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벌(違約罰)과 손해배상의 예정

2008-05-29 | 작성자 최광석 | 조회수 19,036 | 추천수 376


수년 전에 상담받은 내용이다. 서울 모 대학가 앞의 건물주인 이 의뢰인은 모 피자프랜차이즈회사에게 이 건물 전체를 임대했는데, 임대차계약서상에 “임차인이 계약만기일에 제 때 건물을 명도해주지 못하면, 매월 기존 월차임의 3배 상당의 금액을 배상한다”는 내용의 계약문구를 넣어 계약을 했는데도 결국 임차인이 제 때 명도하지 않게 되자 이 계약내용에 따라 매월 차임의 3배 상당의 금액을 배상액으로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1심 재판결과 “차임의 3배는 너무 과하고 차임의 2배 정도까지만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고, 항소를 고려하면서 필자에게 자문을 의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명도지연할 때 매월 월차임의 3배 상당의 금액을 배상하는 약정이 이론상 “위약벌”이냐 아니면 “손해배상의 예정”이냐 하는데 있었다. 먼저, 이에 관한 이론적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계약당사자들이 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일정한 금전 기타 이익을 따로 주기로 하는 약속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와 같이 계약위반이 있는 경우에 그 위반자가 지급하기로 하는 일정한 금전 기타 이익을 위약금(違約金)이라고 하고, 그러한 내용의 약속을 위약금약정이라고 부른다. 부동산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이 계약을 위반하면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고, 매수인이 계약을 위반하면 계약을 몰취한다고 약정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당사자들이 이런 위약금약정을 하는 목적은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는, 채무자로 하여금 채무를 이행하도록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하기 위해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채무자가 부담할 법적 불이익을 미리 정하여 두는 것이고(이행강제기능), 둘째는 채무불이행이 있는 경우에 발생하는 채무자의 배상책임의 내용을 미리 정하여 둠으로써, 손해배상문제의 처리를 간편하게 하려는 것이다<손해전보(損害塡補)기능>. 이론상으로, 위약금약정의 주된 목적이 前者에 있는 경우는 이를 위약벌이라고 하고, 반면에 後者에 기능에 초점이 맞춰진 것을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구분한다. 전자의 예로는, 임대료를 적게 내기 위해서 임차인이 매출을 속이는 경우를 대비하여 “누락된 매출액의 10배를 배상한다”는 약정이 대표적이고, 후자의  예로는, 앞서 예를 든 매매계약위반시 계약금상당의 배상약정과, 건축공사도급계약에서 수급인이 완공약정일자를 도과하고도 공사를 완공하지 못하는 경우에 하루마다 얼마씩의 지체상금을 지급하는 약정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구체적인 계약에서의 위약금의 주된 목적이 이행강제기능에 있는지 아니면 손해전보기능에 있는지 나름대로 구분할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두 기능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실무상으로는 이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쉽지않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의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두 개념을 구분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바로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는 민법 398조 제3항의 규정은 손해배상의 예정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위약벌에 대해서는 적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채권자의 필요성에 따라 위약금약정이 과하게 약속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부당히 과다할 경우에 감액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질 필요가 있는데 손해배상의 예정에 대해서만 감액이 가능하다는데 구분의 실익과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의뢰인의 경우와 같은 명도지연에 따른 배상액약속 역시, 두 개념 중 어느 것으로 구분될지는 판단이 쉽지 않을 수가 있는데, 1심법원은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보고, 기존차임 3배에서 2배로 배상액을 감액한 것이다.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는 조항이 있다는 점과 임대차계약의 전체적인 취지를 함께 고려할 때, 필자 역시 1심 판단이 크게 부당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결국, 계약당사자에게 틀림없는 계약이행을 독려하기 위해 위약금약속을 하더라도, 향후 분쟁과정에서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판단되면 상당히 감액될 수 있는 여지도 있다는 것인데,  위약금약정을 확정하고 향후 분쟁화되지 않기를 원한다면 단순히 계약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미리 제소전화해조서를 통해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하는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 -이상-
 

 <참고법령 및 판결>

■ 민법 제398조 (배상액의 예정)
①당사자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
②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
③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이행의 청구나 계약의 해제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④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
⑤당사자가 금전이 아닌 것으로써 손해의 배상에 충당할 것을 예정한 경우에도 전4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 대법원 1993.3.23. 선고 92다46905 판결
가. 위약벌의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해지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의 예정과는 그 내용이 다르므로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 적용하여 그 액을 감액할 수는 없고 다만 그 의무의 강제에 의하여 얻어지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된다.나. 백화점 수수료위탁판매매장계약에서 임차인이 매출신고를 누락하는 경우 판매수수료의 100배에 해당하고 매출신고누락분의 10배에 해당하는 벌칙금을 임대인에게 배상하기로 한 위약벌의 약정이 공서양속에 반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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