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조합장의 임의적인 약속, 총회결의 없으면 휴지가 될 수도

2013-11-25 | 작성자 최광석 | 조회수 14,403 | 추천수 178

  재건축재개발과 같이 일단의 지역에 대규모 건축을 하는 경우에는 업무추진을 위해 조합장이나 임원진의 무리한 약속이 남발되는 경우가 많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고 함)상에는 이와 같은 재건축, 재개발조합의 경우 조합의 무분별한 차입이나 약정 등으로 인한 조합재산의 형해화 및 사업달성의 곤란 등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관련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즉, 도시정비법 제24조 3항에는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이율 및 상환방법’<2호>,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5호>,  ‘그 밖에 조합원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사항 등 주요한 사항을 결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 또는 정관이 정하는 사항’<12호>에 관하여는 조합원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해당사항에 대해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게 되면 비록 조합 대표자의 행위라고 하더라도 효력이 없다(대법원 2002. 3. 26. 선고 2001다83197 판결 등 참조).

  한편, 이러한 법리는 도정법의 적용을 받지 않은 직장주택조합과 같은 단체에 대해서도 대동소이하게 적용될 수 있다. 다음 대법원 판결은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 대법원 2013. 7. 12.선고 2013다1648  채무부존재확인

   가. 계약 당사자가 그 계약에 의하여 제3자로 하여금 직접 계약 당사자의 일방에 대하여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그 제3자는 수익의 의사표시를 전제로 그 계약 당사자의 일방에게 직접 이행을 청구할 수 있고(민법 제539조), 어떤 계약이 이러한 제3자를 위한 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 체결의 목적, 계약에 있어 당사자가 한 행위의 성질, 계약으로 인하여 당사자 사이 또는 당사자와 제3자 사이에 생기는 이해득실, 거래 관행, 제3자를 위한 계약제도가 갖는 사회적 기능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계약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함으로써 판별할 수 있다(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4다18804 판결,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99914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통합 전 조합의 대표자 윤00이 이를 대표하여 2002. 2. 23. 교보생명으로부터 서울 00구 00동 134-6 외 116필지를 사업부지로 매수하면서 교보생명에게 ‘교보생명 직원으로 구성되는 직장주택조합에 조합원 200세대분을 32평형은 2억 2,000만 원, 23평형은 1억 5,000만 원에 우선 공급한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여 교부하고, 2002. 8. 12. 교보생명과 사이에 ‘교보생명 직장주택조합에 200세대분의 분양권을 확정분양가(31평형은 2억 2,000만 원, 23평형은 1억 5,000만 원)로 공급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한 사실을 인정하고서도, 위 확인서는 그 기재 내용에 비추어 확정분양가 공급 약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위 합의의 주체는 교보생명이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합의의 효력이 원고들이 구성원으로 있는 교보생명 직장주택조합이나 원고들에게 곧바로 미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근거로 통합 전 조합을 승계한 피고 조합과 원고들 사이에 확정분양가 공급 약정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통합 전 조합에 주택사업부지를 매도하면서 이에 대한 대가로 우선 분양권 내지 확정분양가 분양권을 얻으려 한 교보생명이 스스로 그 주택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교보생명으로서는 그 직원으로 구성되는 직장주택조합에 이와 같은 분양권을 직접 취득하게 할 목적이 있었고 통합 전 조합의 대표자 윤00도 이에 동의하여 위와 같이 합의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할 것이므로, 위 합의의 주체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그 합의의 효력이 원고들이 구성원으로 있는 교보생명 직장주택조합이나 원고들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단에는 제3자를 위한 계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나. 한편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에 관하여 비법인사단의 정관이나 규약에 정한 바가 있음에도 그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은 행위는 무효이고, 그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는 비법인사단의 대표자에게 이를 대리하여 결정할 권한이 없는 것이어서 그 대표자의 이러한 관리 및 처분행위에 관하여는 민법 제126조 표현대리에 관한 규정이 준용될 여지가 없다(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1다73626 판결, 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4다45349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설령 위 합의에 따른 확정분양가 공급 약정의 효력이 원고들에게도 미친다고 본다 하더라도, 통합 전 조합이나 피고 조합 모두 그 실질은 비법인사단에 해당하고 통합 전 조합의 조합장인 윤00이 이를 대표하여 교보생명과 사이에서 ‘교보생명 직장주택조합의 조합원들에게는 다른 조합원들과 달리 확정분양가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합의한 행위는 총유물 그 자체에 관한 관리 및 처분행위에 해당하는데, 통합 전 조합의 규약 제18조 제7호 후문은 부과금에 관한 사항을 조합원 총회의 결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고 피고 조합의 규약 제23조 제1항 제7호는 사업비의 조합원별 분담내역을 총회 결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통합 전 조합의 조합장 윤00이 교보생명과 사이에 위와 같은 합의를 함에 있어 그리고 이에 기한 권리의무를 피고 조합이 승계함에 있어 조합원 총회의 결의를 거쳤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이에 관하여는 표현대리에 관한 규정 등이 준용될 수 없으므로, 위 합의에 따른 확정분양가 공급 약정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원고들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다. 따라서 원심의 제3자를 위한 계약에 관한 일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은 그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이 판결에 의하면 총회결의없는 조합장의 약속은 조합에 대해 원천무효로 되어 청구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된다. 상식적으로는 심히 부당한 결론이 되어 보이지만, 조합목적달성이라는 이익을 더 우선시하는 결론으로 보인다. 위 대법원 판결 선고 이전에는 일부 하급심판결에서 ‘조합장의 약속을 조합이 지킬 의무는 없다’는 조합의 주장에 대해 ‘신의칙에 반한다’는 취지로 배척하는 판단을 하기도 하였는데, 위 대법원 판결선고로 법리가 분명해지게 되었다. ‘총회결의없는 조합장의 약속이라고 하더라도 조합은 이를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는 하급심법원의 태도는 기본적으로 ‘계약은 지켜져야한다’는 기본법리에 입각하지만, 이와 함께 아래 전원합의체판결의 영향도 있다고 보이는데, 위 대법원 판결선고로 인해 아래 전원합의체판결과의 관계도 일응 정리되었다고 보인다.  


 ★대법원 2007.4.19. 선고 2004다60072,60089 전원합의체 판결[공사대금·손해배상(기)]

  ☞ 비법인사단이 타인 간의 금전채무를 보증하는 행위를 총유물의 관리ㆍ처분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비법인사단인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이 채무보증계약을 체결하면서 조합규약에서 정한 조합 임원회의 결의 등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그 보증계약의 효력(원칙적 유효)

[다수의견] 민법 제275조, 제276조 제1항에서 말하는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이라 함은 총유물 그 자체에 관한 이용·개량행위나 법률적·사실적 처분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비법인사단이 타인 간의 금전채무를 보증하는 행위는 총유물 그 자체의 관리·처분이 따르지 아니하는 단순한 채무부담행위에 불과하여 이를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비법인사단인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이 채무보증계약을 체결하면서 조합규약에서 정한 조합 임원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였다거나 조합원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바로 그 보증계약이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이와 같은 경우에 조합 임원회의의 결의 등을 거치도록 한 조합규약은 조합장의 대표권을 제한하는 규정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거래 상대방이 그와 같은 대표권 제한 및 그 위반 사실을 알았거나 과실로 인하여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그 거래행위가 무효로 된다고 봄이 상당하며, 이 경우 그 거래 상대방이 대표권 제한 및 그 위반 사실을 알았거나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다는 사정은 그 거래의 무효를 주장하는 측이 이를 주장·입증하여야 한다


  이는 위 대법원판결의 하급심판결인 서울고등법원 2012. 11. 14.선고2012나35066  채무부존재확인 판결의 판결이유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고등법원 2012. 11. 14.선고2012나35066  채무부존재확인
   원고들은 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2다64780 판결, 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4다60072, 60089 전원합의체 판결 등을 원용하면서 확정분양가 공급 약정의 상대방인 교보생명은 당시 확정분양가 공급 약정이 조합원 총회의 결의를 필요로 한다는 몰랐으므로 위 확정분양가 공급 약정은 유효하다고 주장하나, 비법인사단의 경우에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는 절대적으로 무효로 표현대리에 관한 규정 등이 준용될 수 없는 것이고(대법원 1989. 3. 14. 선고 87다카1574 판결, 1992. 10. 13. 선고 92다27034 판결, 2003. 7. 11. 선고 2001다73626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이 들고 있는 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2다64780 판결, 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4다60072, 60089 전원합의체 판결 등은 비법인사단의 총유물 관리 및 처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대외적 거래행위에 관한 판례들로 총유물 그 자체에 관한 관리 및 처분행위에 해당하는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 하여 원용하기에 적절치 않은 것이다.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따라서, 특정조합원에 대해서는 다른 조합원과 달리 추가분담금을 면제한다거나 지분율을 더 인정한다는 식의 약속을 조합장이나 조합임원으로부터 받았다고 하더라도 총회결의가 없다면 자칫 법적인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되는 거래를 함에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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