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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초 위기 용산 개발이 남긴 교훈 “대규모 개발 땐 충분한 ‘수요 조사’ 필수”

2013-04-15 | 작성자 아기곰 | 조회수 12,522 | 추천수 186

단군 이후 최대 프로젝트로 불려왔던 용산 프로젝트가 이제는 골칫덩이로 전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피해자가 양산될 것으로 보이는데, 용산 사태가 주는 교훈을 살펴보자.

말도 많았던 4대강 사업의 규모가 25조 원이지만 용산 프로젝트는 그보다 더 많은 31조 원짜리 대형 프로젝트다. 그런데 자본금은 달랑 1조 원에 불과하다. 물론 1조 원이라는 돈도 천문학적으로 큰 금액이지만 전체 프로젝트의 규모에 비하면 너무 적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1억 원밖에 없는 사람이 31억 원짜리 건물을 짓겠다고 나서는 격이다.

그러면 나머지 30조 원의 자금은 어디서 조달할까. 해외 투자자를 비롯한 외부 투자자의 투자를 받는다든지 금융권에서 자금을 빌린다든지 하는 방법도 있지만 용산 개발이 성공하면 얻어질 개발 이익, 즉 ‘분양 수익’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이 분양 수익을 노리고 여러 민간 투자사들이 용산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다.

허황된 부동산 거품이 낳은 개발 사업 치부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용산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입안된 것은 참여 정부 시절인 2006년이다. 이 당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이 뜨거웠다. 시세도 가장 높았을 뿐만 아니라 시세 상승률도 꺾일 줄 모르고 오르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용산 프로젝트는 아파트나 주상복합 등의 주거 또는 오피스 건물이 2006년 시세보다 훨씬 높게 오를 것이라는 전제 조건하에서 작성됐다. 예를 들면 용산 개발이 끝나면 용산 지역의 임대료 수준이 강남 테헤란로 임대료보다 훨씬 높게 형성될 것으로 가정하거나 아파트나 주상복합의 시세도 강남 주거지보다 훨씬 비싸게 분양될 것을 전제로 작성된 것이다.

빈 사무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오피스 시장의 현실이나 지난 몇 년간 하락을 거듭해 온 고가 주택 시장의 현실에 비춰 보면 터무니없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 그 계획을 입안하고 용산 띄우기에 참여한 사람들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다는 게 문제다. 이러한 용산 띄우기에는 그 당시 정부의 책임도 있다. 그 증거가 2006년 5월에 있었던 버블 세븐 지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평촌·용인 등 7개 지역을 거품이 많은 곳으로 지정한 것이 버블 세븐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평촌이나 용인은 다른 다섯 지역보다 시세가 낮고 상승률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기 때문에 버블 세븐에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 버블 세븐 지정 직전인 2006년 4월 말의 지역별 아파트 시세를 보면 강남구가 ㎡당 898만 원으로 전국 1위였다.

뒤를 이어 과천 2위, 서초구 3위, 송파구 4위, 용산구 5위, 양천구 6위, 분당이 7위였다. 하지만 버블 세븐에 들었던 평촌은 15위, 용인은 16위로 다른 버블 세븐 지역이나 심지어 버블 세븐에서 제외됐던 과천이나 용산에 비해 비싼 곳이 아니었다. 상승률로 봐도 KB국민은행 시세 통계가 시작된 2003년 6월부터 2006년 4월까지 평촌이 속한 안양시 동안구의 상승률이 32.1%에 그친 반면 용산구의 상승률은 38.2%에 달했다.

더구나 같은 기간 중 전세 상승률은 동안구가 20.8%에 달한 반면 용산구의 상승률은 8.6%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버블 세븐 지정 당시에도 거품은 평촌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용산에 있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어느 지역의 집값이 급격히 오른다고 거품이 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그 지역에 고임금의 회사가 많이 들어서거나 교통수단이 새로 개통되면 주택 수요는 따라서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느 지역이 고평가됐는지 아니면 저평가됐는지 여부는 정부에서 정하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정하는 것이다. 정확히는 그곳에 사는 실수요자들이 정하는 것이며 그것은 바로 전셋값으로 나타난다.

어떤 지역이 정말 살기 좋다고 하면 그 지역에 사는 실수요자들이 먼저 안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전셋값이라도 주저하지 않고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그 지역의 인프라가 나쁘다면 실수요자가 외면하면서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버블 세븐을 지정할 당시 실수요가 거의 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이미 폭등하고 있었던 용산이 버블 세븐에서 제외된 이유는 정부의 ‘용산 띄우기’에 있었다고 본다. 이런 눈물겨운(?) 노력에 힘입어 버블 세븐 지정 당시 5위였던 용산의 집값은 현재 전국에서 세 번째로 비싼 곳이 됐다. 반면 전셋값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아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곳이 바로 용산이다. 

“전셋값 상승률 높은 곳이 거품 없는 투자처”

조인스랜드 파워시세에 따르면 2004년 1월 용산의 일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당 389만 원이었고 전셋값은 189만 원이었다. 대략 99㎡(30평)형 아파트 가격이 3억8900만 원, 전셋값은 1억8900만 원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던 것이 현재는 매매가 6억8600만 원, 전셋값 3억100만 원을 웃돈다. 9년 2개월 동안 매매가는 76% 오른 반면 전셋값은 59% 상승에 그친 것이다.

한편 2004년 1월 송파의 일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당 425만 원으로 용산보다 9%나 비쌌다. 그러나 2013년 3월 현재 지금 시세는 614만 원으로 오히려 용산보다 10%나 싸다. 반면 현재 ㎡당 전셋값은 333만 원으로 용산보다 11%나 비싸다. 지난 9년 2개월 동안 송파 지역 매매가는 44% 오른데 그친 반면 전셋값은 무려 84%나 상승했다.

용산의 실수요(전세) 증가에 비해 미래 시세에 대한 기대감으로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용산은 전셋값보다 매매가 상승률이 높은 이유는 미래 가치, 즉 용산이 개발됐을 때 얻어질 이익이 선반영된 것이다. 만약 용산 개발이 백지화된다면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형성된 시세는 거품으로 변한다. 향후 용산 프로젝트의 향방에 따라 용산 일대의 시세 하락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면 높은 집값을 유지하는 것이 용산 프로젝트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주변 시세를 높게 유지해야 아파트든 주상복합이든 고분양가로 분양할 수 있는 것이고 이 자금으로 용산 프로젝트가 개발 가능한 것이다. 31조 원짜리 프로젝트의 자본금이 1조 원에 불과한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실수요자건, 투자자건 분양을 받는 사람은 분양받은 후 시세가 오른다는 믿음이 있어야 투자하게 된다. 하지만 분양가 자체가 무리하게 책정되면 투자자에게 이익이 없는 셈이다. 결국 용산 프로젝트는 투자가가 먹을 몫을 개발 주체들이 차지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해외 자본을 유치하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용산 개발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능력이 없어서 해외 자본을 유치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아무리 자금 여유가 있더라도 수익성이 불투명한 시장에 쉽게 투자하려는 기업은 없다. 더구나 해외 자본 투자처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용산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해외 자본을 유치해 개발하려는 많은 프로젝트가 용산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가져온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용산 사태를 보면서 투자자로서 배워야 할 것은 신문의 헤드라인만 보고 투자하면 필패라는 것이다. 용산을 포함한 새로운 개발지의 홍보성 기사를 보고 ‘투자해 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사람이라면 평생 모은 돈을 쉽게 넣지 말고 더 공부한 뒤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다. 실수요자들이 인정하는 곳, 즉 전셋값 상승률이 높은 곳이 거품이 없는 투자처라고 할 수 있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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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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