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된 부동산거래, 매우 신중해야

2018-04-09 | 작성자 최광석 | 조회수 7,046 | 추천수 80

  신탁회사에 신탁된 부동산의 소유권은 신탁자와 수탁자간의 내부적인 약속에 관계없이 대외적으로는 엄연히 수탁자에게 있다. 또한, 여러 이해관계인 특히 우선수익자의 이해관계까지 고려하여 신탁계약은 법률전문가도 이해하기 어려운 매우 복잡한 구조이다. 따라서, 신탁된 부동산 거래에 있어서는 이런 점을 고려하여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점에 대한 고려 없이 부주의하게 거래해서 낭패보는 경우가 실무상 적지 않다. 지정된 신탁계좌에 입금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이다. 분양가 할인 등의 명분으로 지정계좌가 아닌 시행사(분양회사)가 알려준 다른 계좌로 분양대금을 납부하는 것이다. 신탁회사에 대해 유효한 분양대금 납부로 인정받기 쉽지 않아 정상적인 이전등기가 어렵다.  

  다음에 소개할 판결은, 해당 분양대상 건물의 설계회사가 시행사에 대해 가지는 십여 억 원의 설계용역대금채권 대신 분양대상 호실 몇 채를 받기로 시행사와 대물변제약정을 하고, 이를 근거로 시행사, 신탁회사, 우선수익자 등을 상대로 이전등기 등을 청구한 사안에서, 대물변제를 약정한 분양회사에 대해서는 이전등기청구권이 있지만, 해당 부동산의 등기권자인 신탁회사 등에 대해서는 청구권이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5. 13.선고  2015가합516378  소유권이전등기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주식회사 H(이하 ‘H’라 한다)는 별지(1) 목록 1 내지 3 기재 토지(이하 순서대로 ‘이 사건 1, 2, 3 토지’라 한다)에 지하 8층, 지상 15층 규모의 ‘H존’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 신축 및 분양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의 시행자였다.
  나. H와 피고 주식회사 C신탁 사이의 부동산담보신탁 등
    1) H는 2006.경 이 사건 사업 자금조달을 위하여 주식회사 E저축은행(이하 ‘E저축은행’이라 한다), 주식회사 F저축은행(이하 ‘F저축은행’이라 한다)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2) 그리고 H는 위 각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2006. 3. 31. 피고 주식회사 C신탁(피고 주식회사 C신탁의 당시 상호는 주식회사 다올부동산신탁이었고 그 후 주식회사 다올신탁, 주식회사 하나다올신탁을 거쳐 현재 상호로 변경되었다. 이하 ‘피고 C신탁’이라고만 한다)과 사이에 이 사건 1, 2 각 토지와 대전 중구 00동 201-7 대 355.7㎡에 관하여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였고, 2007. 5. 28.  이 사건 3 토지에 관하여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였다.
    3) 그 후 피고 C신탁은 우선수익자들의 동의를 얻어 2008. 3. 20. H와 체결한 위 각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해지하고, H의 지위를 승계한 피고 주식회사 D(이하 ‘피고 D’이라 한다)과 2008. 3. 21. 이 사건 1, 2, 3 토지에 관하여, 2011. 3. 11.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각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이하 ‘이 사건 신탁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여, 피고 D은 피고 C신탁 앞으로 위 부동산담보신탁을 원인으로 한 각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고, 이 사건 신탁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조 (신탁목적) 이 신탁계약은 신탁부동산의 소유권 관리와 피고 D이 이행하여야 할 책임 및 채무자가 부담하여야 할 채무를 보장하기 위하여 피고 C신탁이 신탁부동산을 보전, 관리하고 채무불이행시 환가, 정산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제23조 (신탁해지 및 책임부담) ① 피고 D은 신탁해지로 인하여 피고 C신탁에 발생되었거나 발생될 비용 및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완료한 경우에 한하여 우선수익자와 연서로써 신탁계약 해지를 요청할 수 있다.
    제24조 (신탁종료) ① 이 신탁계약은 신탁기간 만료, 신탁기간 중 피고 D이 우선수익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고 해지하는 때...(중략)...종료한다.





   이 사건 건물 담보신탁계약 특약사항 제13조 ① 본 신탁부동산에 대하여 피고 D이 수분양자(매수자)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기 위하여 우선수익자의 서면동의 및 수분양자(매수자)로부터 확약서를 얻어 소유권이전을 요청하는 경우 피고 C신탁은 수분양자(매수자)에게 직접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다. 

   4) 수탁자인 피고 C신탁은 수분양자들로부터 이 사건 지정계좌로 각 분양대금을 입금받으면, 우선수익자인 E저축은행, F저축은행에 대출 원리금을, G에 공사대금을 각 변제하였다.
  다. 원고와 H 사이의 분양계약 체결 등
    1) 원고는 H에 대한 2,689,650,000원의 설계 및 감리 용역비 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2006. 5. 12. 대전지방법원 2006타경12831호로 이 사건 1 토지에 관하여 유치권에 기한 임의경매 개시결정을 받았다.
    2) 원고는 2006. 7. 14. H와 사이에, 원고가 H로부터 위 채권의 지급에 갈음하여 아래와 같이 이 사건 부동산 중 일부를 대물로 지급받거나, 현금으로 지급받고 경매신청을 취하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를 하였고,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지불 총 금액  : 2,689,650,000원
    2. 지불방법 : 현금 50%, 대물 50%
    3. 현금 지불 방법 : 합계 1,344,825,000원
      ① 약정일 : 4억 6,000만 원, ② 2006. 7. 31. : 4,000만 원, ③ 2006. 8. 15. : 2억 8,000만 원, ④ 2006. 9. 15. : 2억 8,000만 원, ⑤ 2006. 10. 15. : 284,825,000원
    4. 대물 지불 방법
      ① 이 사건 건물 분양물건으로 분양시가의 120%(1,613,790,000원)를 지급한다.
      ② 위 분양물건을 원고는 H 및 현재의 소유자인 피고 C신탁으로부터 분양절차를 밟아 소유권을 이전받는다. 원고가 분양받은 때로부터 3개월 이내에 H는 원고가 분양가 120%에 받은 분양물건을 H는 최우선적으로 분양가의 100% 가격에 매입할 수 있다. 

    3)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원고는 2006. 7. 18. H로부터 이 사건 건물 중 1층 103호, 122호, 123호, 135호, 140호를 분양받는 내용의 분양계약(이하 ‘이 사건 1차 분양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당시 원고는 분양계약서에 기술되지 아니한 구두약정은 무효이며, 분양금액은 반드시 피고 C신탁의 하나은행 계좌(계좌번호 353-910002-22505)에 무통장 입금하여야 하고, 그 외의 방법으로 납부할 경우 분양계약의 효력을 주장하지 않을 것을 확약한다는 취지의 확인서에 서명날인 하였다.
    4) 원고는 2006. 7. 20.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유치권에 기한 이 사건 임의경매의 신청을 취하하였다.
    5) 그런데, H가 이 사건 합의에서 지급하기로 약정한 1,344,825,000원 중 상당 부분을 지급하지 않자, 원고는 2006. 11. 2. H와 사이에 H로부터 이 사건 건물 중 1층 107호, 108호, 125호, 132호를 분양받기로 하는 내용의 분양계약을 체결(이하 ‘이 사건 2차 분양계약’이라 하고, 1, 2차 분양계약을 통틀어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이라 한다)하였다.
    6)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 표 기재와 같다.











  라. 우선수익자인 E저축은행, F저축은행, G의 파산
    F저축은행은 2012. 9. 7, E저축은행은 2013. 4. 30. 파산이 선고되어 피고 예금보험공사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고, G은 2014. 7. 28. 파산이 선고되어 피고 박**이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이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5, 34, 35, 37 내지 39, 44 내지 5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1)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되었으므로, H의 지위를 승계한 피고 D은 이 사건 분양계약을 원인으로 한 각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다만 현재 공사가 중단되어 집합건축물대장을 생성할 수 없어 구분등기를 신청할 수 없는 상황이고 이 사건 분양계약의 목적상 구분소유적 공유관계라 할 것이므로 지분에 대한 이전등기를 청구한다.
    2) 이 사건 신탁계약의 목적 등에 비추어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유효한 분양계약이 체결되면, 시행사인 피고 D은 수분양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기 위해 그 부분에 관한 신탁을 일부 해지할 수 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고 원고가 위 소유권이전등기 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피고 D을 대위해 피고 C신탁에 신탁 일부 해지 의사 표시를 하였으므로 피고 C신탁은 신탁 일부 해지를 원인으로 피고 D에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3) 우선수익자인 피고 파산자 E저축은행, F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이하 ‘피고 예금보험공사’라고만 한다), 피고 파산자 G의 파산관재인 박**(이하 ‘피고 박**’이라고만 한다)은 묵시적 약정에 따라 위와 같은 신탁 일부 해지에 대한 동의의 의사 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
    4) 원고가 유치권에 기해 경매를 신청하자 이를 취하시킬 목적으로 이 사건 합의를 한 후 합의에 기한 분양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
    5) 원고는 이 사건 분양계약의 잔금을 변제하지 아니한 사실은 인정하므로 원고가 잔금 574,637,000원을 지급함과 동시에 피고들이 위와 같은 의무를 이행할 것을 구한다.
  나. 피고 C신탁
    이 사건 분양계약서 상에 반드시 지정된 계좌로 분양대금이 입금되어야 하고 그 외의 방법으로 납부하는 경우 계약의 효력이 없다고 기재되어 있는데, 원고의 이 사건 대물변제약정은 분양대금 납부방법 변경에 대해 이 사건 신탁계약의 수탁자인 피고 C신탁을 비롯해 우선수익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무효이고 분양계약의 효력도 인정할 수 없다.
  다. 피고 파산자 E저축은행, F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 피고 파산자 G의 파산관재인 박**
    1) 이 사건 분양계약서 상에 반드시 지정된 계좌로 분양대금이 입금되어야 하고 그 외의 방법으로 납부하는 경우 계약의 효력이 없다고 기재되어 있는데, 원고의 이 사건 대물변제약정은 분양대금 납부방법 변경에 대해 신탁계약 당사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무효이다.
    2) 이 사건 신탁계약에 따라 우선수익권을 가지고 있는데 피고 D에 E저축은행, F저축은행은 대출금 채권이, G은 공사대금 채권이 여전히 남아 있으므로, 신탁 일부 해지에 동의할 의무가 없다.
  라. 피고 D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 의무와 매수인의 잔금지급 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으므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한다.

3. 피고 D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분양계약의 체결
    1) 이 사건 합의에 따른 계약 체결
     앞서 인정한 사실과 갑 제17, 20, 4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2006. 7. 14. H와 사이에, 원고가 H로부터 2,689,650,000원의 설계 및 감리 용역비 채권의 지급에 갈음하여 일부는 현금으로, 일부는 이 사건 건물 중 일부를 대물로 지급받기로 합의한 사실, 이에 원고가 2006. 7. 18. H와 분양대금 총 1,558,700,000원에 해당하는 이 사건 건물 1층 103호, 122호, 123호, 135호, 140호에 대해 계약금 및 중도금 상당인 1,324,737,000원만큼 위 설계 및 감리 용역비 채권의 지급에 갈음하여 대물로 지급받은 것으로 하고 원고가 2006. 10. 14. 나머지 잔금 233,961,000원을 H에 지급하기로 하는 이 사건 1차 분양계약을 체결한 사실, 그 후 원고가 2006. 11. 2. H와 분양대금 총 1,381,700,000원에 해당하는 이 사건 건물 1층 107호, 108호, 125호, 132호에 대해 계약금 및 중도금 상당인 1,041,024,000원만큼 위 채권의 지급에 갈음하여 대물로 지급받은 것으로 하고 원고가 입점시 나머지 잔금 340,676,000원을 H에 지급하기로 하는 이 사건 2차 분양계약을 체결한 사실, H가 2006. 7. 18. 원고에게 이 사건 1차 분양계약에서 대물변제하기로 한 1,324,737,000원을 입금받은 것으로 인정한다는 확인서를 작성해 준 사실(확인서에는 원고가 청구하지 않은 104호에 대한 금액까지 포함되어 1,613,790,000원을 인정한다고 되어 있다), H가 2006. 11. 2. 원고에게 이 사건 2차 분양계약에서 대물변제하기로 한 1,041,024,000원을 입금받은 것으로 인정한다는 확인서를 작성해 준 사실, 피고 D이 H로부터 이 사건 사업 시행자의 지위를 양수하여 2008. 3. 1.부터 이 사건 사업과 관련된 모든 계약상 지위를 승계한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D은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분양계약에 따라 위 분양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2)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살피건대, 갑 제4호증의 기재에 따르면 이 사건 건물은 2010. 6. 8. 가압류등기 촉탁으로 인해 집합건물이 아닌 일반건물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된 것으로 현재 공사가 중단되어 건축법상 사용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이다. 이에 원고는 구분등기를 신청할 수 없어 특정 수분양 물건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 사건 건물은 분양 당시부터 호수, 위치, 면적을 특정하여 배타적으로 점유, 사용하기로 했던 것이므로, 구분소유적 공유관계를 인정하여 원고가 이 사건 각 분양계약 목적물의 면적에 해당하는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가 가능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동시이행 관계
     원고는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잔금 총 574,637,000원을 피고 D에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자인하고 있고, 부동산 매매계약에 있어 잔금 지급의무와 소유권이전등기 의무는 일반적으로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 할 것이므로 피고의 이 사건 각 분양계약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의무와 원고의 잔금 지급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
  나. 소결
    따라서 피고 D은 원고로부터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잔금 574,637,000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별지(1) 목록 1, 2, 3, 기재 각 부동산 중 각 3448.7 분의 9.76 지분 및 별지(1) 목록 4 기재 부동산 중 46407.7078분의 133.15 지분에 관하여 2006. 7. 18.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별지(1) 목록 1, 2, 3 기재 각 부동산 중 각 3448.7분의 9.12 지분 및 별지(1) 목록 4 기재 부동산 중 46407.7078분의 122.99 지분에 관하여, 2006. 11. 2.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각 이행할 의무가 있다.

4. 피고 D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효력 범위 및 신탁 일부 해지에 관한 묵시적 약정 여부에 관한 판단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 D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이하 ‘나머지 피고들’이라 한다)이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체결 사실 및 그 내용을 알면서 이에 동의했으므로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효력은 나머지 피고들에게도 미치고, 따라서 이 사건 분양계약서상의 분양금액 납부방법에 관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대물변제로 납부한 분양대금이 인정되어 유효한 분양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신탁계약의 목적 등에 비추어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유효한 분양계약이 체결되면, 피고 D이 수분양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기 위해 그 부분에 관한 신탁을 일부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묵시적 약정이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에 따라 피고 C신탁은 피고 D에 신탁 일부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고 우선수익자인 피고 예금보험공사와 피고 박**은 이에 대해 동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2)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효력을 나머지 피고들에게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
     가)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체결 경위 등
       앞서 인정한 사실 및 갑 제5 내지 14, 16, 17, 20, 40 내지 43, 4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체결 경위 및 제반 사정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인정된다.
       ① 원고가 이 사건 사업의 시행사였던 H에 대해 가지고 있던 2,689,650,000원의 설계 및 감리 용역비 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2006. 5. 12. 대전지방법원 2006타경12831호로 이 사건 1 토지에 관하여 유치권에 기한 임의경매개시결정을 받자, H가 이를 취하시키기 위해 이 사건 합의를 하였다.
       ② 이 사건 합의 내용 중 위 설계 및 감리 용역비 채권에 대한 지불방법으로 대물로 50%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③ 이에 따라 H는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을 체결하며 위 설계 및 감리 용역비 채권의 일부를 원고에게 지급한 것으로 하는 대신 원고로부터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계약금 및 중도금 상당은 지급받은 것으로 해주었다.
       ④ 이 사건 각 분양계약서에는 표지에 ‘본 계약서에 기술되지 아니한 구두약정은 무효이며, 분양금액은 반드시 아래 계좌(하나은행 353-910002-22505, 예금주 피고 C신탁)에 무통장 입금하여야 하고, 그 외의 방법으로 납부할 경우에는 당 계약의 효력을 주장하지 않을 것을 확약함’이라고 기재되어 있었고, 분양계약서 제3조에 ‘아래 예금계좌로 입금하지 아니하는 어떠한 다른 형태의 입금 및 납부도 이를 정당한 납부로 인정하지 아니한다’, ‘지정계좌로 송금한 은행발행 입금표 이외에는 분양대금의 영수증으로 인정하지 않고’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⑤ 이 사건 합의는 원고와 H 사이에 체결된 것이었고, ‘분양계약서 제3조 및 제5조 등 분양대금의 납부에 관한 조항은 이 사건 각 분양계약에 적용되지 않고 계약금 및 중도금 상당을 입금한 것으로 처리한다’는 내용의 확인서(갑 제17, 20호증)는 H가 원고에게 작성해 준 것일 뿐, 나머지 피고들이 이에 동의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⑥ H와 피고 C신탁은 대리사무계약을 체결하였는데(갑 제46호증은 피고 D과 나머지 피고들이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이 체결된 이후인 2008. 3. 21.에 체결한 것이나, 피고 D이 H의 지위를 승계하며 나머지 피고들과 기존과 동일한 내용의 부동산담보신탁계약과 대리사무계약을 체결한 점에 비추어 H와 체결한 대리사무계약도 이 내용과 동일한 내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사업약정서 및 대리사무계약서
제16조 (분양업무 수행 등)
  ① 분양광고, 분양방법, 분양가격, 분양시기, 수분양자 관리 등을 포함한 제반 분양업무는 H가 수행하되, 사전에 G, 피고 C신탁과 협의하여 시행하기로 한다.
  ② 분양수입금의 수납 및 관리는 피고 C신탁이 대리사무를 통해 주관한다.
제17조(분양계약 관리)
  ③ 분양수입금은 제19조 제1항의 “분양수입금관리계좌”로만 수납하여야 하며, 분양계약서상에는 피고 C신탁 명의로 개설한 분양수입금관리계좌를 명시하고 수분양자 보호 및 피고 C신탁의 분양대금 수납에 따른 업무범위를 명확히 밝히기 위하여 아래와 같은 조항을 명시하기로 한다.
“동 예금계좌로 입금하지 아니하는 어떠한 다른 형태의 입금 및 납부도 이를 정당한 납부로 인정하지 아니한다. 또한 자금관리사인 피고 C신탁은 매도인 H를 대리하여 본 분양계약의 분양대금을 수납한다.”
제19조(자금의 관리)
  ④ 분양수입금 관리계좌는 제3자에게 질권을 설정하거나 양도할 수 없으며, 또한 사업 당사자 전원이 동의한 경우 외에는 임의 변경할 수 없다. 

       ⑦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분양대금 납부방법이나 분양수입금 관리계좌 변경에 관해 H가 나머지 피고들과 협의하거나 동의를 얻은 사실이 없다.
    나) 이 사건 신탁계약의 목적
     이 사건 사업은 시행사이자 위탁자인 H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사업자금을 대출받아, 시공사인 G이 공사를 진행하고, 위탁자인 H는 이 사건 사업의 목적물에 대해 부동산담보신탁 계약을 체결해 수탁자인 피고 C신탁이 수분양자들로부터 이 사건 지정계좌로 각 분양대금을 입금받으면, 우선수익자인 금융기관 E저축은행, F저축은행에 대출 원리금을, 시공사인 G에 공사대금을 각 변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이 사건 부동산담보신탁계약서에서 신탁종료 사유로 신탁 기간의 만료 또는 신탁 기간 중 위탁자가 우선수익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고 신탁계약을 해지하는 때를 규정한 점 등 이 사건 신탁계약에 관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신탁계약의 목적은 우선수익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신탁물건을 보존하여 사업을 수행하며, 대출 원리금 및 공사대금의 우선 상환을 확보하는 데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지정된 계좌에 분양대금을 납부하여 우선수익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이 사건 신탁계약의 목적 달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 할 것이다.
    다) 판단
     위에서 인정한 사실과 같이, 분양대금을 지정된 계좌에 납부하는 것은 이 사건 신탁계약의 목적과 관련해 중요한 사항인데, 원고나 H가 이 사건 각 분양계약 체결과정에서 분양대금 납부방법 변경에 대해 나머지 피고들의 동의를 받았다거나 분양대금을 지정계좌에 입금했다는 등의 사정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계약에서 정한 효력 발생 조건이 성취되지 아니하였다 할 것이므로, 원고는 이 사건 합의에 따른 분양대금 납부방법 변경에 관해 H 외에 나머지 피고들에게 그 효력을 주장할 수는 없다.
    3) 신탁 일부 해지에 관한 묵시적 약정 여부
     가) 원고가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효력을 나머지 피고들에게는 주장할 수 없으나, 원고와 H 사이에는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되었다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데, H의 지위를 승계한 피고 D이 유효한 계약 체결 사실을 들어 우선수익자들에 대하여 신탁 일부 해지에 대한 동의를 요구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나) 앞서 인정한 사실에서 알 수 있는 이 사건 신탁계약의 목적 및 구조, 분양대금의 관리 및 운영, 위탁자와 수탁자, 우선수익자 등 신탁계약 당사자들의 지위와 역할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들이 다음과 같은 묵시적 약정을 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
     다) 즉, 위탁자이자 시행사인 피고 D, 수탁자인 피고 C신탁, 우선수익자인 E저축은행, F저축은행, G은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유효한 분양계약이 이루어지고 그에 따른 분양대금에 의해 우선수익자가 피고 D에 대한 채권을 변제받거나 적어도 별도로 지정된 분양대금 수납계좌로 분양대금이 전액 입금되는 등으로 그 분양대금에 의한 우선수익자의 채권 변제가 확보된 상태에 이르면, 시행사인 피고 D은 수분양자에게 분양된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기 위하여 그 부분에 관한 신탁을 일부 해지할 수 있고, 우선수익자는 위와 같은 신탁 일부 해지의 의사 표시에 관한 동의의 의사 표시를 하기로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이 사건 신탁계약의 당사자들인 나머지 피고들이 분양대금 수납계좌를 별도로 지정하였음에도 원고는 분양대금을 그 지정된 계좌로 입금하지 아니하고 기존 채권의 변제에 갈음하여 분양대금 일부를 지급한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다는 것인바, 우선수익자인 E저축은행, F저축은행, G로서는 자신의 우선순위에 따른 채권의 변제가 확보된 상태가 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 묵시적 약정에 따라 피고 D이 신탁을 일부 해지할 수 있는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 따라서 우선수익자인 피고 파산자 E저축은행, F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와 피고 파산자 G의 파산관재인 박**이 피고 D의 신탁 일부 해지 의사 표시에 대해 동의의 의사 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4) 소결
     요컨대, 분양대금을 지정된 계좌에 납부하는 것은 이 사건 신탁계약과 관련해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중요한 내용으로, 당사자들 전원의 동의가 없는 이상 이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은 원고와 H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지정된 계좌로 분양대금을 입금하지 않고 원고에 대한 설계, 감리 용역비 지급에 갈음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하되 분양대금 일부를 지급한 것으로 인정하는 방식을 H가 수탁자인 피고 C신탁을 비롯해 우선수익자들과 협의했거나 동의를 얻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는 나머지 피고들에게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고, 우선수익자의 채권 변제가 확보되지 않은 이상 우선수익자가 신탁 일부 해지 의사 표시에 동의할 의무도 없다. 신탁이 해지되지 않았으므로 피고 C신탁도 신탁 일부 해지를 원인으로 피고 D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도 없고 결국, 원고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다. 나머지 피고들이 추인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원고는 피고 C신탁이 이 사건 합의에 따른 합의금 및 경매취하비용을 원고에게 송금해 주었고, 환매대금도 일부 송금해 준 점, 이 사건 건물 분양자 현황표에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목적물도 포함되어 있고, 이를 근거로 공매절차를 진행했는데 원고가 수분양자로서 제출한 공매동의서에 대해 나머지 피고들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을 추인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나머지 피고들이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을 추인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갑 제58 내지 62호증의 각 기재에 따르면 나머지 피고들은 원고와 같은 ‘대물계약자’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라. 신의칙에 반하는지 여부
    원고는 나머지 피고들이 원고와 H 사이에, 이 사건 1 토지에 대한 원고의 유치권에 기한 경매신청을 취하시킬 목적으로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면서 이에 따라 원고가 경매신청을 취하하자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으로 신의칙에 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이 사건 합의는 원고와 H 사이에 이루어진 것으로, 나머지 피고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였음에도 그 효력을 부인하는 것이라는 등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행위라는 사정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마. 소결
    따라서 원고의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피고 D에 대한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고, 원고의 피고 C신탁, 파산자 E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 파산자 F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 파산자 G의 파산관재인 박**에 대한 각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신탁계약이 복잡하고 피고들도 다수이다보니 판결이 길고 내용도 어렵지만, 시행사 이외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이전등기청구 등 부분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시행사이자 위탁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사업자금을 대출받아 시공사가 공사를 진행하는데, 수탁자인 신탁회사가 수분양자들로부터 지정계좌로 분양대금을 입금받으면 우선수익자인 금융회사에 대출 원리금을, 시공사에 공사대금을 변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담보신탁계약의 기본 구조이다. 그리고, 부동산담보신탁계약서에서 신탁종료 사유로 신탁 기간의 만료 또는 신탁 기간 중 위탁자가 우선수익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고 신탁계약을 해지하는 때를 규정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이 사건 신탁계약의 목적은 우선수익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신탁물건을 보존하여 사업을 수행하며, 대출 원리금 및 공사대금의 우선 상환을 확보하는 데에 있다.
  따라서, 지정된 계좌에 분양대금을 납부하여 우선수익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이 사건 신탁계약의 목적 달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므로, 분양대금을 지정된 계좌에 납부하는 것은 이 사건 신탁계약의 목적과 관련해 중요한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나 시행사가 이 사건 분양계약 체결과정에서 분양대금 납부방법 변경에 대해 나머지 피고들의 동의를 받았다거나 분양대금을 지정계좌에 입금하지 못했다면, 이 사건 합의에 따른 분양대금 납부방법 변경을 시행사 외에 나머지 피고들에 대해 유효하다고 주장하기 어렵다. 

  시행사와의 약속과 별개로 신탁의 다른 이해관계인 특히 우선수익자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판단인데, 신탁대상 부동산에 대한 거래에서 이 점에 대한 주의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판결인 것이다.   

  아쉬운 점은, 이 사건 원고는 분양대상건물에 대한 설계용역채권으로 해당 분양물건에 대해 유치권에 기한 경매를 진행하다가 시행사와의 대물변제 합의로 경매신청을 취하하였는데, 신탁된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유치권행사를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물변제약정 대신에 유치권 행사에 더 주력하는 것이 금전채권 회수라는 원고의 목적달성에 더 유익했을 것이다. 혹여나, 대물변제약정 과정에서 단순한 경매신청 취하를 넘어 점유상실 등 유치권 자체를 포기하는 행동에까지 이르렀다면 원고에게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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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석의 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부동산은 대개 거래금액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부동산거래에 있어서의 실패는, 인생 전체적인 설계에 있어 큰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기당하지 않고 실수없이 부동산거래를 함에 있어, 힘이 될 수 있는 칼럼이고자하는 것이 필자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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