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의 실시간 재판안내 시스템에 대한 소회

2016-09-09 | 작성자 최광석 | 조회수 4,741 | 추천수 119

  2015년 12월 시범실시하다가 2016년 8월부터 전면실시된 서울행정법원의 실시간 재판안내 모니터시스템. 전국법원 최초라는 언론보도가 있은 이후, 때마침 행정법원 재판가는 기회가 있어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법정 밖 게시판에 부착되던 “오늘의 재판안내”라는 종이 게시물 자리에 전자 모니터가 대신 자리잡고 있었다. 그 모니터상에는, 기존 종이 게시물에 표시되던 예정된 시간순서대로 해당 사건번호, 원피고 이름이 표시됨은 물론, 진행상태란을 추가하여 “기일변경”, “완료”, “진행중”, “대기” 등 해당 사건 진행상황이 실시간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진행상황 표시는 해당 사건의 재판진행 직후에 법정에 있던 법원직원에 의해 실시간으로 입력되는 것으로 보였다. 이를 통해 해당 사건의 재판진행 상황이 한눈에 들어올 수 있어 참 편리해 보였다. 오랫 동안 법정 앞 종이 게시물 한 장에 익숙해있어 그런지 신기하기까지 했지만, 이런 당연한 서비스 제공에 이토록 긴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에 착잡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재판에 출석하게 되는 일반 당사자로서는 재판의 모든 것이 낯설 수밖에 없다. 낯설고 어렵기 때문에 예정된 재판시간보다 몇 십분 일찍 법정에 도착하게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와중에 짧지 않은 대기 시간 내내 언제 호명될 지를 긴장 속에서 기다리게 된다. 사건 별 진행소요 시간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난이도에 따라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시간예측이 어려워서 계속 법정에서 대기하면서 호명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법정 밖에서 잠시 전화를 할 수도,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마저도 불편하다. 언제 호명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5분 남짓하는 재판시간에 비해 법정 대기시간은 훨씬 긴 것이 현실이다. 

  한 기일에 최소 수 십건 이상의 재판을 동시에 진행하는 지금의 우리 법원 실무하에서는, 예정된 시간의 정시 진행을 보장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그 때문에 상당한 대기시간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참고 기다리면서 이해하는 국민에 대한 법원의 배려는 거의 없었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는 방법은 법정 내외에 전자 모니터를 설치하여 현재의 재판진행상황을 알리는 것인데, 이를 도입하기위한 우리 법원의 노력은 매우 미흡했다. 예정된 시간보다 다소 늦게 도착하거나, 다른 사건이 진행되는 도중에 불가피하게 잠시 자리를 비우는 상황에 대한 배려도 물론 없었다. 재판이 지체되는 상황에 대한 배려는 당연하게 요구하면서도, 정작 사건당사자의 불편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이다. 예산문제 운운할 수 있지만, 시간별 재판진행일정이 표시된 종이 게시물을 법정에 장시간 대기하게 되는 당사자에게 나누어주는 최소한의 노력마저도 찾아볼 수 없었다. 법정 앞 게시판에 “오늘의 재판안내문” 하나 달랑 게시하는 것이 유일한 배려였고 오랜 동안 우리 법원 관행이었다. 법원에 대한 따뜻한 국민 시선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 수 밖에 없다.  좌우지간, 너무 늦은 감은 있지만 그동안의 요지부동 관행을 과감(?)하게 바꾸어준 서울행정법원에 박수를 보내며 다른 법원으로 속히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금의 전자소송 시스템과의 연동성을 강화하여, 모니터상의 표시 정보를 지정된 다음 재판기일로 확대할 수도 있고, 예정된 진행순서상 해당 사건이 임박하면 사전에 등록된 해당 당사자 휴대폰으로 문자가 자동발송되는 시스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진행상황을 시각적으로 모니터상에 표시하는 것에서 나아가, 모니터 스피커를 통해 소리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 000 재판이 곧 시작될 예정이니 입정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나 스피커 안내를 받고서 여유있게 법정에 들어가는 현실이 머지않아 도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정착되면 지금까지의 많은 불편이 해소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수많은 대기 인원까지 감안하여 만들어진 법정규모를 축소할 수 있어 예산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구축을 위해서는, “예술 법정”, “상생 장터” 등과 같이 사법행정의 본질과 거리가 있는 분야 보다는 사법행정의 본질에 더 집중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한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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