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집과 내 집은 고를 때 기준이 다르다

2014-09-15 | 작성자 아기곰 | 조회수 16,228 | 추천수 172
미래에 사줄 사람의 필요성도 고려해야…저평가 판단은 ‘전세-매매 비교법’ 활용

최경환 경제팀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이 눈에 띄게 활기를 찾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 시장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통로를 넓혀 놓았고 금리 인하를 통해 대출을 받은 사람의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또한 그동안 부동산 시장의 침체 원인이었던 내수 시장을 활성화한다고도 하고 양적 완화를 통해 시중에 자금을 대거 푼다고도 한다. 추가적인 부양책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시중의 급매물들이 급속히 소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소식이 들릴 때마다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사람들은 가슴이 철렁한다. 집을 사려는 것을 미루면 집값이 치솟아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집을 덜컥 사면 집값이 떨어져 손해를 보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왜 내가 산 집은 떨어지기만 할까 

그러면 처음 마련한 집값이 다른 집에 비해 오르지 않거나 떨어지는 이유는 왜일까. 가장 큰 원인은 전세를 고르듯이 집을 고르기 때문이다. 그 집에 들어가 산다는 점에서 보면 전셋집을 고르는 것이나 집을 사는 것이나 다른 것이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집을 사 보지 않고 전세만 살아 본 사람이라도 좋은 집을 고를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세를 고르는 것과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전세는 아무런 투자 가치가 없는 곳이라도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임대인이 원금을 돌려주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본인이 편한 데로 전셋집을 선택하면 된다. 본인의 직장이 가까운 곳이든지, 본인의 친인척이 살고 있는 근처라든지 살기 편한 새 아파트를 구하면 된다. 

하지만 집을 살 때는 전세를 고르는 것과 차이가 많다. 전세는 계약 기간 이후를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매매는 나중에 팔 때를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산 가격보다 그 누군가가 더 비싼 가격에 자기 집을 사 줘야 집값이 오르는 것이다. 결국 전세는 ‘자기 필요성’만 충족하면 되지만 매매는 ‘자기 필요성’과 미래에 자기집을 사줄 그 누군가의 필요성도 충족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직장은 가깝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직장이 멀면 자기 집은 팔리지 않는 것이고 자신의 친인척 가까이 산다고 남이 그 집을 사 주는 것은 아니다. 자기가 살기 좋다고 새 아파트를 골랐지만 몇 년 사용하고 나서 낡아진 아파트를 비싼 값에 사 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비싼 전세를 사는 것은 싼 전세를 사는 것보다 주거비를 많이 쓰는 것이다. 경제적 이익 대신 주거 만족도를 선택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마찬가지로 잘 오르지 않을, 즉 투자 가치 없는 주택을 사는 것은 그만큼 주거비로 돈을 쓰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면 주거도 하면서 집값도 오를 수 있는 소위 ‘투자 가치 있는 내 집 마련’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 될까. 좋은 매물을 찾는 것은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보다 어렵다. 그런데 백사장의 수많은 모래를 하나하나 들추면서 이것은 어떤가, 저것은 어떤가 하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인 행위다. 마찬가지로 세상의 무수한 주택 중 이것은 어떨지, 저것은 어떨지 하고 찾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그러면 어떻게 투자 가치 있는 매물을 찾아내야 할까. 이를 위해 세 가지 절차가 필요하다. 첫째, 어느 지역에 투자해야 할 것인지 먼저 정해야 한다. 우선 본인이 원하는 지역의 현재 시세가 과연 저평가됐는지 아니면 거품인지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작년에 비해 시세가 1억 원 떨어진 ‘갑’이라는 지역과 1억 원 오른 ‘을’이라는 지역이 있다고 하자. 갑이라는 지역은 저평가된 것이고 을이라는 지역은 거품일까. 그렇게 단정하기는 이르다. 기간을 5년 정도로 길게 봤더니 ‘갑’이라는 지역은 그동안 너무 올라 조정됐던 것이고 ‘을’이라는 지역은 그동안 너무 내려 기술적으로 반등했던 것이다. 5년 전 가격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갑’ 지역은 2억 원 오른 셈이고 ‘을’ 지역은 2억 원 내린 셈이다. 그러면 이번에는 반대로 을이라는 지역은 저평가된 것이고 갑이라는 지역은 거품으로 봐야 할까. 기간을 10년쯤으로 길게 보면 반대의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빨리 움직이는 자가 웃는다

그러면 그 지역이 거품인지 저평가된 지역인지 알 수 있는 객관적인 방법은 없을까. 필자가 고안해 낸 ‘전세-매매 비교 분석법’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100% 실수요라고 할 수 있는 전셋값 상승률과 매매가 상승률을 비교하는 방법이다. 이 분석법은 어떤 지역이 좋아져 매매가가 올랐다면 100% 실수요라고 할 수 있는 전셋값도 올랐을 것이라는 상식에서 출발한다. 

매매가는 올랐지만 전셋값이 오르지 않았다면 그 지역에 사는 실수요자들이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물론 미래 가치를 위해 일시적으로 매매가 상승률과 전셋값 상승률 사이에 괴리가 발생될 수 있지만 10년 정도 오랜 기간을 놓고 분석해 보면 이런 시차에 따른 괴리도 극복할 수 있다. 매매가 상승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셋값 상승률이 낮은 지역은 거품 가능성이 높다. 실수요가 적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매매가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지역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매매가 상승률에 비해 전셋값 상승률이 높은 곳은 실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셋값이 급등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저평가 지역으로 분류할 수 있다. 다만 이런 분석은 10년 정도의 긴 기간을 놓고 분석하는 것이 안정적이다. 전셋값이든 매매가든 지역별로 순환 상승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짧은 기간만 분석한다면 왜곡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전세-매매 비교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 방법은 분석 기간 동안 누적해 어떤 지역이 저평가됐는지, 거품이 있는지 알려주는 것이지 미래에 이 지역이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느 지역이든 현재 시세는 지금의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고 이것을 변화시키려면 강력한 호재가 있어야 한다. 그 지역이 좋더라도 그것은 이미 매매가든 전셋값이든 현재가에 반영돼 있고 미래에 가격이 오르려면 그 지역의 주택 수요를 늘릴 수 있는 강력한 호재가 있어야 한다. 근처에 직장이 늘고 종업원이 급증한다든지, 업무 중심지까지 새로운 교통수단이 생긴다든지, 좋은 학교가 들어온다든지 하는 새로운 호재가 나타나야 추가적인 주택 수요를 이끌어 낼 수 있고 그 지역 집값이 오르는 것이다. 

셋째, 적당한 매물을 찾는 것이다. 첫째 방법으로 저평가된 곳을 찾았고 둘째 방법으로 미래 가치가 있는 곳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막상 적당한 매물이 없다면 그림의 떡이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싼 매물은 언제 나올까. 모두가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할 때 집을 파는 사람은 없다. 더 기다리면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는데 미리 팔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결국 싼 매물이 나오는 시점은 집 소유자들도 집값이 떨어질 것 같다고 생각할 때다. 문제는 이 시기에는 매수자도 매물을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이 셋째 단계는 투자자 본인에게 달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의 변화를 매도자보다 먼저 감지하고 먼저 달려갈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매물을 활황기 때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밀짚모자는 겨울철에 장만하라는 격언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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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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