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약가능한 기준이 되는 "이행착수"시점에 대한 정리

2006-12-04 | 작성자 최광석 | 조회수 16,356 | 추천수 235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기왕에 체결된 계약에 대한 매도인, 매수인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단기간에 상승한 가격이 워낙 크다보니, 매도인은 받은 계약금의 두배를 돌려주고라도 해약하거나, 아니면 상당한 금액을 더 받아야만 계약을 이행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반면에 매수인은 계약금을 두배 돌려받고서 해약당하기를 원하지 않고 그렇다고해서 매도인이 원하는 상당한 금액을 더 주기는 억울하다는 판단을 하면서, 서로간에 다툼이 발생하고 있다. 종전과 달리 집값 상승이 특정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서울, 수도권 전역에서 이루어지다보니, 필자의 경우 최근 이런 유형의 상담을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받을 때가  있을 정도로 분쟁이 잦다.


상담과정에서 필자가 놀란 것은, 당초 매매계약상에서 정한 대금지급기일을 앞당겨서 중도금이나 잔금을 미리 일방적으로 지급해버리는 경우가 드물지않은 현상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가격급등폭이 워낙 크다보니 매수인으로서는 계약금의 두 배를 받더라도 큰 손해를 보게 된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게 되면서(더구나, 주택거래의 많은 경우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집을 팔면서 새로운 집을 사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집값이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가지고 있던 집만 처분하게 되고 매수한 집을 취득하지 못하게 되면, 불가피하게 손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해약당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매도인이 해약의 뜻을 표시하기 이전에 대금을 미리 일방적으로 매도인에게 지급해버리는 결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점에 관해 대법원은, 이행기 이전에도 이행에 착수할 수는 있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을 분명히하면서, 다만 이행기 이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없는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최근의 집값 상승폭이 단기간에 유래없이 워낙 큰데다가 인터넷덕분에 이런 대법원판례검색이 쉬워지다보니 대금을 약정한 기일보다 미리 지급하는 현상이 점차 늘고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는 예외적이었던 약정된 지급기일 이전에 중도금,잔금을 지급하는 현상이, 이제는 보편화되는 느낌까지 들 정도이다. 그 덕분에, 약정된 기일보다 먼저 중도금, 잔금이 지급되었지만 이를 허용할 수 없는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다툼이 사건의 쟁점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분쟁이 훨씬 복잡해지고 있다.


한편, 상담과정에서 자주 접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반드시 계약금 이상의 돈이 지급되어야만 그 이후로 해약이 가능하지 않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즉, 해약의 기준을 반드시 금전지급으로만 잘못 생각한다는 것이다. 해약의 근거규정인 민법 565조에 의하면  “이행에 착수”한 이후에는 해약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계약의 이행에 착수한다’라고 하는 것은 반드시 돈이 지급되는 것만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이행행위의 일부를 하는 것이면 족하다. 물론, 매수인 입장에서의 “계약이행”이라는 것은 대금을 지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서, 계약금을 넘어서는 현실적인 대금지급이 가장 중요한 계약이행의 방법임에는 틀림없지만,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반드시 이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점에 대한 오해 때문에 불필요한 갈등이 많다.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이행에 착수하였는지 여부가 논란이 된 판례를 몇가지 소개하기로 한다.


■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6492 판결

[1] 매도인이 민법 제565조에 의하여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하려면 매수인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하여야 할 것인바, 여기에서 이행에 착수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정도로 채무의 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또는 이행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단순히 이행의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나 반드시 계약내용에 들어맞는 이행의 제공의 정도에까지 이르러야 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고, 그와 같은 경우에 이행기의 약정이 있다 하더라도 당사자가 채무의 이행기 전에는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도 있다.

[2] 매수인이 매도인의 동의하에 매매계약의 계약금 및 중도금 지급을 위하여 은행도어음을 교부한 경우 매수인은 계약의 이행에 착수하였다고 본 사례.


■ 대법원 1994.11.11. 선고 94다17659 판결

매매계약 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이 이행에 착수한 후에 당초 매매계약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만 이미 수수된 계약금과 중도금의 합계금원을 새로이 계약금으로, 나머지 미지급 금원을 잔금으로 하고 그 잔금지급 일자를 새로이 정하는 내용의 재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 일방이나 상대방이 새로이 결정된 계약금의 배액상환 또는 포기로써 해제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 대법원 1994.5.13. 선고 93다56954 판결

매도인이 매매계약 체결시 중도금 지급기일에 그 소유의 다른 부동산에 대하여 매수인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고 중도금을 지급받기로 약정하였고, 매수인의 대리인이 약정된 중도금 지급기일에 그 지급을 위하여 중도금을 마련하여 가지고 매도인의 처를 만나 중도금 지급에 앞서 위 약정과 같이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매도인의 처가 우여곡절 끝에 결국 이에 응하지 아니할 뜻을 밝히면서 중도금 지급만을 요구하자 중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채 돌아온 것이라면, 매수인은 위 매매계약에 따른 중도금 지급의 이행에 착수한 것이라고 봄이 옳다


■ 대법원 1993.7.27. 선고 93다11968 판결

토지의 매수인이 매매계약상의 잔금지급기일에 잔금 2,700,000원을 지참하고 매도인을 찾아가 이를 매도인에게 지급하려고 하였으나 매도인이 그때까지 위 토지에 관하여 경료되어 있는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 및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 등을 준비하지 아니한 것을 알고 매도인에게 잔금 2,700,000원 중 우선 중도금조로 금 1,000,000원만을 지급하고 나머지 금 1,700,000원은 위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 및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가 모두 준비되면 위 각 서류를 교부받음과 동시에 지급하겠다고 제의하였으나 매수인이 이를 거절하자 위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돌아간 것이라면 매수인은 이로써 이미 위 매매계약에 따른 매수인으로서의 채무의 이행에 착수하였다 할 것이다


다른 물건과 달리 부동산은 금액이 크고 상대적으로 가격변동폭이 적다는 특징이 있는데, 최근 상황은 전혀 딴판이다. 대금의 10% 정도가 계약금으로 정해지고, 계약이후 잔금청산시까지 1-2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기간 동안에 10%를 훨씬 넘는 가격상승이 이루어지다보니, 매도인은 계약금의 두배를 돌려주고서라도 해약하려고 기를 쓰고 있고, 반면에 매수인은 그 돈을 받고서는 해약당하지 못한다는 마음으로 용을 쓰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계약이라는 것은 서로간의 신사적인 약속이라는 점에서 ‘계약은 이행되어져야 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법언이 있는데,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는 우리 현실앞에서는 이런 법언이 무색할 정도이다. 대금의 10% 정도되는 적지않은 돈을 걸고서도, 한편에서는 계약을 깨기 위해 다른 한편에서는 깨지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우리 현실,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 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상-



<참고판결>

■ 대법원 1993.01.19 선고 92다31323 판결


가.민법 제565조가 해제권 행사의 시기를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로 제한한 것은 당사자의 일방이 이미 이행에 착수한 때에는 그 당사자는 그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였을 것이고, 또 그 당사자는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만일 이러한 단계에서 상대방으로부터 계약이 해제된다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고자 함에 있고, 이행기의 약정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당사자가 채무의 이행기 전에는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


나. 매도인이 민법 제565조에 의하여 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일정한 기한까지 해약금의 수령을 최고하며 기한을 넘기면 공탁하겠다고 통지를 한 이상 중도금 지급기일은 매도인을 위하여서도 기한의 이익이 있다고 보는 것이 옳고, 따라서 이 경우에는 매수인이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매수인은 매도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행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옳으며, 매수인이 이행기 전에, 더욱이 매도인이 정한 해약금 수령기한 이전에 일방적으로 이행에 착수하였다고 하여도 매도인의 계약해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 대법원 2006.2.10. 선고 2004다11599 판결

[1] 민법 제565조가 해제권 행사의 시기를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로 제한한 것은 당사자의 일방이 이미 이행에 착수한 때에는 그 당사자는 그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였을 것이고, 또 그 당사자는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만일 이러한 단계에서 상대방으로부터 계약이 해제된다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고자 함에 있고, 이행기의 약정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당사자가 채무의 이행기 전에는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

[2] 매매계약의 체결 이후 시가 상승이 예상되자 매도인이 구두로 구체적인 금액의 제시 없이 매매대금의 증액요청을 하였고, 매수인은 이에 대하여 확답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도금을 이행기 전에 제공하였는데, 그 이후 매도인이 계약금의 배액을 공탁하여 해제권을 행사한 사안에서, 시가 상승만으로 매매계약의 기초적 사실관계가 변경되었다고 볼 수 없어 ‘매도인을 당초의 계약에 구속시키는 것이 특히 불공평하다’거나 ‘매수인에게 계약내용 변경요청의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고, 이행기 전의 이행의 착수가 허용되어서는 안 될 만한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매도인은 위의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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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대개 거래금액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부동산거래에 있어서의 실패는, 인생 전체적인 설계에 있어 큰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기당하지 않고 실수없이 부동산거래를 함에 있어, 힘이 될 수 있는 칼럼이고자하는 것이 필자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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