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분양 수익률 보장의 함정

2016-03-06 | 작성자 최광석 | 조회수 7,947 | 추천수 102

  3월 4일 방송예정인 KBS1 “똑똑한 소비자리포트”에 출연할 방송인터뷰를 촬영했다. 이번 방송은 호텔분양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방송자문과정에서 입수된 많은 분양계약서와 호텔운영위탁계약서들을 검토할 수 있었다. 

  지난 몇 년간 외국인 관광객증가 등의 원인으로 호텔수요가 늘게 되자 오피스텔이나 상가점포를 분양하면서 ‘분양받은 개별호실을 호텔로 위탁운영하여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분양기법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은 일정 “수익률보장”을 앞세우고 있었는데 여러 계약서검토를 통해 수익률 보장에 어떤 함정이 있는지 짚어보게 되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수익률보장”의 연혁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결과 전체 광고의 대부분이 허위과장이고, 가장 일반적인 유형 중 하나가 바로 “수익보장”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대비 높은 수익을 얻고자하는 것이 상가분양의 주목적이라는 점에서, 수익률 과장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가장 솔깃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랫동안 상가분양의 문제를 일선에서 상담해오면서 ‘일정한 수익률이 보장된다는 식’의 허위과장 광고수법이 점차 교묘하게 진화(?)한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상가분양이 활성화되기 이전인 초기단계에는 서면상의 약속보다는 구두상의 확언이나 감언이설 등의 방법이 많았던 것 같다. 상가수익률은 사실 예상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잘못 홍보하면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광고가 서면의 형태로 이루어질 경우 증거가 분명하게 남을 수 있어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서 처음에는 명시적인 광고문구 보다는 분양회사 직원들이나 분양대행사를 통해 주로 말로 과장하는 수법이 사용되었다고 보인다.  

  그러다가, 점차 상가분양이 대규모화되면서 허위과장의 수법이 노골적이고도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을 보이게 되었다. 엄청난 광고를 쏟아 부으면서 ‘얼마 투자에, 얼마의 수익예상’과 같은 표현이 과감하게 쓰이기 시작했다. 유수한 언론매체와 연예인을 동원한 자신감 넘치는 광고내용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분양회사와 해당 분양사업에 대한 믿음을 능히 가지게 할 수 있었다. ‘설마, 이렇게 큰 사업을 하는 회사가 속임수를 쓰겠느냐’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얼마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식의 마케팅방법은 더욱 교활해지게 된다. 단순히 ‘얼마가 예상된다’는 식의 장밋빛 전망에 더 이상 많은 사람들이 현혹되지 않게 되자, 수익보장에 관해서 보다 피부에 와 닿는 마케팅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최소한 일정기간 동안은 일정한 수익을 분양회사에서 직접 보장하겠다’는 식의 광고가 등장하게 되었다. 심지어는 ‘틀림없이 보장한다’는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분양회사에서 수익률보장각서나 수익증권과 같은 “문서”의 형태로 써주거나, 어떤 경우에는 법률사무소의 인증서 형태로 약속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약속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익을 보장하는 주체는 분양회사인 경우가 많은데 대개 분양회사는 해당 분양사업 건을 위해 급조되었고 분양이 종료되면 사실상 해산되는 과정을 밟는 경우가 많아, 잔금 납부 이후에 비로소 제기되는 수익보장의 약속은 현실적으로 지켜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분양사업이 실패하면 이 약속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일부 분양회사의 경우에는, 수익보장문제에 대해서 애당초부터 아무런 의지 없이 분양률을 높이기 위한 미끼로만 광고를 이용하지 않았나라는 의심이 드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아무리 문서상의 약속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약속에 불과할 뿐 약속이 실현될 수 있느냐하는 것과는 별개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약속과 약속의 실현가능성을 혼돈하면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허위과장광고에 속아 분양을 받고 있다. 

  그 이후 상가분양 그 자체에 대해 점점 불신이 일어나게 되어 지금까지의 수익보장의 방법들에 대해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되자, ‘수익보장을 틀림없이 이행한다’는 차원에서 약정한 수익금을 공신력있는 금융기관에 예치하는 형태의 마케팅까지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은 문제점이 있다.

  먼저 법적인 면에서 살펴본다면, 이런 방법으로 금융기관에 예치된 돈에 대해서 수분양자가 독점적인 만족을 얻기에 곤란한 측면이 있다. 이 돈은 수익금을 지급하기 위한 차원에서 예치되어 있을 뿐이지, 이 돈에 대한 권리자체는 수분양자가 아닌 분양회사에 있는 경우가 많아, 분양회사가 부도날 경우 다른 채권자들에 의해 압류당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물론, 수분양자를 위한 신탁으로 처리하면 다소 안전할 수는 있겠지만, 절차상으로나 법적으로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또한, 일정기간 수익금이 확보된다고 하여 분양받은 점포의 수익성 자체가 완전히 검증된 것은 아닐 수 있다. 보장받은 수익금만큼이나 그 이상으로 분양가가 과다하게 책정된 것이라면 “수익보장”이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번 방송과정에서 살펴 본 여러 호텔분양계약서와 운영위탁계약서에서도 분양회사의 이와 같은 교묘한 눈속임은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기간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일정기간 확정수익률, 즉 운영수익에 관계없는 확정적인 수익률을 보장하고 있었다. 호텔운영기간은 대체적으로 10년 정도의 장기간이었는데, 위탁기간 전 기간의 확정수익률을 보장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고, 대부분은 운영기간 중 일정기간만이 확정수익, 나머지 기간은 운영수익 여하에 따라 변동하는 불확정수익만을 지급하고 있었다.

 
한편, 수익금지급을 보장하기 위한 차원의 금융기관 예치금이나 보증보험가입의 형태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몇 년간 호텔붐이 워낙 강했기 때문인지 수분양자들을 유인하기에 이런 정도의 보장책까지는 불필요했다고 느꼈거나, 아니면 관련 금융상품이 적당치 않았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확정수익이 아니라 실제 호텔운영수익에 연동하는 “불확정”수익금지급방식은, 비용부풀리기 등 호텔운영주체의 불투명한 운영 때문에 분쟁소지가 다분할 수밖에 없다. “엉터리 분양”에 신용 없는 운영업체가 난립하는 우리 현실 하에서는 이런 우려는 피할 수가 없고, 실제로도 분양호텔 여러 곳에서 심각한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하지만, 분양된 호텔객실을 임차하는 방법으로 호텔을 운영하게 되는 운영사에게 호텔운영에 관한 전권을 보장하는 것이 현실이다 보니, 운영사에서 수익금이라고 내놓은 계산이 정확한지 여부를 수분양자이자 위탁자들이 제도적으로 검증하기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정확한 수익내역 공개를 두고 곳곳에서 분쟁이 발생하고 있지만, 수분양자들의 지위는 단순히 자신이 분양받은 공간을 “객실”이라는 용도로 운영사에게 임대한 임대인으로서의 지위에 있을 뿐이어서 재판을 통하지 않고는 수익공개를 요구할 권리도 없을 뿐 아니라, 재판과정에서도 운영사의 회계자료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구조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체결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되는 것이다.

  한편, 확정 수익률보장과 관련한 계약서상 독소조항도 인상적이었다. 겉으로는 확정수익률 보장을 내세우면서도 ‘호텔 리모델링을 위한 공사비용을 수분양자(임대인)가 부담한다’는 계약내용을 삽입하면서, 호텔운영에 관한 전권을 운영사에게 부여하는 약정과 맞물려 자칫 약정된 확정수익지급까지도 흔들릴 수 있겠다는 의문이 들었다. 즉, 약속한 확정수익금에서 리모델링을 위한 공사비용을 공제해버림으로써 확정수익금 지급채무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호텔운영에 대한 전권을 이용하여 공사비용 부풀리기가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금보장약속이 실제로 실행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사기분양 등으로 단정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행법인데, 하물며 계약서상 문구를 두고 수익금이 제대로 지급된 것인지 여부조차 다투어지게 되면 형사처벌은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더라도 분양호텔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임대차기간만료나 계약해지 등으로 기존 운영사와의 임대차관계가 종료된다고 하더라도, 분양받은 물건의 다른 활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분양자 개개인으로서는 객실 하나하나를 별개로 분양받았기 때문에 다른 수분양자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분양부분을 호텔 아닌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가 어렵고, 집단적으로 별개의 운영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다른 수분양자들과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호텔 아닌 일반 쇼핑몰의 문제와도 근본적으로 일치한다. 온라인거래의 증가, 상가 과잉공급 등의 문제로 쇼핑몰 전체가 쇠락하는 과정에서 개별 수분양자들은 자신의 점포를 독립적으로 활용할 수가 없게 되면서 결국 마땅한 용처를 찾지 못한 쇼핑몰이 헐값에 다른 업자에게 장기임대 내지 매각되는 것이 현재의 정석코스라고 할 수 있는데, 분양호텔의 운명 역시 전체적인 구조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수년 전에도 이런 취지의 글을 몇 차례 게재한 바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규모의 호텔분양이 이루어졌고 본격적으로 운영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호텔경영난까지 맞물리면서, 우려했던 수익률 미이행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한다. 쇼핑몰에 이은 엄청난 분쟁의 소용돌이 조짐이 느껴진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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