 수치) 줄어들게 되며 전세를 선호하는 세입자의 수요와 맞물려 전세금의 인상은 당연한 수순이 되는 것이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2001년 10월에 69.5%로 꼭지를 찍은 후 점점 떨어져 올해 1월에 52.3%까지 하락해 바닥을 찍었다. 그 후 반등을 시작해 6월에는 52.7%까지 오른 상태다. 아파트 값 매매 상승률보다 전세 값 상승률이 더 높다는 의미다. 당장의 전세 값 상승도 문제이지만 전세 값이 오르면 몇 년 후 집값이 뛴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서민의 입장에서 그리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정부는 전세 보증금에 대한 과세를 통해 부족한 세수를 늘릴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세수 확보 차원에서 이 제도를 도입한다면 전세금 앙등으로 인한 서민 주거 불안 등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전세 보증금의 과세가 주택 시장에 끼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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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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