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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보증금에 대한 가압류나 질권설정 이후 이루어진 임대인의 임의 보증금반환

2016-05-23 | 작성자 최광석 | 조회수 14,228 | 추천수 157

  임대차보증금에 대한 가압류나 질권설정이 되면 제3채무자인 임대인 입장에서는 보증금을 임의로 반환해서는 안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이 채무자인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무턱대고 반환해버리는 실수 내지 사고가 실무상 간혹 발생하곤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다음 사례를 보면 그런 실수가 어느 정도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에 모 아파트를 10억원에 매수한 필자 의뢰인의 사례인데, 이 의뢰인이 매수한  아파트에는 보증금 5천만원, 월차임 150만원으로 하는 기존임대차계약이 있었고, 매매과정에서 이 임차인을 승계하는 합의하에 보증금 5천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9억5천만원만 수수하고 이전등기가 이루어졌다. 몇 달 후 임대차기간이 만료되어 의뢰인은 임차인에게 보증금 5천만원을 반환하고 아파트를 인도받게 된다.
  문제는, 그로부터 얼마 후 의뢰인은 캐피탈회사라는 곳으로부터 ‘의뢰인 앞으로 이전등기 1년 전, 임차인에 대해 받을 채권이 있던 캐피탈회사는, 캐피탈회사를 채권자, 임차인을 채무자, 임대인(아파트 매도인)을 제3채무자로 하여 임대차보증금 5천만원에 대해 가압류를 해두었는데, 이를 무시하고 보증금 5천만원이 채무자인 임차인에게 임의로 반환된 경위가 무엇인지’에 대해 추궁받게 되었다고 했다. 매매과정에서 이런 내용을 전혀 듣지 못했던 이 의뢰인은 매도인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확인한 결과, 이전등기 이전에 당시 임대인인 매도인을 제3채무자로 한 채권가압류통지가 매도인에게 이루어졌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사실을 망각한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이와 같은 채권가압류사실을 전달하지 못한 채 보증금이 반환되어져야한다는 전제하에 매매대금에서 공제한 채 승계하는 것으로 잘못 일처리되어버린 것이었다.

 
사안이 이러하다면 최종적인 부담은 매도인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임대차보증금에 대한 가압류 이후 제3채무자인 임대인이 채무자인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임의로 지급한 행위는 가압류에 저촉되는 것으로서 이중지급에 대한 위험부담은 임대인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경우, 종전 임대인(매도인)은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직접 반환하지는 않았지만, 건물양수도과정에서 임대차승계를 통해 사실상 보증금을 지급한 것과 마찬가지 행위를 한 것이다.

  이처럼 임대차보증금에 대한 채권가압류 상태에서 매매절차를 진행하게 되는 매도인 입장에서는, 매수인에게 이와 같은 가압류 사실을 알리고 매매계약에 이를 합리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는데, ① 보증금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지 않고 매도인이 보증금을 보관하면서 가압류 이후의 본안 재판 등 후속진행상황에 따라 보증금을 직접 처리하거나, ② 매매대금에서 보증금을 공제하더라도 매수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임의로 지급하지 않도록 하게하고, 만약 매수인이 이를 위반하면 최종적인 위험부담이 매수인에게 부담될 수 있도록 약정하는 식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아래에서 소개할 대법원 판결은,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질권설정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의 부주의를 기화로 보증금을 임의로 반환받아 배임죄로 기소된 임차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반면, 1심과 2심에서는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마침 이 대법원 사건도 필자의 의뢰인 사건과 마찬가지로 가압류나 질권설정에 반하는 보증금반환이라는 임대인의 터무니없는 실수발생이 임대차목적물 매매과정에서 이루어졌다는데 공통점이 있었다. 아마도 큰 돈이 오고가고 신경쓸 일이 많은 매매라는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집중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으로 사료된다. 



★ 대법원 2016. 4. 29.선고 2015도5665  배임
  
    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한다고 하려면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타인에 대한 채무의 담보로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에 대하여 권리질권을 설정한 경우 질권설정자는 질권자의 동의 없이 질권의 목적된 권리를 소멸하게 하거나 질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변경을 할 수 없다(민법 제352조). 또한 질권설정자가 제3채무자에게 질권설정의 사실을 통지하거나 제3채무자가 이를 승낙한 때에는 제3채무자가 질권자의 동의 없이 질권의 목적인 채무를 변제하더라도 이로써 질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고, 질권자는 여전히 제3채무자에 대하여 직접 그 채무의 변제를 청구하거나 변제할 금액의 공탁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353조 제2항, 제3항).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 질권설정자가 질권의 목적인 채권의 변제를 받았다고 하여 질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여 질권자에게 어떤 손해를 가하거나 손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하였다고 할 수 없고, 배임죄가 성립하지도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나.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피고인은 2011. 7. 15.경 김@@ 소유의 용인시 00구 00동 676 %%아파트 000동 000호를 전세보증금 1억 6,000만원, 전세기간 2011. 8. 5.부터 2013. 8. 5.까지 2년간으로 정하여 임차하기로 하는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 피해자 효성캐피탈 주식회사(이하 ‘피해자’라고만 한다)에 전세자금 대출신청을 하여 전세보증금 1억 2,000만 원의 대출을 받되, 그 담보로 김@@에 대한 보증금 반환청구권 전부에 권리질권을 설정하게 되었다. 따라서 피고인은 권리질권 설정자로서 질권자인 피해자의 동의 없이 질권의 목적이 되는 위 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소멸하게 하거나 질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변경을 하지 아니하여야 할 임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3. 7.경 김@@에게 이사를 나가겠다고 한 후 김@@이 위 아파트를 김00, 송00에게 매도하여 2013. 9. 2.이 잔금기일로 정해지자, 같은 날 위 아파트상가 101호에 있는 000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김@@과 매수인 김00, 송00, 공인중개사 이00 등과 만나 매수인 측으로부터 직접 전세보증금 명목으로 합계 89,225,520원을 피고인 명의 제일은행 계좌로 송금받고, 김@@으로부터 나머지 50,774,480원을 지급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임무에 위배하여 위 전세계약 및 김@@에 대한 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소멸하게 함으로써 피해자에게 위 전세보증금 1억 6,000만 원 상당의 손해를 가하고,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다. 원심은 통상의 금전소비대차관계에서 차용인의 대여인에 대한 차용금 변제의무는 자신의 채무일 뿐이고 타인의 사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나, 차용인과 대여인 사이에 차용금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한 권리질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차용인은 권리질권설정계약에 따라 대여인의 권리질권이라는 재산의 보호 또는 관리를 위하여 협력하여야 하는 지위에 있다 할 것이므로, 권리질권설정자인 피고인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고, 피고인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 1억 6,000만 원 전체에 관하여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라.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1) 우선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➀ 피고인은 2011. 7. 15.경 피해자로부터 1억 2,000만 원의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면서 피해자에게 그 담보로 피고인의 임대인 김@@에 대한 1억 6,000만 원의 전세보증금반환채권 전부에 관하여 담보한도금액을 1억 5,600만 원으로 한 근질권을 설정하여 주었다.
    ➁ 임대인 김@@은 그 무렵 ‘피고인이 위 전세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하여 대출채권자 겸 질권자인 피해자에게 질권을 설정함에 있어 이의 없이 이를 승낙한다’는 내용의 질권설정승낙서를 작성하여 피해자에게 교부하였다.
    ➂ 그 후 피고인은 2013. 9. 2. 임대인 김@@으로부터 전세보증금 명목으로 합계 1억 4,000만 원을 수령하여 소비하였다.
    (2) 위 사실관계에 의하면, 임대인 김@@이 위와 같이 질권설정승낙서를 작성하여 피해자에게 교부하여 질권설정에 대하여 승낙함에 따라 위 전세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근질권자인 피해자가 대항요건을 갖추게 된 이상, 임대인 김@@이 피해자의 동의 없이 피고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변제하더라도 이로써 피해자에게 대항할 수 없으므로 피해자는 여전히 임대인 김@@에 대하여 질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결국 질권설정자인 피고인이 질권의 목적인 전세보증금반환채권의 변제를 받았다고 하여 질권자인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여 피해자에게 어떤 손해를 가하거나 손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행위로써 배임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3)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 위반, 배임죄의 임무위배행위 및 재산상 손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가압류나 질권설정에도 불구하고 무턱대고 이루어진 보증금반환은 임대인에게 이중으로 부담이 돌아가게 되는 결과, 채권자인 가압류권자나 질권자에게는 손해가 발생하지 않게되면서, 보증금을 임의로 반환받은 채무자인 임차인을 배임죄로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인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선고로 인해 앞으로 유사한 상황에서 보증금 임의수령에 대한 형사처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된 임차인 입장에서는 거리낌없이 보증금반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자기방어를 위한 임대인의 노력과 주의가 더욱 필요할 수 있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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