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대금미납에 따른 파생법률문제

2010-09-01 | 작성자 최광석 | 조회수 26,004 | 추천수 323

부동산경기침체로 인해 예전에 분양받은 아파트, 상가 등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때문에 분양대금을 납부하지 않고 계약금을 몰수당하는 선에서 계약을 종결하고픈 수분양자들이 많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상담을 많이 받고 있는데, 관련된 법률문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수분양자 임의로 지급한 계약금 정도의 금액을 포기하고서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상대방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계약금상당을 포기하고 계약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리를 “해약(解約)권”이라고 하는데, 해약 자체는 가능하지만 그 행사에는 시기적인 제한이 있다. 민법 제565조는 계약금을 포기하고서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시기를 “이행에 착수하기 이전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행에 착수하기 이전까지”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약에 따라 해석이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보통은 중도금지급일(만약 중도금약정이 없다면 잔금지급일) 이전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일 수 있다.

따라서, 중도금지급일 이후에는 상대방과의 합의(동의)없이는 계약금을 포기하더라도 임의로 해약하지 못한다. 즉, 계약에 구속되어 계약에 따른 의무를 어쩔 수 없이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에게 상담 오는 단계의 대부분의 수분양자들은, 계약금을 지급한 후 분양회사에서 알선한 금융기관 대출 등을 통해 중도금까지 납부한 경우가 많은데, 비록 대출이지만 자금마련의 경위만 다를 뿐 분양회사와의 관계에서는 자신의 돈으로 대금을 납부한 경우와 차이가 없다. 따라서 법적으로는 이미 “이행에 착수”한 상태라는 점에서 해약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늦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명한 법적 기준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계약금만 포기하면 “언제든지” 상대방 동의없이 임의로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으로, 즉 해약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우리의 계약문화, 법률문화와 많은 관련이 있다. 부동산매매계약을 예로 들어보자. 계약금이 수수되고 이행에 착수된 시점 이후라고 하더라도, 매수인의 사정으로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상대방인 매도인 입장에서는 해약을 거부하고 계약의 효력에 따라 나머지 대금을 달라고 청구하고 여의치않으면 소송을 제기하여 판결을 받아 매수인 재산에 강제집행까지 진행할 수 있는 법적인 권리가 있지만, 이런 법적 조치를 한다는 것은 일반인들에게는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 그리고 인간적으로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매도인으로서는 계약서에 정해진 위약금규정을 활용하여 계약금 정도만 몰수하고 계약을 종결하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매도인의 이러한 선택 덕분에 결과적으로 매수인으로서는 계약금만 몰수당하고 계약에서 해방되는 결론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결과만을 보고 ‘계약금 정도만 손해 보면 계약의 구속에서 언제든지 벗어날 수 있구나’라고 오해를 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매도인이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계약금 정도만을 몰수하고 계약을 그만두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뿐, 만약 계약을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계약금 정도만을 몰수하는 것보다는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면 계약금을 몰수하는 정도로 사태가 마무리될 수 없게 된다. 이런 선택에 이르게 되면 계약을 해제하는 대신에 미지급된 분양대금을 청구하는 재판까지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번지면 매수인으로서는 상대방 합의를 구하기 위해 계약금 이상을 내놓아야 할 수도 있게 된다.

특히,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불황이 심화되어가는 시점에서는 이런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지금 현재 시점과 비교해서 과거에 고분양가로 분양받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분양부동산의 가격하락폭이 계약금 이상일 경우에는 분양계약에 따른 분양대금을 그대로 지급하기 보다는 계약금 정도를 포기하는 정도로 계약을 마무리하고 싶어하지만, 반대로 분양회사의 경우에는 분양에 따른 제반비용(분양수수료 등), 재분양시 가격하락폭 등을 감안하면 계약금 몰수 정도로 계약정리를 원치 않게 된다. 더구나, 통상의 분양계약서에는 그간의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을 반영하여 계약위반에 따른 위약금액을 분양대금의 10%로 일률적으로 기재되어 있기 때문에, 계약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게 되면 분양회사 입장에서는 분양계약을 그대로 이행했을 경우와 비교할 때 실손해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만을 배상받고 계약을 마무리하는 불리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계약해제 후 재분양 대신에 계약의 유지를 고집하면서 소송을 통해서라도 기존 수분양자에게 분양대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다보니, 수분양자들과의 갈등은 예전에 비해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분양대금청구소송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까?

분양계약서에서 정한 대금을 달라는 청구이기 때문에 분양대금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에 대해 수분양자에게 입증책임이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재판은 수분양자에게 기본적으로 불리한 재판이라고 할 수 있다. ‘미분양세대에 대해서 할인분양을 했으니 기존 수분양자들에 대해서도 분양대금을 깎아달라’는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법적으로는 타당치않다. 다른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계약자유의 원칙하에서 할인분양은 당연히 가능하다는 점에서 법적으로는 이와 같은 수분양자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원하는 분양대금 감액이나 계약의 정리라는 목적을 끌어내기 위해서 이런 저런 공사하자나 그 밖의 분양과정의 문제점들이 모두 거론되면서 분양회사와 수분양자간 갈등이 더욱 심해지게 된다.

한편, 이와 같은 수분양자들의 불만은 분양과정에서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과 맞물려 더욱 고조된다. 분양회사는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서 무리한 수익률달성이나 전매를 보장한다거나 실제시공과 다른 쌤플하우스를 짓는 등 각종 부조리한 행태를 보여왔는데, 부동산 시장이 활황일 때는 이런 부조리가 가격상승으로 무마될 수 있었지만, 시장불황으로 가격이 하락할 때는 분양회사의 부조리에 대해 묵과하지 않게 되는 경향이 있어, 최근 들어 분쟁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 되고 있다.

어쨌건 이런 분쟁을 통해 계약해제나 대금감액사유를 수분양자측에서 효과적으로 입증하지 못하게 되면, 분양계약에서 정한대로 대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되고, 판결선고 후에 강제집행이 이루어지게 되면 수분양자의 재산이 경매로 넘어가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하지만, 실제 분쟁에는 훨씬 많은 변수가 있다.

계약금 정도로 계약을 마무리하는 것에 비해 분양대금을 법적으로 청구하는 소송을 한다는 것은 분양회사로서도 매우 부담스러운 카드일 수밖에 없다. 수분양자와의 갈등격화로 사업진행이 원활치 않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은 기존 수분양자와의 계약은 정리되지 않은 채 그대로 유지된다는 전제에 있어야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 다시 처분하는 것이 여의치않게 된다. 기존 계약을 합법적으로 정리하지 않은 채 임의로 다른 곳에 처분하게 되면 오히려 분양회사가 계약위반의 책임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상당한 가격의 분양대상물이 장기간 자산가치가 묶여있게 된다면 분양회사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변수 때문에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 적절한 합의를 통해 재처분이 이루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또 다른 변수는 분양회사와 금융회사, 시공사간의 자금차입문제이다.

과거 10여년간 대부분의 분양사업은 실제 자금을 동원하는 시공사와 금융회사가 사업의 주체인 분양당사자가 되는 구조가 아니라, 시공사, 금융회사와는 다른 별도의 분양회사를 두는 구조로 진행되어왔다. 그 때문에 분양계약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수분양자와의 법적인 상대방은 일종의 껍데기라고 할 수 있는 분양회사가 되고, 별도의 시공사가 실제 건축을 하면서, 금융회사가 분양회사에 자금을 대출하는 형식으로 사업이 진행되어왔다. 결국 분양회사는 사실상 허울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 금융회사는 시공사 보증하에 분양회사에 대해 대출을 실행하는 경향이 있었다. 한편, 수분양자와의 분양계약체결 역시 분양촉진차원에서 중도금, 잔금의 상당부분이 대출로 이루어졌는데, 대출계약의 당사자는 금융회사와 수분양자이지만 이 과정에서도 시공사나 분양회사의 보증이 동반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 때문에 분양에 문제가 발생해서 분양대금납부나 대출금회수가 원만치 않은 경우에, 금융회사로서는 대출금회수 차원에서 수분양자 대신 보증을 선 시공사나 분양회사를 압박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방법으로 시공사나 분양회사가 수분양자를 대신하여 금융회사에 대출금을 대신 갚게 되면, 대신 갚은 돈에 대해서 시공사나 분양회사는 “구상금”이라는 명목으로 수분양자에게 청구하게 된다. 하지만, 금융회사에 대한 대출보증을 감당하지 못해 시공사나 분양회사가 부도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분양대금청구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게 된다. 분양 건축물 완공 이후에 부도나면 분양대금 청구에는 큰 변수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완공 이전에 부도에 이르게 되고 정해진 시한 내에 완공이 힘든 상황이 되면 분양회사로서도 분양계약을 위반한 셈이 되면서 분양대금청구는 사실상 힘들어지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

‘여차하면 계약금을 포기하겠다’는 식으로 너무 쉽게 결정한 분양계약, 자칫하면 장기간 인생의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결정이 요망된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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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대개 거래금액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부동산거래에 있어서의 실패는, 인생 전체적인 설계에 있어 큰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기당하지 않고 실수없이 부동산거래를 함에 있어, 힘이 될 수 있는 칼럼이고자하는 것이 필자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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