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경과 후 임차인과의 협의에 따른 차임조정 약정

2018-06-25 | 작성자 최광석 | 조회수 3,702 | 추천수 66

  ‘임대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할 때마다 물가상승 등 경제사정의 변경을 이유로 임대인, 임차인간 협의에 따라 차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의 임대차계약내용이 실무상 적지않은데, 계약체결 당시에는 불분명하게나마 합의되었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서는 차임 협의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갈등하다가 결국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곤한다.  

  참고될만한 좋은 판결을 소개키로 한다. 대법원 2003. 2. 14.선고 2002다60931  건물명도 등 판결인데, 유사한 분쟁해결에 유용한 매우 의미있는 판결임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홈페이지에는 아직 비공개되고 있다(관련 재판에서 검색을 통해 입수했다).

  임대차계약서상에서 정한 차임조정 협의에 임차인이 응하지 않고 기존차임만을 공탁해버리자, 임차인의 계약위반을 주장하면서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점포의 명도를 청구한 사안이다. 

  먼저, 원심이 인정한 기초사실은 다음과 같다.
 


    가. 원고를 포함한 을육빌딩 및 그 대지의 소유자들은 1995. 2.경 을육빌딩재건축조합(이하 재건축조합이라 한다)을 결성한 후, 1995. 7. 7. 위 빌딩에 인접한 덕수빌딩을 인수한 주식회사 성창에프엔디(변경전 상호 주식회사 성창니트, 이하 성창이라 한다)와 사이에, 위 두 빌딩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지하 7층, 지상 20층의 상가 및 업무용 건물 ‘밀리오레’를 재건축하여 성창과 재건축조합이 그 공유지분(성창 지분 65%, 재건축조합 지분 35%)을 갖되, 성창이 재건축조합의 지분에 해당하는 밀리오레 상가의 임대분양을 책임지고 그 분양금으로 재건축조합의 공사대금에 충당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성창은 1995. 6.경부터 분양대행회사들을 통하여 밀리오레 상가를 분양하였는데, 재건축조합의 지분에 해당하는 상가는 임대분양을, 성창의 지분에 해당하는 상가는 구분소유권등기를 경료해 주고 50년 동안의 대지사용권을 주기로 하는 등기분양을 하였는바, 위 분양대행회사들은 임대분양의 원활한 유치를 위해, 임대분양을 받으면 등기분양시 부담할 취득세, 양도세 등을 피할 수 있고, 임차기간 중 임차권의 양도 또는 전대가 가능하며, 그 임대기간을 5년 또는 20년으로 정하여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50년까지는 계약갱신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분양상담을 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재건축조합과 성창은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다.
    다. 피고 박00은 밀리오레 1층 상가에 대하여 임대분양신청을 하여 1996.경 재건축조합과의 사이에 임대차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임대분양계약을 체결하였는바, 그 내용으로 ① 상가의 위치는 추첨에 의하여 결정하고, ② 총분양대금은 금 80,000,000원으로서 그 중 금 45,000,000원은 임차보증금, 금 29,500,000원은 개발촉진비(재건축 전 임차인에 대한 보상금, 홍보비, 운영경비), 금 5,500,000원은 분양수수료로 각 정하되 개발촉진비와 분양수수료는 상가개발을 위하여 사용한 금액이므로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어떠한 명목으로도 청구할 수 없으며, ③ 차임은 월 금 400,000원(부가가치세 별도)이고, ④ 잔금 불입과 동시에 분양계약서는 무효가 되고 임대차계약서로 대체되며 분양계약서는 반드시 반환하되 임대차계약서 작성시에는 개발촉진비와 분양수수료를 제외하고 임대차보증금만 기재하기로 각 정하였다.
    라. 그 후 위 밀리오레가 완공되었고 그 중 피고 박00이 위 임대분양계약을 체결한 점포 부분이 추첨에 의하여 이 사건 상가로 확정되고 1998. 8. 3.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원고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자, 원고와 피고 박00은 1998. 8. 28.(임대차계약서는 1999. 8.경 작성되었다)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보증금 45,000,000원, 차임 월 금 400,000원(부가가치세 별도), 차임지급시기 매월 28., 기간 1998. 8. 28.부터 2003. 8. 27.까지로 하는 임대차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마. 이 사건 계약 당시 원고와 피고 박00은, 임차기간 중 임차권을 타인에게 양도할 때 명의변경을 하여 주고, 차임은 최초 계약일로부터 2년 후 매 1년마다 협의조정하며, 임대인인 원고가 임대차계약기간 중 매 1년마다 주변의 동종 또는 유사업종 상가의 사례, 물가상승률, 공조공과의 증감 기타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임차보증금, 차임을 조정할 수 있다고 정하였다(이하 차임 조정에 관한 약정 부분을 ‘이 사건 차임조정약정’이라고 한다).
    바. 피고 박00은 이 사건 상가를 피고 김00에게 1998. 8. 28. 보증금 15,000,000원, 차임 월 금 900,000원으로 정하여 전대하여 오다가, 2000. 10. 1. 보증금 20,000,000원, 차임 월 금 2,400,000원으로 증액하였고, 그 후 정00에게 2001. 8. 28. 보증금 20,000,000원, 차임 월 금 2,500,000원, 기간 2002. 8. 27.까지로 정하여 전대하여 위 전차인들이 영업을 하여 왔다(원고의 신청으로 2001. 1. 3. 채무자를 피고 김00로 하여 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이 내려지고 그 무렵 위 결정이 집행되었다). 
    사. 한편,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일로부터 2년이 경과할 무렵인 2000. 8.경부터 차임을 월 금 1,400,000원으로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하며 종전 차임의 수령을 거절하자, 피고 박00은 그 인상폭이 과다하다면서 이에 불응하고 2000년 9월분부터 2002년 3월분까지 종전 차임 상당액을 변제공탁하였고, 원고는 그 중 17개월분 차임에 해당하는 금 6,800,000원을 이의를 유보한 채 수령하였다.
 


  이에 대한 원심법원의 판단요지는 다음과 같다.  


    원심은, 원고가 2000. 8.경 피고 박00에게 월 차임을 인상하도록 협의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위 피고는 종전 차임 상당 금원을 일방적으로 변제공탁함으로써 차임 조정협의 자체에 응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였는바, 2000. 10. 26. 위와 같은 사유를 들어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였으므로, 피고들은 원고에게 이 사건 상가를 명도하고, 피고 박00은 위 해지 이후인 2000. 10. 27.부터 명도완료시까지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대하여, 원고가 2000. 8.경 차임을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한데 대하여 피고 박00이 이에 응하지 아니하면서 종전 차임 상당액을 변제공탁한 사실만으로 차임 조정협의 자체에 응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피고 박00은 차임 조정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차임 연체에 따른 책임을 면하기 위하여 위와 같이 변제공탁한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그리고 위 차임조정약정이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차임에 관한 협의조정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 임대인에게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차임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 박00이 원고가 일방적으로 인상한 차임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하여 바로 해지권이 발생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위 청구를 배척하였다.


  대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은 다음과 같다. 


   임대차계약에 있어서 임대인이 임대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할 때마다 물가상승 등 경제사정의 변경을 이유로 임차인과의 협의에 의하여 그 차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약정의 취지는, 임대인에게 일정 기간이 지날 때마다 물가상승 등을 고려하여 상호 합의에 의하여 차임을 증액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되 차임 인상요인이 생겼는데도 임차인이 그 인상을 거부하여 협의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는 법원이 물가상승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하여 정한 적정한 액수의 차임에 따르기로 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다39334, 39341 판결 참조), 한편 당사자 사이에 협의가 성립되지 아니하여 법원이 결정해 주는 차임은 그 증액청구의 의사표시시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생기는 것이나 그 결정시까지는 종전의 차임액을 지급하여도 차임 지급의 지체가 되지 않는 것이므로, 임대인이 위와 같은 차임증액청구권에 기하여 임차인에게 사정변경에 따른 차임의 조정에 관한 협의를 요구하였으나 임차인이 그 협의 자체를 거부할 뜻을 명확히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당사자 사이에 차임 조정에 관한 협의가 불성립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서 이를 이유로 임대차계약 자체를 해지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할 것인바,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차임조정약정은 임대인인 원고에게 사정변경에 따른 차임증액청구권을 부여한 것으로서 임대인인 원고가 사정변경을 이유로 임차인인 피고 박00에게 차임 조정에 관한 협의를 요구하였으나 피고 박00이 이에 불응할 뜻을 명확히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당사자 사이에서 차임 조정에 관한 협의가 불성립한 것으로서 법원에 적정한 차임의 확정을 위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위와 같은 협의 불응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같은 취지에서 원고에게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해지권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그 이유 설시에 있어서 다소 미흡한 점은 있으나 결론에 있어서 정당한 것으로 수긍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법률행위의 해석을 잘못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비록 파기되지는 않았지만, 원심법원의 부적절한 이유설시에 대한 대법원의 지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물가상승 등 경제사정의 변경을 이유로 임차인과의 협의에 의하여 그 차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약정의 취지는, 임차인의 차임인상 거부로 협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법원이 정한 적정 액수의 차임에 따르기로 한 것이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원고의 차임인상요구에 대해 피고 박00이 이에 응하지 아니하면서 종전 차임 상당액을 변제공탁한 사실만으로 차임 조정협의 자체에 응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법원의 이유설시로 인해 차임조정협의 자체에 응하지 않으면 계약위반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오해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런 취지의 약정만으로는 임차인과 합의되지 않는 한 임대료 인상을 관철하기 위해서 반드시 재판절차, 더구나 비용이 많이 드는 감정까지 거쳐야하는 등 임대인으로서는 번거롭고 득이 되지 못하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결국, 분쟁을 줄이면서 최소한의 인상이라도 관철하기 위해서는 보다 분명한 인상 기준, 예를들어  ‘----를 감안하여 협의하되 협의가 되지 않으면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직전 연도 소비자상승률에 따라 정한다’는 정도로 약정내용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이상-



<관련판결>
★ 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다39334,39341(병합) 판결[임대료]
임대차기간은 10년, 임대료는 연 3,500,000원으로 하되 3년 간을 기준으로 3년이 경과한 후 물가상승요인 및 공공기관의 공인인상요금의 비율에 의거 양자의 합의에 의하여 인상지급하기로 한 임대료증액에 관한 약정은 임대인에게는 10년의 임대차기간 중 3년이 지났을 때마다 그 다음 3년 간의 임료를 상호 합의에 의하여 증액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동시에 임차인에 있어서는 3년 간의 기간 중에는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약정된 임료가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도 임료인상을 할 수 없도록 하고 그 3년의 고정기간이 지난 후에도 임대인의 일방적인 임료인상요구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상당한 액수로 곧바로 임료가 변경되는 것이 아니고 임대인과 임차인에게 적정한 임료액에 관하여 합의를 하도록 하여 합의가 성립되면 그것이 상당한 금액인 여부에 관계없이 이에 의하는 것이고, 한편 임료의 인상요인이 생겼는데도 임차인이 인상을 거부하여 합의가 성립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임료의 증액이 전혀 허용되지 않는 것이 아니고 물가상승요인 등을 고려하여 법원이 인정하는 상당한 액수의 임료에 의하는 취지의 약정이라고 볼 것이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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