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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권 점유상실과 불법점거에 얽힌 소송 스토리

2021-11-08 | 작성자 최광석 | 조회수 373 | 추천수 6

사건개요는 다음과 같다(이 사건의 특성상 재판부와 소송대리인 업무처리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어 부득이 관할법원, 사건번호 등 사건특정 요소를 최대한 노출하지 않았다).

건축주인 의뢰인은 甲이라는 시공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건축신축 중 甲 회사의 공사지연으로 甲 회사와의 도급계약을 해제한다. 그런데 甲의 하도급업체로서 신축공사 중 토목공사를 수행했다고 하는 乙이라는 업체가 ‘약 5억원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유치권을 이유로 건설현장을 점거하게 된다. 당시 공사진행은 지하 1,2층 골조가 완성된 상태였다. 의뢰인으로서는 시공사인 甲에게 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했지만, 계약당사자도 아닌 하도급업체인 乙에 대한 공사대금 미지급 때문에 유치권에 기한 공사현장 점거를 당하게 된 것이다.

사태해결을 위해 의뢰인은 ‘乙의 공사현장에 대한 점유를 풀고 공사장 출입을 금지하면서, 의뢰인 공사를 방해하지 말라’는 취지의 가처분을 乙 상대로 신청하게 된다. 수십억원 공사가 지연될 경우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되는 의뢰인과 유치권 없이는 약 5억원의 미지급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게 된 乙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진행된 끝에, 의뢰인의 신청이 대부분 받아들여지는 가처분결정이 내려졌다.

결정주문은 다음과 같다.

1. 채무자는 채권자들에게 별지 목록 기재 각 토지를 인도하라.

2. 채무자는 별지 목록 기재 각 토지 지상에서 진행 중인 근린생활시설(000프라자) 건설 공사현장에 출입하거나, 공사에 동원되는 채권자들의 차량, 건설기계, 인부 등 의 통행을 막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공사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3. 채무자는 제3자로 하여금 제2항 기재의 공사방해행위를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4. 집행관은 제2, 3항 기재 각 명령의 취지를 적당한 방법으로 공시하여야 한다.

결정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소명사실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소명된다.

가. 당사자 및 계약 관계

1) 채권자들은 별지 목록 기재 각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의 공유자들로 서 2019. 10. 31. 주식회사 하나은행에게 이 사건 토지를 신탁하고 2019. 11. 1.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다음, 위 토지 지상에 '000프라자' 근린생활시설을 신축하는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진행하고 있는 건축주이다.

2) 채권자들은 2020, 1, 21. 주식회사 00건설(이하 '00건설'이라 한다)에게 공사금액을 47억 원(부가가치세 별도)으로 하고 공사기간을 2020. 1. 28.부터 2020. 12. 30.까지로 정하여 이 사건 공사를 도급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3) 00건설은 2020. 2. 10. 채무자에게 공사금액을 10억 1,860만 원(부가가치세 포함)으로 하고 공사기간을 2020. 2. 10.부터 2020, 7. 10.까지로 정하여 이 사건 공사 중 토목공사 부분을 하도급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채권자들과 00건설 사이의 계약 해제

1) 채권자들은 2020. 12, 21.경 00건설의 공사 진행 지체 등을 이유로 00건설과의 공사도급계약을 해제하였다.

2) 채권자들은 2021. 1. 13. %%종합건설 주식회사에게 공사금액을 24억 원(부가 가치세 별도)으로 하고 공사기간을 2021. 1. 13.부터 2021. 6. 31.까지로 정하여 이 사건 공사를 도급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다. 채무자의 이 사건 토지 점유

1) 이 사건 공사는 터파기 등의 토공사와 기초콘크리트타설 공사 등의 공정이 진행되었으나 이후 지상 건물 건축이 진행되지 못한 채 중단된 상태이다.

2) 채무자는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현수막을 걸고 이 사건 토지를 점거하면서 채권자들 및 %%종합건설 주식회사의 공사현장 출입을 막고 있다.

2. 채권자들의 주장 요지

채무자가 정당한 권원 없이 이 사건 토지를 점거하면서 채권자들의 이 사건 공사 진행을 방해하고 있으므로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가처분을 구한다.

3. 판단

가. 토지 인도 및 공사방해 금지

앞서 본 바와 같이 채권자들은 이 사건 공사의 건축주이고 채무자는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하며 채권자들의 이 사건 공사 진행을 방해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들에게 이 사건 토지를 인도하고 이 사건 공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나. 유치권 주장에 관하여

1) 채무자의 주장

채무자는 이 사건 공사 중 토목공사를 수행하였으나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으므로 미지급 공사대금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

2) 판단

가) 민사유치권

민법 제320조 소정의 유치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담보채권이 점유하는 물

건과 관련하여 생긴 것이어야 하는데, 건물의 신축공사에서 공사 중단 시까지 발생한 공사대금채권은 토지에 관하여 생긴 것이 아니므로 그 공사대금채권에 기하여 토지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2008. 5. 30.자 2007마98 결정 등 참조).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채무자가 수행한 토목공사는 건 물 신축공사에 통상적으로 따르는 정지공사 등에 불과한 것으로서 건물 신축을 위한 초기 공사로 보아야 할 것이지 그것이 이 사건 토지 자체에 관한 공사의 성질을 지닌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대법원 2013. 5. 9. 선고 2013다2474 판결 등 참조), 채무자가 주장하는 피담보채권인 공사대금채권과 채무자가 점유하고 있는 이 사건 토지 사이의 견련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채무자는 민법 제329조 소정의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다.

나) 상사유치권

한편, 상법 제58조에 의하면 상인간의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때에는 채권자는 변제를 받을 때까시 그 채무자에 대한 상행위로 인하여 자기가 점유하고 있는 채무자 소유의 물건을 유치할 수 있는 상사유치권이 인정되고, 상사유치권의 경우 민법상의 유치권과 달리 채권과 물건 사이의 견련관계를 요하지는 않으나, 체권의 성립과 물건의 점유 취득이 상행위로 인한 것이어야 하고 그 대상이 채무자 소유의 물건으로만 한정된다.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채무자는 채권자가 아닌 00건 설과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이므로, 채권자에게 직접적인 상행위로 인한 채권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 <중략>

하지만, 의뢰인에게 유리하게 판단된 위 가처분 결정은 이어진 가처분이의재판에서 의뢰인에게 매우 불리하게 변경된다. 주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4) 토지 지하 건물 부분의 민사유치권에 관한 판단

가) 독립된 건물 및 견련관계 인정

(1) 독립된 부동산으로서의 건물이라고 하기 위하여는 최소한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주벽이 이루어지면 된다고 할 것이고, 비록 미완성 상태의 건물이더라도 지하 층 부분만으로도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구조라면 독립된 건물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1, 1. 16. 선고 2000다51872 판결,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85 판결,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21608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공사는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건물을 신축하는 공사로서 지하 2층 부분은 기계실 및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지하 1층 및 지상 1층 내지 4층 부분은 근린생활시설로 사용될 것으로 예정되었던 사실, 채무자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유치권 행사를 주장하기 시작하였을 당시 이 사건 토지 지하 부분에는 지하 2층 및 지하 1층의 각 기둥과 지붕(지붕의 일부가 뚫려있던 상태였으나 이는 계단 및 승강기 설치를 위해 비워둔 공간으로 보인다), 주벽이 모두 완성되어 있었던 사실이 각 소명되므로, 이 사건 토지의 지하 부분 건물은 독립된 건물로서의 요건을 갖추어 이 사건 토지와는 별개로 유치권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며, 채무자가 주장하는 공사대금채권과 견련관계가 인정된다.

(2) 한편, 본안판결을 통하여 얻고자 하는 내용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권리관계를 형성하는 이른바 만족적 가처분의 경우에는 본안판결 전에 채권자의 권리가 종국적으로 만족을 얻는 것과 동일한 결과에 이르는 반면, 채무자로서는 본안소송을 통하여 다투어 볼 기회를 가져보기도 전에 그러한 결과에 이르는 점을 고려해 볼 때,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에 관하여 통상의 보전처분보다 높은 정도의 소명이 필요하고, 특히 부동산 인도단행가처분이 발령되어 집행될 경우 채무자는 본안소송을 거치지 아니한 채 기존의 이용상태가 부정되어 생활이나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을 위험이 있으므로, 인도청구권의 실현은 본안판결에 기초한 강제집행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고 인도단행가처분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며, 따라서 이러한 가처분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채무자의 항변이 인정되지 않는 무조건적인 인도청구권의 존재가 명백하여 단행가처분의 집행으로 채무자의 정당한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을 상정하기 어렵고 본안판결에 기초한 인도집행에 의하도록 하여서는 채권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거나 채권자에게 가혹한 부담을 지우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사정에 관한 고도의 소명이 요구된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 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채무자는 2020. 2. 10. 00건설로부터 이 사건 공사 중 토목공사 부분을 공사금액 10억 1,860만 원(부가가치세 포함)에 하도급 받은 사실, 채무자는 위 토목공사를 모두 완료한 사실, 채무자는 00건설로부터 위 공사대금 중 일부만 지급받은 상태에서 공사대금 정산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한 사실이 각 소명되는바, 이 사 건 토지의 지하 부분 건물에 관하여는 채무자가 00건설에 대하여 가지는 미지급 공사대금채권에 기한 민사유치권이 성립할 가능성이 있고, 그와 같은 민사유치권은 물건으로서 위 공사대금채권의 채무자인 00건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 대하여 유치물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므로, 결국 이 사건 토지의 지하 부분 건물에 관하여서는 채권자들에게 채무자의 유치권을 배척하고 무조건적인 인도를 구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종전 가처분결정에서는 상대방의 공사수행부분인 지하1,2층 건축을 토지의 정지공사 정도로 판단하여 건물 지하1.2층에 대한 유치권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가처분이의재판에서는 지하1,2층 건축만으로도 법적으로 독립된 건물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 유치권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가처분이의재판에서 다음과 같이 주문이 변경된다.

1. 위 당사자들 사이의 이 법원 2021 카합000 공사방해금지가처분 신청사건에 관하여 이 법원이 2021. 3. 26. 한 가처분결정의 주문 제1항 중 별지 목록 기재 각 토지의 지하 부분의 인도를 명하는 부분 및 주문 제2항 중 공사현장 출입금지를 명하는 부분을 각 취소하고, 위 가처분결정의 나머지 부분을 인가한다.

2. 제1항에서 취소를 명하는 부분에 대한 채권자들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 중 1/2은 채권자들이, 나머지는 채무자가 각 부담한다.

결국, 의뢰인의 신청 중에서 공사방해금지 외에 토지 지하부분인도, 공사현장출입금지신청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이 재판을 받아본 의뢰인은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건물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유치권자의 점유부담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면서 향후 나머지 공사진행과 분양업무에 큰 지장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판결 직후 상대방으로부터 역공까지 받게 되었다. 가처분이의에서 유리한 판단이 내려지자 상대방은 의뢰인을 상대로 점유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수소문 끝에 의뢰인은 필자를 찾아오게 된다. 공사대금을 전부 지급하고도 유치권 피해를 보고 있는 의뢰인의 억울함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지만, 기록을 검토한 첫 느낌은 상대방의 유치권을 깨뜨리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비록 가처분에서는 유치권이 부존재한다는 판단을 받았지만, 건물의 외관상으로 보면 가처분재판부의 명백한 오판이었다. (법원실무에서처럼) 가처분결정과 가처분이의재판 담당을 같은 재판부에서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상황변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기판단을 스스로 뒤집었다는 것은 결국 가처분결정의 잘못이 분명한 것임을 단적으로 반증하는 것이다. 1차 검토결과 사건을 뒤집을 묘안이 없어 솔직한 의견을 전달하면서 사건수임을 거절했다. 하지만, 필자의 의견에 충분히 공감한 의뢰인이 ‘결과에 상관없이 전문변호사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만족하겠다’는 취지로 간곡하게 수임을 부탁하면서 이 사건처리를 맡게 되었다. 의뢰인 기대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사건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면밀히 검토한 끝에, 지성이면 감천인지 그동안 쟁점이 되지 않았던 의외의 곳에서 해결의 열쇠를 찾을 수 있었다.

상대방이 제기한 점유방해금지가처분신청사건의 방어차원에서 지하1,2층 부분에 대한 현재 상대방 점유상태를 확인하던 중, 의뢰인으로부터 ‘상대방은 지하 1,2층을 더 이상 점유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치권은 점유를 상실하게 되면 소멸하기 때문에 이 사실은 이 사건해결에 키포인트가 될 수 있었다. 승소할 수 있는 강력한 포인트를 찾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상대방의 점유해제 경위를 듣고부터는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의뢰인에게 유리한 판단이 내려진 (결과적으로 잘못된)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직후, 그동안 유치권을 이유로 현장을 점유하던 상대방은 현장에서 전격적으로 철수해버렸다. ‘유치권이 없으니 현장을 인도하라’는 취지의 가처분결정을 받은 후 낙담한 나머지 철수가 결정된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점유상실은 유치권 소멸사유라는 점에서 상대방의 이런 결정은 치명적 실수가 아닐 수 없었다. 유치권의 이런 속성을 고려하면 가처분결정에 따른 인도집행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버티면서 가처분이의 재판에서 판세를 뒤집는 전략이 마땅했다. 그런데도 상대방은 가처분결정을 받고서 인도집행을 당하기도 전에 서둘러 자진해서 현장을 철수해버린 것이다. 소송대리인 선임없이 가처분재판을 진행했던 것으로 보아 제대로 된 변호사 조력을 받지 못한 때문으로 짐작된다.

현장 철수 후, 상대방은 부랴부랴 변호사를 선임하여 가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재판을 제기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가처분이의재판에서는 상대방에게 유치권을 인정하는 취지로 판단이 변경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가처분결정 이후 상대방의 점유상실’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못했다. 양측 변호사 모두 가처분이의 재판 변론과정에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사실이 유치권소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때문에 의뢰인의 기존 변호사는 이 사실을 바탕으로 한 유치권소멸사유로 적극적으로 이론구성하지 못했고, 상대방 변호사 역시 가처분 이후 현장철수 사실을 스스로 자인하기까지 했다. 재판부 역시도 이런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 소송대리인의 명백한 주장이 없었기 때문인지 유치권소멸로 판단하지 못한 것이다. 모두가 유치권법리에 미숙했기 때문이다. 의뢰인의 변호사는 유리한 사실관계로 적극적으로 현출할 책임이, 상대방 변호사는 불리한 사실로 최대한 감추어야 할 책임이, 재판부로서는 승패에 영향있는 중요한 사실관계로 판단하고 석명권행사를 통해서라도 명백하게 주장정리 후 판단하는 것이 올바른 재판과정이었을 것이다. 변호사나 재판부 어느 한쪽이라도 좀 더 세심했더라면 의뢰인이 충분히 승소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고, 너무 아쉬운 나머지 이런 생각까지 든다. 혹여나, 가처분결정 이후 상대방의 자진철수사실로 인해 유치권이 소멸된다는 점을 재판부도 잘 알고 있었지만, 잘못된 가처분결정을 한 재판부로서는 ‘가처분 판단을 믿고서 가처분 직후 현장을 철수함으로 인하여 적법할 수 있는 유치권이 소멸했다’는 취지로 판단하기가 난처했고 그 때문에 일부러 이런 상황을 외면하지 않았나하는 상상도 해보게 되었다.

비록 이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가처분 결정 이후 점유상실이 분명한 만큼 상대방의 유치권소멸은 명백하다고 판단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답변서를 제출했다.


필자의 답변서에 대한 상대방 반박서면은 재판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서야 받을 수 있었다(저작권 문제 등을 고려하여 상대방 준비서면 자체를 공개하는 대신 주장 취지를 소개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적지 않은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이 사건 쟁점인 자진 점유상실이라는 사실관계 자체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인정하면서, 점유상실에 이르게 된 억울한 심정을 장황하고 애절하게 피력하고 있었다. 변호사가 작성했지만, 변론이라기보다는 하소연 내지 절규에 가까웠다. ‘당초 가처분재판에서 명한 인도결정을 신뢰하고 법을 준수하는 취지로 점유을 이전했다’는 취지였다. ‘재판부 판단을 존중하여 점유를 자진해서 넘겨주었다는 것으로 불이익을 입게 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는 주장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 점유방해금지가처분의 담당재판부가, 종전 공사방해금지가처분결정과 그 가처분에 대한 이의 재판을 했던 바로 그 재판부임을 의식한 노골적인 부담주기 변론인 셈이었다. ‘가처분결정을 믿고 순순히 점유를 이전해준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발생하면 이는 결국 잘못된 가처분을 한 재판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담고 있었다. 애초에 잘못된 가처분을 하지 않았으면 발생하지도 않았을 문제라는 식으로 재판부에 대한 하소연과 억울함과 다소간의 협박이 뒤섞인 변론이었다.

아울러 상대방은, 다음과 같은 판결을 근거로 ‘자진명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에게 점유가 있다’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5다25770 판결[손해배상(기)]

가처분의 피보전권리는 채무자가 소송과 관계없이 임의로 의무를 이행하거나 본안소송에서 피보전권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채무자가 의무를 이행한 때에 비로소 법률상 실현되는 것이어서 채권자의 만족을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단행가처분의 집행에 의하여 피보전권리가 실현된 것과 마찬가지의 상태가 사실상 달성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고, 가처분이 집행됨으로써 그 목적물이 채권자에게 인도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잠정적인 상태를 고려함이 없이 그 목적물의 점유는 채무자에게 있다.

재판부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변론이 필요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다음과 같은 서면을 추가 제출했다.

1. 최근 준비서면을 통해 채권자는, 현재 채권자 점유가 없다는 점 및 그 이유는 가처분결정 직후 자진명도에 따른 것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익으로 다시 원용합니다.

2. 채권자는 단행가처분집행의 효과를 거론하고 있지만, 자인하는 바와 같이 점유상실은 집행이 아닌 가처분결정 직후 채권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서, 단행가처분집행의 효과인 “임시”지위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3. ‘가처분결정을 신뢰하고 인도하였다’는 채권자 변명 역시 법적 분쟁에서는 적절치 않습니다. 재판의 승패는 항시 변동할 수 있습니다. 명도사건 1심에서 패소한 피고가 가집행을 통해 명도집행된 후 항소심에서 1심판결이 취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건물소유권 변동으로 점유를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 등 판결 변경에 따른 희비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신뢰 운운할 사안이 아니라 법적 판단을 잘못한 것에 불과합니다.

4. 쟁점을 분명히하는 차원에서 상술하지 않았지만(향후 추가로 주장입증할 예정입니다), 채권자에게 미지급 공사대금은 주장하는 5억여원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채무자 판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자는 유치권을 무기삼아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해왔습니다. 이런 부분 때문에 상호간 불신은 극에 달해있는 상황입니다.

5. 아무튼 채권자의 점유상실이 불법침탈에 기한 것이 아닌 이상 점유회수청구권도 없는 등 점유권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점유권에 바탕을 둔 이 사건 피보전권리는 법리상 전혀 타당치 않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재판결과는 의뢰인 패소였다. 결정 이유가 비록 법리로 포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잘못된 당초 결정에 대한 재판부 부담이 주요 원인으로 짐작된다.

---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원가처분결정 이후 이 사건 공사가 재개된 사실이 소명되기는 하나, 이는 채권자가 원가처분결정의 내용에 따라 채무자들의 공사를 방해하지 않도록 협조한 것으로 보이고, 채무자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채권자가 이 사건 토지 지하 건물 부분에 대한 점유를 자진하여 포기하였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그리고 가처분의 피보전권리는 채무자가 소송과 관계없이 임의로 의무를 이행하거나 본안소송에서 피보전권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채무자가 의무를 이행한 때에 비로소 법률상 실현되는 것이어서 채권자의 만족을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단행가처분의 집행에 의하여 피보전권리가 실현된 것과 마찬가지의 상태가 사실상 달성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고, 가처분이 집행됨으로써 그 목적물이 채권자에게 인도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잠정적인 상태를 고려함이 없이 그 목적물의 점유는 여전히 채무자에게 있다고 보아야 하는 바(대법원 1996. 12. 23. 선고 95다25770 판결,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다29515 판결 등 참조), 원가처분결정에서 인도단행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채권자가 점유하고 있던 이 사건 토지 지하 건물 부분이 채무자들에게 인도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고, 이후 가처분이의결정에 의해 위 지하 건물 부분의 인도를 명하는 부분이 취소되고 그 취소 부분에 대한 채무자들의 가처분신청이 기각된 이상 채권자에게는 위 지하 건물 부분을 계속하여 점유할 권원이 있다고 할 것이며, 이는 위 지하 건물 부분의 인도가 원가처분결정에 기초한 강제집행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경우뿐만 아니라 원가처분결정의 취지에 따라 가처분채무자인 채권자의 임의이행 방식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채무자들이 들고 있는 판결 사례들은 임시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과 관련이 없는 단순한 점유 상실 사안이거나 부동산에 대한 강제경매 이후 법원의 종국적인 인도명령에 의해 점유가 이전된 사안에 관한 것이어서 이 사건과는 사실관계가 다르다).

따라서 채권자에게는 이 사건 토지 지하 건물 부분을 점유할 권원에 기하여 채무자들에게 인도 및 방해금지를 구할 피보전권리가 인정되고, 채무자들이 이를 다투며 방해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이상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되며, 방해금지 가처분결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집행관 공시를 명해야 할 필요성도 인정된다.

이런 재판부 판단에 씁쓸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고, 바로 잡기 위해 위 가처분결정에 대해 가처분이의의 방법으로 다시 다투고 싶었지만, 가처분이의 재판 역시 위 재판부가 담당하게 되는 현재의 재판사무분담실무 때문에 결정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다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조속한 공사를 원하는 의뢰인의 처지를 감안하여 가처분이의 대신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여러 가지 방법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새로운 명도단행가처분신청을 제기하기로 했다. 다만, 여려가지 면에서 너무 억울하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번의 재판에서 표명된 재판부 입장을 고려할 때 신속한 명도단행가처분결정을 받아내기 위해 적당한 금액의 변제공탁은 불가피했다. 상당한 금액이 변제된 이상 계속적으로 유치권을 주장하는 상대방 주장의 정당성은 당연히 약해질 수 밖에 없고, 법리적으로도 피담보채권이 없으면 유치권이 소멸되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상대방이 주장하는 미지급공사대금 5억여원 중에서 명백히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금액을 제외한 약2억9천여만원을 변제공탁했다.

의뢰인에게 금전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지난 잘못된 결정에 부담을 갖고 있는 재판부를 설득하는 차원에서도 이런 전략은 효과적일 수 있다. 지금까지의 쟁점과는 전혀 다른 국면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위 점유방해금지가처분 결정 하루 전에 공사현장에 대한 상대방의 불법점거사건이 있었는데(상대방의 불법점거가 결정일 하루 전이라 불법점거사실이 위 결정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새로 제기되는 명도단행가처분신청에 이를 바탕으로 한 유치권 소멸주장을 보탤 수 있었다. 점유회복을 구하는 재판 도중에 폭력적인 점거행위는 당연히 재판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진 점유상실 때문에 재판에서 패소를 예상했음인지 상대방은 가처분결정을 하루 앞두고 무리수를 사용한 것인데, 공교롭게도 결정 하루 전에 급작스럽게 발생한 일이라 재판결과에 참작되지는 못했지만, 결국 그 후에 이어진 명도단행가처분재판에서 다시 짐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상당한 금액의 변제공탁과 무단점거사태라는 새로운 변수에 따라, 재판부는 첫 번째 심문기일부터 ‘공사가 재개될 수 있도록 상대방이 현장에서 철수하되, 쌍방간에 다툼이 있는 공사대금에 대해서는 일종의 불확지공탁을 하고 향후 재판으로 해결하라’는 취지로 강력하게 권고했다. 이에 따른 화해권고결정은 다음과 같다.





비록 조건없는 명도는 아니었지만, 상대방 주장하는 액수는 허위로 가공된 금액이어서 향후 재판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컸고 공사재개가 절박했던 의뢰인으로서는 이와 같은 재판부의 화해권고는 수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반면, 향후 재판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든 상황에서 현장점거를 통한 압박으로 뜻을 관철해야했던 상대방으로서는 위와 같은 화해권고가 탐탁치 않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재판부 태도로 볼 때 화해권고에 불응할 경우 무조건적인 명도단행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상대방도 어쩔 수 없이 화해권고를 수용하면서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될 수 있었다. 결국, 의뢰인은 화해권고결정에서 명한 추가 공탁절차 이후 현장에 대한 명도를 받아 학수고대하던 공사마무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공사를 마무리했지만, 거의 1년 가까운 준공지연은 물론 지급하지 않아도 될 2억9천여만원이라는 공사대금의 추가 부담, 유치권 (부)존재 확인 소송 등 추가 분쟁가능성 등 의뢰인으로서는 적지 않은 손해를 입게되었다. 공사현장에서 유치권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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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석의 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부동산은 대개 거래금액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부동산거래에 있어서의 실패는, 인생 전체적인 설계에 있어 큰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기당하지 않고 실수없이 부동산거래를 함에 있어, 힘이 될 수 있는 칼럼이고자하는 것이 필자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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