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의 핵심은 점유이다

2017-02-06 | 작성자 이영진 | 조회수 8,681 | 추천수 97

경매투자 과정에서 입찰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유치권 문제이다.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부동산 포함)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하는 자가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수 있는 권리(민법 제320조)를 말한다.

위 조항을 근거로 유치권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을 보면 첫째, 채권이 유치권의 목적이 되는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겨야 하고(채권과 유치물과의 견련성), 둘째, 그 채권이 변제기에 도래하여야 하며, 셋째, 유치권자가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을 점유하여야 한다. 이 세 가지에 대법원 판례 및 실무에 근거하여 추가되는 요건 하나가 바로 유치권을 배제하기로 하는 특약이 없어야 한다.

이를 부동산 유치권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자. 유치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채권과 유치하고 있는 부동산과의 견련성이 있어야 한다. 즉 채권이 유치권의 목적이 되는 부동산에 관하여 생겨야 한다. 예컨대 신축 중인 건물에 대한 공사대금채권, 주택 또는 상가건물 내부의 인테리어대금채권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건물을 신축하기 위해 지상구조물 철거, 임시주차장 설치, 폐기물처리 등의 공사채권은 신축 부동산과의 견련성이 없어 유치권이 성립되지 않는다.

둘째, 채권이 변제기에 도래해야 한다. 채권이 변제기에 도래하지 않으면 변제기 전의 채무이행을 강제하는 결과가 되어 유치권이 성립하지 않는다. 변제기에 대한 약정이 없으면 점유와 함께 유치권이 성립한다고 본다.

셋째, 유치권자가 목적물(부동산)을 점유하여야 한다. 점유는 유치권의 성립요건이자 존속요건으로 점유를 잃게 되면 유치권 역시 소멸한다. 점유는 유치권자가 직접 점유하거나 유치권자가 고용한 자에 의해 점유하거나 유치권자가 유치물을 임대한 경우의 임차인이 점유하는 형식의 간접점유이거나를 묻지 않는다.

또한 직접점유이든 간접점유이든 유치권자가 상시 점유하지 않고 잠금장치를 통해 수시로 드나들면서 부동산을 관리하고 있는 경우에도 점유가 인정된다. 즉 사실상의 지배(점유)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부동산을 물리적ㆍ현실적으로 지배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과 사람과의 시간적ㆍ공간적 관계와 본권관계, 타인 지배의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음을 외부에 알리는 방법으로 현수막을 내걸거나 공고문을 부착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유치권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점유에도 일정한 시기적 제한이 있다. 매수인에게 유치권 있음을 주장할 수 있기 위해서는 압류의 효력 발생(경매개시결정등기) 전에 점유를 개시하여야 한다. 유치권이 성립하기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추어도 경매개시결정등기가 있고 난 후 뒤늦게 점유를 개시했다면 유치권을 이유로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

끝으로 유치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간에 유치권 발생을 배제하는 특약이 없어야 한다. 예컨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원상복구조항을 특약으로 삽입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런 특약을 하는 경우 임차인이 유익비 또는 필요비 상환청구를 위한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다. 임차인이 자신의 영업목적에 맞게 인테리어를 한 경우 그 인테리어에 소요된 비용을 건물주에게 청구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 특약 때문이다. 다만 인테리어비용 미지급을 이유로 임차인이 아니라 공사업자가 해당 상가를 점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유치권이 성립할 수 있음에 주의하여야 한다.

이처럼 유치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위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지만 이 요건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건을 꼽으라 한다면 당연 점유가 우선하지 않을까? 유치권 행사에 있어 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 점유행태가 입찰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경매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2016년 12월 14일 서울남부지방법원 경매법정에서 강서구 화곡동 소재 동화빌딩이 감정평가액 39억6767만원에 경매(사건번호 2011타경20499)에 부쳐진 적이 있다. 현장답사 결과 입지도 괜찮았고 건물 정상화 후 재임대 시 월임대료가 1700만원은 족히 나올 수 있는 우량물건인데도 불구하고 두 차례 유찰돼 최저매각가가 감정평가액 64.0%인 25억3931만원까지 떨어졌다.

두 번씩이나 유찰된 이유는 다름 아닌 유치권 때문. 해당 부동산을 건축한 (주)동화건설이 공사대금 8억원을 받지 못해 4층 전체를 점유하면서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었던 탓이다. 더군다나 이 물건은 경매신청채권자가 유치권자를 대상으로 제소한 유치권부존재확인을 구하는 1심 소송에서 패했다. 이로 인해 1회 유찰이 될 수밖에 없었고 1회 유찰된 최저매각가격인 31억7413만원도 유치권금액 8억원을 더하면 거의 감정평가액과 유사기 때문에 2회 유찰도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졌다.

2회 유찰된 후 치러진 3회차 경매 최저매각가격은 25억3931만원. 경쟁입찰을 고려해 28억원에 입찰한다고 가정하고 여기에 최악의 경우 매수인이 인수하게 될 유치권 금액 8억원을 더해도 36억대에 본건을 취득하게 된다. 이 물건은 감정평가가 2011년 9월에 이루어진 것으로 현장조사 결과 현 시세는 4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입찰가 외에 취득세, 명도비용 등 제반비용을 고려하면 약 38억원에 부동산을 취득하게 되므로 제법 괜찮은 가격에 취득하는 셈이 되지만 결과적으로 이 물건은 35명이 경쟁입찰하여 최초감정평가액을 넘긴 41억7000만원에 매각이 됐다.

2등 입찰자보다 6억원이나 더 높게 매각돼 경매법정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혀를 내둘리게 만들었다. 다소 높게 매각은 됐지만 이렇게 많은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2등도 35억 이상의 입찰가를 써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간 위험요인으로 잔존해왔던 유치권에 대한 무장해제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이다. 즉 유치권부존재확인소송 1심에서 원고가 패소했으나 당해 부동산이 매각되기 두 달 전(2016년 10월 11일)에 2심(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고 8억원의 공사대금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하는 유치권이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판결했다.

유치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이유는 첫째, 여러 가지 정황이나 증거자료 등을 통해 유치권자가 채무자로부터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받았다는 것, 둘째, 유치권자가 4층을 점유하고 있으나 이 점유가 경매개시결정일 이후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들고 있다. 점유를 하더라도 경매개시결정 전에 점유가 성립해야 한다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임을 알 수 있다.

물론 2심 판결에 대해 피고인(피항소인)측에서 대법원에 상고해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이 날지 알 수는 없지만 2심 판결 이유가 상당히 합리적이라 대법원에서도 2심 판결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입찰자들에게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치열한 경쟁 끝에 감정평가액을 넘는 금액으로 매각이 되었지 않았나싶다.

이처럼 유치권은 입찰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지만 그렇다고 난공불락의 요새는 아니다.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부동산의 대부분이 허위유치권이거나 비록 유치권이 성립하더라도 유치권자가 주장하는 금액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경우도 많다.

현장답사를 통해 실제 공사한 흔적이 있는지,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채권자의 가압류나 근저당 설정을 통한 배당참가 여부 확인, 집행기록 열람, 점유 공간 및 점유의 적정성 파악 등 여러 경로나 정황을 통해 파악해보면 의외로 쉽게 유치권을 풀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특히 인근 중개업소 또는 유치권자와 인터뷰를 해보면 유치권의 진정성 여부는 물론 유치권 금액을 어느 정도 선에서 협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개략적인 윤곽도 잡을 수 있는 만큼 유치권자와의 접촉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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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을 통해서 부자가 되었다는 얘기는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 방법을 제시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부동산, 특히 부동산경매에서는 시행착오를 겪고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습니다. 본 칼럼에서는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 현장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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