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규제 완화, 부동산 매입 신호탄인가

2014-08-25 | 작성자 아기곰 | 조회수 14,625 | 추천수 180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최대 수혜…집값 오르려면 ‘상승 기대감’ 필요


지난 7월 24일 내수 활성화, 민생 안정, 경제 혁신을 기치로 내건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이 발표됐다. 그중 주목할 부분은 내수 활성화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 몇 가지 굵직한 대책을 내걸었다. 

첫째, 추가경정예산에 버금가는 재정 보강 등 확장적 거시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재정을 통해 11조7000억 원, 금융 지원을 통해 29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돈이 잘 돌지 않는 시중에 자금을 투입해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의도다. 

둘째, 가계 소득 확충을 위한 직접적인 정책 방안을 도입한다. 지난 수년간의 내수 침체 원인이 가계 소득 증가 정체에 있었다는 것을 정부가 인정하고 대책을 세웠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198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기업 소득 증가율과 가계 소득 증가율이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참여정부 들어서면서부터 기업 소득 증가에 비해 가계 소득 증가가 둔화되더니 MB 정부 때는 그 격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의 이익이 가계 소득으로 이어지는 소위 ‘낙수 효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실질임금 상승률을 살펴보면 2001~2005년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4.4%였던 반면 2006~2010년은 1.7%, 2011~2013년은 0.3%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기업의 이익을 임금 인상이나 주주 배당에 많이 쓰도록 유도하고 세금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쓴다는 것이다. 


셋째, 전 방위적인 주택 시장 정상화를 통해 내수 활성화를 꾀한다. 우선 시장 과열기에 도입한 규제를 합리화한다는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한다. 또한 저리의 디딤돌 대출 지원을 확대하고 주택 공급을 적정 범위 내에서 조절한다. 또한 투자 활성화를 위해 GTX라고 불리는 수도권 광역철도(3조1000억 원)와 제2 서해안 고속도로(2조6000억 원)를 조속 추진한다.


전체 주택 절반은 LTV 완화와 무관
이번 발표에서도 나타났듯이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기존에는 지역별 또는 금융권별로 LTV 한도가 차등 적용됐다. 이런 이유로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 대출 한도가 충분하지 않으면 비싼 이자 부담을 내고서라도 제2금융권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조치를 통해 지역이나 금융회사와 차별 없이 담보 가치의 70%까지 대출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7억 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LTV를 50%밖에 적용 받지 못했기 때문에 3억5000만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이것이 70%로 늘어났기 때문에 4억9000만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과거보다 20%인 1억4000만 원을 더 대출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 이렇게 LTV가 늘어나 혜택을 보는 곳은 어디일까. 첫째, 앞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6억 원이 넘는 주택이 가장 큰 수혜주다. 이 때문에 고가 주택이 많은 지역에서 이득을 볼 확률이 높다. 

2014년 7월 말 기준으로 수도권에 있는 아파트 중 6억 원을 초과하는 것은 전체 11.7%인 42만4526가구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33만909가구(전체 주택 중 26.8%)로 조사됐다. 그중에서 강남구에 8만137가구가 들어서 있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강남구 전체 아파트 중 81.0%에 달한다. 결국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구가 이번 조치의 최대 수혜주인 셈이다. 

둘째, 전셋값 비율이 낮은 곳일수록 이번 조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LTV 한도는 순수 대출금뿐만 아니라 전세금을 포함한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 3억50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던 7억 원짜리 아파트가 지금은 4억90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여기에 전셋값 5억 원에 들어 있다면 대출은 한 푼도 나올 수 없다. 결국 전셋값 비율이 70%가 넘는 주택은 이번 조치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7월 말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 비율은 68.9%에 이른다. 전체 주택의 절반 정도가 LTV 한도 증가와 상관이 없는 셈이다. 결국 전셋값 비율이 낮은 주택일수록 실제 대출이 많이 나오게 된다. 서울 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전셋값 비율은 평균 30% 수준이다. 낡았기 때문에 전셋값이 낮은 것이다. 재건축 아파트는 전세를 끼고 과거에는 집값의 20%(=LTV 한도 50%-전셋값 비율 30%) 정도 대출을 받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 두 배인 40%(=LTV 한도 70%-전셋값 비율 30%) 정도까지 대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결국 이번 LTV 한도 증가의 최대 수혜주는 강남권 소재 6억 원이 넘는 재건축 아파트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50%로 적용되던 서울의 DTI 한도가 60%로 늘어나 실질적 대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혼돈의 시기’가 매수 적기일 수도
주택 구입 지원 자금인 디딤돌 대출도 대출 지원 대상이 확대된다. 기존에는 무주택자만 혜택을 줬지만 기존 주택을 가진 사람도 기존 주택을 일정 기간 내에 처분한다고 하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 예산은 한정돼 있다. 상반기 약 5조 원의 예산이 집행됐는데, 하반기에는 최대 6조 원의 예산을 배정할 것이라고 한다. 상반기보다 절대 금액은 늘어났지만 그 대상이 1주택자까지 확대됐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시장의 반응은 어떨까.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발 빠른 수요자들은 시장에 남은 급매물들을 서둘러 매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매도자들은 매물을 회수하거나 호가를 올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LTV나 DTI 한도가 증대됐다거나 디딤돌 대출의 대상이 확대됐다고 집값이 급등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돈을 싸게 더 빌려주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만약 집값이 지금보다 떨어진다면 내 집 마련이든, 투자든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그러므로 시장에서 집값이 더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 최소한 물가 상승률만큼이라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확산될 때 비로소 이번 조치가 빛을 발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이번 조치는 장작을 마련해 놓은 것이다. 장작만으로는 불을 피울 수 없다. 불쏘시개가 있어야 장작에 불이 붙어 따뜻한 겨울을 지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대출 한도 증액도 중요하지만 시장에 일관성 있는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 정부의 후속 조치에 기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실수요자는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 세계경제도 좋지 않고 내수 경기도 좋지 않다. 더구나 그나마 살아나던 주택 시장을 2·26 조치로 정부에서 꺼뜨린 바 있기 때문에 상황이 좋지 않다. 하지만 정부에서도 과거 정부와 달리 내수 부진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이에 대한 다각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내수 경기가 점차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주택 시세는 매매가든 전셋값이든 그 시대 경제 상황의 거울이다. 

경기가 풀리고 내수가 활성화되면 매매가나 전셋값은 자연스럽게 오를 수밖에 없다. 물론 실수요자로서는 이런 내수 회복의 증거가 확실히 보이면 매수에 나서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화되면 시세는 지금보다 훨씬 더 올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주택 거래는 백화점에서 물건 사는 게 아니다. 개인과 개인과의 거래인 만큼 매도자가 싸게 팔아야 싸게 살 수 있다. 경기가 활성화되고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시장에 퍼진다면 싸게 팔 매도자는 하나도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내 집 마련의 적기는 지금과 같은 혼돈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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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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