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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5조에 대하여

2018-06-24 | 작성자 최광석 | 조회수 4,711 | 추천수 81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이라고 함) 제15조는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정하고 있다. 임대차에 관한 특별법으로 임차인 보호를 위한 강행규정임을 분명히 하면서, 힘의 우열문제로 임대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임대차 약정이 쉽게 발견되는 것이(생략) 현실 하에서 제15조를 통해 계약내용에 법이 강제로 개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동법 제15조의 위력을 느끼게 하는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서울 소재 상가건물 어느 점포 임차인으로부터 묵시적 갱신과 관련해서 받은 상담내용인데, 의뢰인 비밀보호를 위해 사안에 약간의 변형을 가하였다). 임대차보증금 1억 원에 월차임 200만 원, 임대차만기 2018. 3. 31.인 이 의뢰인은, 임대차만기를 앞둔 2월 초순경 임대인에게 임대차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한다. 하지만, 임대인으로부터 뜻밖의 답을 듣게 된다. “임대인과 임차인은 본 임대차계약기간 만료 2개월 전까지 당사자 어느 일방으로부터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에는 본 임대차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1년 계약을 연장하는 것으로 한다”는 임대차 계약조항에 따라 1년간 계약이 자동 연장된다는 취지였다. 이런 계약 내용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의뢰인은 임대인에 대해 임대차만기 2개월 전까지 계약종료 통지를 하지 못했는데, 공교롭게도 계약종료를 전제로 이미 다른 점포에 임대차계약을 마친 상태라 더욱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의뢰인은 ‘내용에 대한 구체적 합의 없이 부지불식간에 삽입된 내용이니 무효가 아닌지’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런 계약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계약서에 두 사람이 서명날인하였다면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의뢰인의 하소연은 법적인 분쟁에서는 효과적일 수 없었다. 

  거짓이 아니라 진심과 억울함이 충분히 느껴졌지만, 문제된 계약내용이 워낙 분명하고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어서 법적 분쟁에서 불리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고민 끝에 좋은 해결방법을 제시할 수 있었다. 키포인트는 바로 상임법 제15조였다. 즉, 문제된 위 계약내용은 묵시적 갱신에 관한 내용인데, 묵시적 갱신에 관한 상임법 제10조의 내용 보다 위 계약내용이 임차인에게 불리하다는 점에서 무효일 수 있다는 논리인 것이다.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임법) 제10조(계약갱신 요구 등)
①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④ 임대인이 제1항의 기간 이내에 임차인에게 갱신 거절의 통지 또는 조건 변경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만료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이 경우에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1년으로 본다.
⑤ 제4항의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고, 임대인이 통고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



  상임법 제10조는 “계약갱신요구권”과 “묵시적 갱신”을 함께 규정하고 있어 혼동이 생길 수 있지만, 의뢰인의 경우는 임차인이 갱신을 통한 계약연장을 주장하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계약갱신요구권에 관련한 제10조 제1항이 아닌 제4항이 관련 규정이 된다. 제4항은 일정기간 내에 임대인이 갱신거절 등의 통지를 하지 않을 때 묵시적 갱신이 발생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반면 임차인에게는 묵시적 갱신의 저지를 위한 통지의무를 부담시키고 있지 않다. 민법 임대차 규정과 기본적인 궤를 같이하고 있다.


★ 민법 제639조(묵시의 갱신)
① 임대차기간이 만료한 후 임차인이 임차물의 사용, 수익을 계속하는 경우에 임대인이 상당한 기간내에 이의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전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당사자는 제635조의 규정에 의하여 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



  결국, 임대인과 달리 임차인은 위 기간에 구속됨이 없이 계약만기 전 언제든지, 극단적으로는 계약만기 하루 전이라도 계약종료를 통보하면 그만이다. 다시 말하면, 정해진 기간 내에 갱신거절 등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1년간 기간연장의 부담을 안게 되는 임대인의 경우와 달리(이 경우에도 임차인은 통지 3개월 만에 계약종료의 특권을 보유함), 임차인에 대해서는 그런 부담을 두지 않고 있는 것이 상임법 내용이다. 

  따라서, 언뜻 보면 양자 간의 동등한 권리를 인정하여 효력에 아무런 문제없을 것 같은 “임대인과 임차인은 본 임대차계약기간 만료 2개월 전까지 당사자 어느 일방으로부터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에는 본 임대차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1년 계약을 연장하는 것으로 한다”는 계약조항은, 위와 같은 상임법의 취지를 종합해보면 임차인에게 불리한 내용이어서, 무효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주의할 점은, 상임법 제10조 제4항의 묵시적 갱신 조항이 상임법령에서 정하는 소정의 환산보증금 기준을 초과하는, 즉 고액 임대차계약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 상임법 제2조(적용범위)
① 이 법은 상가건물(제3조제1항에 따른 사업자등록의 대상이 되는 건물을 말한다)의 임대차(임대차 목적물의 주된 부분을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에 대하여 적용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제3조, 제10조제1항, 제2항, 제3항 본문, 제10조의2부터 제10조의8까지의 규정 및 제19조는 제1항 단서에 따른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하여도 적용한다.
 


  다시 말하면, 고액 임대차계약에서는 묵시적 갱신에 관해 상임법 제10조 4항이나 상임법 제15조를 적용받을 수 없고, 임대차계약의 일반 조항인 민법 제639조가 적용될 수 있을 뿐이다. 만약, 위 의뢰인의 임대차계약이 소정의 환산보증금을 초과한다면, 민법 제639조에 따른 묵시적 갱신 적용대상인데, 민법 제639조는 민법상 강행규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당사자 간에 얼마든지 달리 약정할 수 있다.


★ 민법 제652조(강행규정)
제627조, 제628조, 제631조, 제635조, 제638조, 제640조, 제641조, 제643조 내지 제647조의 규정에 위반하는 약정으로 임차인이나 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


  이처럼, 상임법 제15조는 상가점포 임대차계약내용에 강제로 개입할 수 있는 막강한 효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계약내용을 해석함에 있어 항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는데, 법적용을 위한 간단한 팁 하나를 제시하고자 한다. 

  상임법 적용 자체가 소정의 환산보증금 이하의 임대차계약에 국한되었던 과거에는 계약내용의 해석문제로 법적용을 하고자 할 때, 가장 우선적인 기준은 해당 임대차계약이 상임법상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지 여부였다.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임대차계약이라면 상임법은 해석의 잣대로 기능할 수 없었다. 결국, 계약내용 해석에 있어 상임법령은 염두에 둘 필요가 없는 셈이다. 때문에 이 계약에는 민법 임대차편의 규정을 떠올리면서 어떤 내용이 있는지를 살펴 계약해석을 하곤 했다. 

  하지만, 환산보증금 규모에 불구하고 모든 상가점포 임대차계약에 적용되는 임차인의 권리가 2013. 8. 갱신요구권을 필두로 해서, 2015. 5. 대항력, 상가권리금회수청구권, 3기의 차임액 연체시 해지 등으로 확대되면서, 상임법상 임차인 보호를 위한 여러 제도들이 임대차관계를 규율함에 있어 더욱 폭넓게 적용되고 있고, 그에 따라 상임법 제15조의 역할도 더 막강해지고 있다. 결국, 올바른 계약해석을 위해서는 문제된 분쟁이 어떤 법리와 관련된 것인지 정확히 파악한 다음, 상임법상 규정된 법리 내지 제도와 관련된 것이면, 환산보증금 규모에 불구하고 상임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본 후, 상임법 적용 대상이 아니면 민법 임대차편을 살피는 순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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