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터리빙제(Afterliving)의 어두운 그늘

2013-09-05 | 작성자 최광석 | 조회수 26,304 | 추천수 186


얼마 전 “에프터(프리)리빙제의 실체”라는 제목의 칼럼을 발표한 후 여러 곳에서 많은 문의를 받던 중, 최근에 모 방송사와 이 제도에 관한 심도 있는 방송인터뷰를 했고, 또 때마침 에프터리빙 방식으로 서울의 모 고급아파트에 거주하는 유명 연예인과 법률상담까지 하게 되면서, 이 제도의 실체와 부작용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인터뷰하던 담당PD로부터  “취재 도중 에프터리빙방식으로 분양하고 있는 해당 분양회사로부터 ‘이 제도로 거주한 지 일정기간 후에 최종분양을 선택하지 않은 수분양자에게 해당 분양회사가 입주자로부터 받은 소정의 입주금과 입주자명의의 대출금을 모두 반환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악의 경우 분양회사가 입주자에게 해당 부동산을 가지게 하면, 에프터리빙제도 그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지 않느냐’라고 항변하고 있는데, 변호사님 생각은 어떠냐”라는 질문을 받게 되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리 분양시장 하에서 에프터리빙제도가 태동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나 상가와 같은 집합건축물의 “분양”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는 물건을 사고 파는 “매매”와 같은 것인데, 실무상으로 “매매”와 구별되는 “분양”이라는 용어는 ‘건축된 건축물을 맨 처음 매매한다’는 개념으로 통용된다(그 때문에 분양에 대비되는 “매매”라는 용어는 최초 분양된 이후의 거래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분양이라고 하더라도 건축을 마친 다음, 즉 준공한 이후에 할 수도 있고, 건축되기 이전에 미리 사전에 할 수도 있는데, 전자를 “후분양”제도, 후자를 “선분양”제도라고 하는데, 일반적인 물건의 경우 존재하는 실물을 보고 계약체결과 대금지급을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유독 우리의 부동산 분양시장의 경우에는 현재 존재하지 않은 장래 완성될 건물에 대해서 미리 계약을 체결하고 대금 역시 건물이 완성되기 이전부터 순차적으로 미리 지급하는 선분양제도가 보편화되어 있다. 이와 같은 선분양방식의 매매는 그동안 우리 부동산시장에서 가격상승이 기대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극심한 부동산시장 침체기, 즉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되면서 분양회사는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예를 들어서, 2010년에 선분양으로 평당 2천만원에 아파트 5백 세대를 분양한 분양회사가, 분양당시 평당 2천만원의 가격으로 백 세대만 분양계약체결하고 나머지 4백 세대는 준공시점까지도 미분양으로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2010년 분양시작 이후 몇 년이 경과하는 동안 분양시장침체로 인해 당초 책정한 평당 2천만원의 분양가격으로는 도저히 분양을 계속 할 수 없게 되면서 대폭의 할인분양이 필요한 상황이 된다. 하지만, 할인분양을 하게 되면 기존에 평당 2천만원으로 분양받은 (백 세대) 수분양자들의 반발이 발생할 수 있고, 이들의 불만을 무마하는 차원에서 일부 분양대금을 환불해야하는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어 분양회사로서는 선뜻 할인분양을 결정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황하에서 “에프터리빙제”라는 매우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것이다.
 ‘일정기간 살아본 이후에 분양을 결정하되, 분양받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면 입주시 지급한 돈을 그대로 환불받을 수 있다’는 분양회사 홍보만 보면 에프터리빙제는 전세제도와 비슷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입주시 지급한 돈을 고스란히 돌려받는다는 결과만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에프터리빙제”라는 타이틀로 시행되는 거의 대부분은, 전세나 임대가 아닌 법적으로는 분양 즉 매매계약이다. 즉, 임대가 아닌 매수(분양)한 집에 거주하게 되는 개념이다. 그 때문에 계약서의 제목 역시 매매(분양)계약서로 되어있다. 더구나, 분양계약서에는 최초 평당 분양가격인 2천만원으로 계산된 분양대금으로 가격이 기재된다. 시세에 맞춰 할인된 가격이 기재되지 않고 최초 분양가격 2천만원에 분양하는 식이어서 기존 수분양자들로부터 “할인분양”이라는 반발을 사지 않게 된다. 하지만, 에프터리빙제로 입주하는 사람들은 평당 2천만원이라는 가격에 거부감을 가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입주시 실제 지급되는 돈이 평당 2천만원과 관계없이 훨씬 적은 금액이고, 일정기간 거주 이후에 자유롭게 반환요청할 수 있다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일정기간 이후 시세에 비해 분양받는 가격이 높다고 생각하면 분양을 거절하고 입주금에 대한 반환요청을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평당 2천만원에 분양된 50평 아파트의 분양가격은 10억원인데, 에프터리빙제로 들어오게 되면 대략 2억원 정도의 자비 부담과 함께 수분양자 명의로 5-6억원 정도의 대출까지 발생하게 되지만, 이 과정에서 취득세는 물론 거주기간 동안 대출이자 역시 분양회사가 책임지는 취지의 약속을 받게 된다. 거주하기로 한 일정기간 이후 입주자의 환불요청에 따라 입주자명의로 이루어진 대출이 모두 변제되고 입주자에게 2억원이 실제로 반환되면 입주자로서는 50평 아파트를 전세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2억원이라는 금액으로 거주하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흡족할 수 있다. 하지만, 분양회사의 문제로 대출금상환이나 대금반환을 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입주자 명의의 5-6억원 대출금과 입주금 2억원을 합한 7-8억원의 부담을 가지게 될 수 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분양회사로부터 ‘환불하지 못하는 것은 죄송하지만,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에 처해지게 되면 입주자에게 큰 손해일 수 있으니 능력도 없는 회사 상대로 환불받는 것은 포기하시고 그냥 확정적으로 분양을 받는 것이 어떠냐? 대신, 분양가 10억원 아파트를 추가 잔금 없이 그냥 드릴 수 있다’는 권유를 받게 될 수 있다. 언뜻 보면 분양가 10억원 아파트를 7-8억원에 분양받게 되어 입주자 입장에서 별다른 손해가 아닐 수 있지만, 7-8억원이라는 금액은 입주시점에서도 적지 않은 분양가라는 점에서, 결과적으로는 ‘저렴한 금액에 일정기간 살다가 돈을 반환 받는다’는 기대가 허물어지고 원치 않은 분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는 것이다. 이것이 에프터리빙제를 내세우고서 분양하는 분양회사의 사전 계획 내지 노림수일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의심은, 이 제도로 입주한 분양단지의 입주자들이 수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환불요청을 하고 있지만, 분양회사로부터 대금환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제도로 입주하여 일정기간 거주한 후에 최종분양을 선택하지 않은 수분양자에게 해당 분양회사가 입주자로부터 받은 소정의 입주금과 입주자명의의 대출금을 모두 반환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악의 경우 분양회사가 입주자에게 해당 부동산을 가지게 하면, 에프터리빙제도 그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지 않느냐’라는 분양회사 주장은, “일정기간 저렴한 금액의 거주 후 환불한다”라고 홍보에 불구하고, 실제로는 정상적인 분양가로는 분양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할인분양마저 어려운 구조하에서 적체된 미분양물건을 매우 지능적으로 처치하기 위한 분양수법에 불과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한 것이다.

한편, 에프터리빙제로 서울의 모 고급아파트에 거주하는 유명 연예인과 법률상담을 하게 되면서, 대형건설사 역시도 에프터리빙제의 폐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에프터리빙제의 가장 큰 문제는 환불요청에도 불구하고 분양회사의 자금문제로 환불받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인데, 이 연예인의 경우에는 대형건설사가 시공사인 분양단지에 거주하는 과정에서 대형건설사의 도장과 로고가 찍힌 계약서를 받아서 만약의 경우 대형건설사가 책임을 지는 것으로 믿고서 계약을 체결했다고 했다. 이 계약서 뿐 아니라 통상적인 분양계약에서도 종종 보여 지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계약서를 자세히 검토해 보면 책임질 능력(자력)이 있는 대형건설사의 도장은 단지 시공사의 지위에서 날인된 것일 뿐, 환불과 같은 수분양자(입주자)에 대한 책임은 모두 자력이 미약한 분양회사의 책임일 뿐이었다. 계약서 내용으로만 보면 대형건설사인 시공사의 도장과 로고사용이 계약서에 굳이 불필요하지만, 분양촉진을 위해 대형건설사의 도장과 로고가 사용된 계약서사용을 대형건설사 스스로가 방임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수분양자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위해서는 대형건설사가 환불에 대해 정확하게 책임을 지거나, 책임지지 않을 것이면 ‘대형건설사는 시공사일 뿐 수분양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부분을 정확하게 고지하는 것이 정직한 행동일 것이다. 책임지지도 않을 의도이면서 마치 책임을 질 것처럼 잘못 보여지는 계약서사용을 방치하고 조장하는 것은 정정당당하지 못한 행동임에 틀림없다. 

시행 초기단계라 아직 폐해가 본격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 에프터리빙제의 위험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경고하면서, 계약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당부하고 싶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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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대개 거래금액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부동산거래에 있어서의 실패는, 인생 전체적인 설계에 있어 큰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기당하지 않고 실수없이 부동산거래를 함에 있어, 힘이 될 수 있는 칼럼이고자하는 것이 필자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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