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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가’ 무시한 주택 투자는 백전백패

2014-07-14 | 작성자 아기곰 | 조회수 14,037 | 추천수 160

다른 곳보다 싼 데는 그만한 이유 있어…과거 가격과 단순 비교도 금물

주택 거래의 첫 단추는 현재가를 인정하는 것이다.


# 케이스 1
“아기곰님, 뭣 좀 여쭤 봐도 될까요?”
“네, 말씀하십시오.”
“OO지역에 가 봤더니 집값이 너무 싸더라고요. 99㎡(30평)대 아파트가 3억 원 정도밖에 안 해요. 거기에 한 채 살까요?”
“그곳 전세 시세는 어느 정도인가요?”
“한 1억5000만 원 정도 하는 것 같아요.”
“전세 시세도 싸네요. 작년 집값이나 전세 시세는 어느 정도였나요?”
“작년이나 재작년도 지금과 비슷했던 것 같아요. 집값이 싸서 사 놓으면 어떨까 해요.”
“사지 마세요.”


필자가 어떤 분과 통화한 내용 중 일부다. 기껏 발품 팔아 싼 투자처를 찾아온 사람에게 왜 사지 말라고 한 것일까. 그 지역 집값이 싸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매수자로서는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이나 관심을 갖던 지역의 집값에 비해 절대치가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싸다고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집값이 낮다고 투자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지역의 집값이 낮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낮은 것이다. 매매가뿐만 아니라 전셋값까지 낮은 이유는 그 지역 주택 수에 비해 수요가 부진한 때문이다.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의 의사 결정이 모여 만들어진 게 바로 ‘현재가’다. 매수자가 싸다고 착각해 그 매물을 살 수 있지만 매수자보다 그 지역에 오래 살았고 그 지역을 잘 아는 다른 사람들이 추가적으로 매수하지 않는 한 집값은 오르지 않는다. 남들이 찾지 못한 보석을 혼자 찾았다고 착각하지 마라. 그것은 세입자든 집주인이든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수많은 시장 참여자를 무시하는 오만에 불과할 따름이다. 어떤 지역의 현재가가 형성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집값이나 전셋값이 비싼 곳을 거품이라고 폄훼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자산이나 소득을 기준으로 본인이 주관적으로 평가한 것에 불과하다. 본인보다 자산이나 소득이 많은 수많은 사람이 오랜 기간 그 지역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왔기 때문에 그 지역의 집값이나 전셋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수요가 많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곳이 반드시 투자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수요도 많지만 현재의 높은 현재가 자체가 이미 수요를 반영해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가는 현재가다.


# 케이스 2
“아기곰님, OO지역의 집값이 너무 내린 것 같은데 지금쯤 사 두면 좋지 않을까요?”
“언제부터 내렸는데요?”
“2007년쯤부터 지속적으로 내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사려고 하나요?”
“예전보다 싸게 사면 이익 아닌가요?”
“아니요.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 대비 싸다는 이유로 투자 가치가 있는 것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예전에 샀던 다른 사람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위안은 될 수 있을지언정 그 자체가 투자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집값이 비쌌던 예전에는 그것이 심리적 효과였든 수요가 많아서였든 그 가격을 형성할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고 현재는 그 이유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가격이 내린 것이다. 예전의 가격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가격이 내렸다는 이유만으로는 불충분하며 가격을 끌어올릴 상당한 변화, 즉 새로운 호재가 없는 한 가격 회복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1997년 외환위기 때나 국제 금융 위기 때는 집값이 급락한 후 비교적 이른 시간 내에 집값을 회복한 일이 있다. 이런 경험이 떨어진 집값은 언젠가는 회복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하지만 거래 없이 단기간에 급락한 것은 그 이유가 해소되거나 투자 심리가 호전되면 쉽게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오랜 기간 상당한 거래를 동반하며 지속적으로 빠진 것은 경우가 다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많았기 때문에 상승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그 지역이 집값이 다른 지역보다 더 떨어진 것은 수요 감소나 공급과잉 등 투자 환경의 변화 때문이므로 그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반등은 쉽지 않다.


# 케이스 3
“아기곰님, OO지역의 집을 사고 싶은데 집값이 너무 오른 것 같은데 지금 사도 괜찮을까요?”
“어느 정도 올랐는데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와 비교해 보면 1년 동안 2000만~3000만 원은 오른 것 같습니다.”
“그 지역 전세는 같은 기간 동안 얼마나 올랐나요?”
“한 5000만 원 오른 것 같습니다.”
“집값이나 전셋값이 왜 그렇게 많이 올랐을까요?”
“작년 말에 근처에 기업들이 많이 이전했는데 그 영향이 아닐까요?”
“바로 그겁니다.”


두 가지 이유다. 첫째, 지금보다 집값이 쌌던 시절과 현재의 가격 차이가 있는 것은 그 지역의 수요 변화 때문이다. 수요가 몰리면서 오른 집값을, 수요가 적었던 시절과 비교하는 것 자체는 의미 없는 일이다. 실수요가 늘면서 집값이 오른 것인지, 아니면 투기적 수요 때문에 집값이 오른 것인지 알아보려면 전셋값 추이를 보는 것도 방법이다. 전세는 100% 실수요이기 때문에 집값은 물론 전셋값마저 다른 지역보다 더 올랐다면 그 지역의 수요 증가가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급매물’ 모두 빠진 현재 시세가 ‘진짜’
둘째,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대한 해석 문제다. 2006년부터 실거래가가 공개되면서 주택 거래의 참고 자료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물론 같은 단지라도 향이나 동의 위치 또는 수리 여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실거래가 공개 분에는 이런 정보가 담겨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확한 시장 상황을 알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강의 가격 범위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실거래가 공개가 주택 거래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주택 시장이 침체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소위 하우스 푸어가 자금난 때문에 급하게 집을 파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급매들이 매물로 나오게 됐고 매수자들도 급매 외엔 급하게 살 이유가 많지 않으니 급매만 거래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결국 급매만 거래되는 현상이 지속되다 보니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는 ‘급매가 공개’가 돼 버린 것이다. 이런 현상이 가장 기승을 부렸던 때는 작년 상반기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이후 각종 규제가 완화되면서 거래가 늘어났다. 시중의 급매가 다 소진됐던 것이다. 팔 사람은 다 팔았다고 봐야 한다. 지금 매물을 내놓은 사람 중 상당수는 ‘제값에 팔리면 팔고 아니면 말고’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결국 그동안 집값이 지속적으로 오른 것이 아니라 급매가와 정상가의 차이가 착시 현상을 보인 것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수기의 급매 가격보다 더 낮게 사는 것이 가능할까. 얼마 전 실수요자들은 시세보다 10% 정도 싸면 매수 의사가 있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보도된 바 있다. 여기서 핵심은 소위 ‘시세’라는 것의 정체다. 집주인이 임의로 부른 매도 호가를 시세라고 생각하면 10% 인하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 시세가 국토부 실거래가라면 거기서 10%를 깎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국토부 실거래가 자체가 급매가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 시세는 과거 시세일 따름이고 현재 시세는 현재 시세일 따름이다. 과거 시세는 과거의 투자 환경을 반영한 것이고 현재 시세는 현재의 투자 환경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수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밀고 당기면서 만들어 내는 ‘현재가’다. 주택 거래의 첫 단추는 현재가를 인정하는 것이다. 거기서 얼마나 더 좋은 물건을 더 싸게 사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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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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