盡人事, 待天命 !

2018-04-17 | 작성자 최광석 | 조회수 1,363 | 추천수 33

  1심 패소사건을 2심에서 수임한 후 각고의 노력 끝에 승소하여 기억에 깊이 남는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은 드라마틱한 사건으로 2017. 5.경 칼럼으로 작성해서 발표하기까지 했다. 바로 “헐값에 토지를 매도한 어느 의뢰인의 사건 수임기”라는 제목의 칼럼이다. 

  그런데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을 검색하다가 깜짝 놀랄만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해당 2심 판결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설마 하는 마음으로 판결을 읽어 내려갔는데, 동일한 사안이 대법원에서 정반대로 판단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법원 판결 소개에 앞서,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2017. 5.경 당시 발표된 칼럼 내용을 요약해서 소개한다. 


 시세를 오인하여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부동산을 매도하였다고 하더라도 일단 체결된 계약을 무효화시키거나 취소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이런 경우에 불공정한 법률행위를 주장하거나 사기,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로 구성하여 재판하게 되지만, 판례상 인정되기는 쉽지 않다.  

 다음에서 소개하는 사례는, 토지를 시세에 비해 약 40% 낮은 금액에 처분하게 된 것을 뒤늦게 알게 된 매도인이 계약에 따른 이전등기를 거부하자, 매수인으로부터 이전등기청구의 소송이 제기된 사건이다. 불공정한 법률행위, 사기, 착오 취소가 재판에서 쟁점이 되었지만, 1심에서는 ‘여전히 계약은 유효하고 따라서 매도인은 이전등기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 승소판결이 선고되었다. 필자는, 다른 소송대리인을 통해 진행된 1심 재판에서 패소한 의뢰인인 피고로부터 항소심 사건을 수임하게 되었다. 항소심 수임 이후 사건기록 검토 결과, 계약에 따른 이전등기를 주장하는 원고 청구에 대해 피고는 ‘당초 하천예정부지였던 이 사건 매매 부동산이 계약체결 당시에는 하천예정부지에서 해제된 상태였는데도, 중개업자와 매수인은 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령의 매도인에게는 이를 알리지 않고서 시세보다 약 40%나 낮은 금액에 팔게 하였다는 점에서, 법리상 불공정한 법률행위, 사기, 착오 취소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항변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개업자나 매수인의 악의에 대한 입증도 여의치 않았을 뿐 아니라, 앞서 본 대법원 판례 이론하에서 시세에 대한 오판을 이유로 이미 체결된 계약의 무효나 취소를 판단받기란 매우 어려워보였다. 비록 의뢰인이 시세에 어두운 노인이고 매수인으로부터 정확한 사실을 고지받지 못한 채 토지를 헐값에 처분하게 되어  “보호가치” 면에서는 의뢰인이 보호받아야 할 사안으로 보이지만, 일단 체결된 계약에 대해서는 함부로 그 효력을 부정하려는 시도는 좀처럼 허용치 않는 판례라는 현실을 넘기란 쉽지 않았다. 의뢰인의 1심 재판 패소는 적어도 법리적으로는 이상할 것이 없었다.

 따라서, 항소심에서의 승소를 위해서는 “시세 오인”에 머물러 있던 1심 재판 주장에서 탈피한 다른 이론구성이 필요해 보였다. 뭔가 상황을 새롭게 반전시킬 만한 새로운 논리가 필요했는데, 이때 필자의 머리를 스쳐간 것이 “명의신탁”의 법리였다. 이 사건 매매대금 315,000,000원 중 계약금 30,000,000원은 매수인인 원고에 의해 송금이 이루어졌지만, 반면 잔금 285,000,000원은 원고가 아닌 유00의 명의로 피고에게 송금된 점에서 “명의신탁” 이론에 착안하였다. 1심 소송대리인은 이를 단순히 미등기전매의 시도로 바라보았지만, 미등기전매라고 하더라도 체결된 계약을 무효화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계약무효로 판단될 수 있는 명의신탁으로 사안을 새롭게 구성해 본 것이다. 즉, 비록 이 사건 매매계약의 매수인 명의는 원고(중개업자의 부인)이지만 실제 매수 당사자는 잔금 송금자인 유00가 아닐까? 다시 말하면, 이들이 명의신탁 약정을 체결하고서 이 사실을 알지 못한 피고와 이 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구성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만약 필자의 의문이 사실이라면,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이고 현행법상 보호받을 수 없는 것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염두에 두고서 상대방에 대한 석명과 함께 진실규명을 위한 형사고소까지 진행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상대방은 이런 새로운 이론구성을 크게 의식하지 못한 때문인지, 미등기전매가 아니라는 점을 방어하는 데 급급하면서 실제 매수자는 원고가 아니라 유00라는 점을 사실상 인정하는 취지로 답변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주장의 큰 틀은 마련했지만, 마지막까지 확신을 가지지 못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명의신탁 이론의 구조에서 보면, 이 사건은 명의신탁자인 유00를 대신하여 수탁자인 원고가 의뢰인인 매도인과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점에서 계약명의신탁 유형에 해당되는데, 문제는 부동산실명법상 명의신탁인지 여부를 매도인이 알았는지, 몰랐는지에 따라 완전히 법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매도인의 선악이 이 사건의 관건이 된다. 즉, 매도인인 의뢰인이 악의이면 부동산실명법의 원칙에 따라 매도인과 매수인 간, 즉 이 사건 원피고 간 매매계약이 무효이지만, 반대로 매도인이 선의이면 이 사건 매매계약이 유효할 수 있다. 그 때문에 계약 효력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의뢰인으로서는 “악의”를 주장할 필요가 있다.

 문제에 대해 의뢰인이 알지 못했지만, 분쟁이 되면서 재판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비로소 명의신탁사실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런 경우의 매도인의 인식을 “선의”로 보아야하는지, “악의”로 보아야하는지가 논란이 될 수 있었다. 명의신탁에 관한 저술 경험까지 있는 필자였지만 이 쟁점에 대해서는 한 번도 선례를 본 적이 없었다. 결국, 유리한 사례를 찾기 위해 대법원 도서관까지 직접 방문한 끝에, 이 점에 관한 대법원 판단은 아직 없었고, 하급심 판결도 단 1건, 다행히도 의뢰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유리한 취지의 판결을 검색할 수 있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며칠 전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피고인 우리 측 승소, 즉 피고에게 이전등기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1심판결을 취소하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2심에서 새로이 개발하여 피력한 명의신탁의 법리를 통해 승소판결이 선고되었다. 2심 판결의 관련 부분 판단은 다음과 같다.


★ 서울고등법원 2017. 5. 24. 선고 2016나2053679  소유권이전등기
 
    (1)  ---  위 인정사실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김00이 원고로부터 매매계약의 체결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아 원고를 매수인으로 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이상 이 사건 매매계약의 매수인은 원고라고 보아야 하는 점, ② 김00, 원고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원고, 김00, 유00, 황모씨가 일치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의 실제 매수인은 유00라고 진술하였고, 유00이 원고에게 30,000,000원을 변제하고, 잔금 285,000,000원을 부담하며, 자신의 명의로 이 사건 각 토지의 취득을 위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은 사실은 위 진술에 부합하는 점, ③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이후 매수인 명의를 유00로 변경하려고 하였다거나, 유00이 자신의 명의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유00이 이 사건 매매계약의 매수인을 원고로 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되도록 한 이상, 그와 같은 사정이 원고와 유00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위와 같은 사정들은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실제로 이 사건 각 토지를 매수할 의사가 없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원고가 유00로부터 잔금을 차용하여 원고의 자금으로 잔금이 지급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가 유00로부터 잔금을 차용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와 유00 사이에서는 유00이 이 사건 각 토지의 실제 매수인으로서 이 사건 각 토지를 취득하되 다만 그 매수인 명의를 원고로 하기로 하는 명의신탁약정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⑵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및 제2항 본문의 적용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고,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이므로, 명의수탁자가 매수인이 되어 매도인과 체결한 매매계약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는다고 하더라도 그에 기한 물권변동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와 유00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이고, 원고와 유00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원고가 피고로부터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등기를 이전받는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결국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은 “법적 불능”인 이행불능 상태에 있다고 할 것이다.
    ⑶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의 적용 여부
      ㈎ 한편,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본문이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물권변동은 무효로 한다”고 정하면서, 제2항 단서에 “다만,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어느 한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 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에서 명의수탁자인 원고가 매수인이 되어 피고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피고가 원고와 유00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던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 그러나, 아래 ① 내지 ③항 기재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매도인이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알지 못하였으나 그 이후 매매계약에 따른 등기를 이전할 때에는 계약명의신탁 약정을 알게 된 경우 매도인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매수인에게 대항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부동산실명법이 제4조 제2항 단서 규정을 둔 취지는, ‘명의신탁약정의 무효 및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무효’라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및 제2항 본문 규정을 통한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매도인이 명의신탁약정의 당사자가 아닌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의 경우에도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따른 물권변동을 무효로 하되, 다만 계약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모르는 매도인과의 매매계약에 기하여 등기가 이전된 경우에는 거래상의 혼란을 피하고 매도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물권변동이라고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효력을 인정하기 위한 것이다.
        ②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와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약정의 무효 및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무효라는 원칙에 대한 예외 규정인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 규정은 그 범위를 가능한 제한적으로 해석함이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에도 부합한다.
        ③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 규정이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던 매도인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매도인이 매매계약 체결 당시에는 매수인이 계약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라는 사정을 알지 못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매매계약에 따른 물권변동 이전에 계약명의신탁약정 사실을 알리면서 그와 같은 사정을 들어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함으로써 계약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위 조항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매도인이 스스로, 예외적으로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 규정에 따라 유효한 물권변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보호를 받기를 포기하고, 매매계약 체결 이후에라도 계약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알게 된 사정을 들어 부동산실명법이 정한 원칙에 따라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에 의한 물권변동은 무효이므로 매수인의 소유권이전등기 요청을 거절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 규정을 둔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 오히려 매도인이 스스로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알고 있음을 이유로 위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도인이 계약 당시에는 몰랐다는 사정을 들어 매수인의 소유권이전등기요청에 응하여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강행법규 위반행위에 협조할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서 부동산실명법의 본래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고가 매매계약 체결 당시에는 명의신탁약정을 알지 못하였으나 이후 원고에게 등기를 이전하여 주기 이전에 명의신탁약정을 알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준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가 적용되지 않아, 원고의 등기가 유효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할 것이어서, 결국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에는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몰랐다는 사정은 피고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상태에 있다는 판단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⑷ 소결론
      그러므로 피고가 원고와 유00 사이의 명의신탁약정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이행불능 상태에 있다고 할 것이고, 매도인인 피고는 명의수탁자인 원고에 대하여 명의신탁약정의 무효 및 이에 따른 물권변동이 무효임을 사유로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판결 선고 후 상대방이 이에 대해 상고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의뢰인은 최종 승소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위 2심 판결 선고 후 거의 1년 만에 동일한 쟁점의 다른 사건에서 정반대의 대법원 판결 선고가 내려진 셈이다. 판결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대법원 2018. 4. 10.선고 2017다257715  소유권이전등기
  1.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는 명의신탁약정(제1항)과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제2항 본문)을 무효라고 하면서, 제2항 단서에서 ‘다만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어느 한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 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정하고 있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는 부동산 거래의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상대방이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계약과 그에 따른 등기를 유효라고 한 것이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2다202932 판결 등 참조).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그 계약과 등기의 효력은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매도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매도인이 계약 체결 이후에 명의신탁약정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위 계약과 등기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 매도인이 계약 체결 이후 명의신탁약정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우연한 사정으로 인해서 위와 같이 유효하게 성립한 매매계약이 소급적으로 무효로 된다고 볼 근거가 없다. 만일 매도인이 계약 체결 이후 명의신탁약정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사정을 들어 매매계약의 효력을 다툴 수 있도록 한다면 매도인의 선택에 따라서 매매계약의 효력이 좌우되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2. 원심판결에 따르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15. 9. 23. 피고로부터 그 소유의 제1심 판결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을 1억 5,000만 원에 매수하기로 하고(‘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 같은 날 피고에게 계약금 1,500만 원을 지급하면서 잔금 1억 3,500만 원은 2015. 10. 13. 지급하되 그중 8,000만 원은 피고의 전세보증금 반환채무를 승계하기로 약정하였다.
  나. 원고의 딸인 김00는 자신의 이름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할 경우 생애최초 주택구입에 따른 혜택을 잃어버리게 되는 점을 감안하여 원고의 이름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피고에게 위와 같은 사정을 말하지 않았다. 김00는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시 원고와 함께 참석하였고, 원고는 김00의 신한은행 계좌에서 출금한 1,500만 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하였다.
  다. 이후 피고는 2015. 10. 7.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이 재건축 대상에 해당하게 된 사정변경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를 통지하면서 그 이행을 거절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매매계약 체결의 경위를 설명하던 중 김00를 위하여 원고의 이름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고 말하였다.
  라. 원고는 잔금 지급일인 2015. 10. 13. 잔금 1억 3,500만 원에서 원고가 승계하기로 약정한 전세보증금 8,000만 원을 뺀 나머지 5,500만 원을 피고 앞으로 변제공탁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시에는 원고와 딸 김00 사이의 명의신탁약정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원고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매매계약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유효하다. 피고가 이후 위와 같은 명의신탁약정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는 이러한 결론에 영향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심 변론을 하는 과정에서 대법원 판결 취지와 같이 계약체결 이후 명의신탁 사실에 대한 매도인의 선악에 따라 계약의 효력이 좌우될 수 있는 문제점을 생각하지 못한 바는 아니지만,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변론했다. 의뢰인 사건의 2심 판결 선고 당시에는 아직 이런 대법원 판결이 존재치 않아 2심 재판부 설득에 성공할 수 있었고, 2심 판결에 대하여 상대방이 상고하지 않은 행운까지 겹쳐 최종적으로 승소할 수 있었다. 이 대법원 판결취지대로라면 의뢰인은 패소를 면할 수 없다. 만약 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되어 이전등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면 매매대금과 시세와의 큰 차이로 인해 의뢰인은 큰 손해를 입었을 것이다.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다행스럽고 운이 좋은 상황인 반면, 반대로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사건을 참 드라마틱하다고 당시 칼럼에서 언급했었는데, 이 대법원 판결을 읽은 후에는 묘한 전율까지 느낄 수 있었다. 

  아울러, 지금 돌이켜보면 2심에서의 승소판결에 이어 상대방의 상고포기로 최종승소할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대법원 도서관까지 방문해서 많은 시간을 들여 고생 끝에 유사 하급심판결 1건을 찾아 참고판결로 2심 재판부에 제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유사한 사건에서 기존 판결이 있으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판부 판단은 선례를 좇을 가능성이 큰데, 이 사건의 경우에도 기존 하급심판결이 이 사건 2심 판결에 영향을 미친 다음, 상대방의 상고판단에서도 2건의 기존 선례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盡人事, 待天命 !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최광석의 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부동산은 대개 거래금액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부동산거래에 있어서의 실패는, 인생 전체적인 설계에 있어 큰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기당하지 않고 실수없이 부동산거래를 함에 있어, 힘이 될 수 있는 칼럼이고자하는 것이 필자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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