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일명 권리금보호법의 허와 실

2015-10-21 | 작성자 이영진 | 조회수 8,145 | 추천수 89

지난 5월 13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이라 함)이 개정, 시행되었다. 개정 상가임대차법은 임차인들의 숙원이었던 권리금 보호에 관한 핵심적인 내용이 들어있어 권리금보호법이라고도 불린다.

기존 상가임대차법은 임차인이 투자한 비용이나 영업활동의 결과로 형성된 지명도나 신용 등의 경제적 이익, 즉 권리금이 임대인의 계약해지 및 갱신거절에 의해 침해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었다.

그 결과 임대인은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직접 권리금(소위 바닥권리금)을 받거나 임차인이 형성한 영업적 가치를 아무런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되지만 임차인은 다시 시설비를 투자하고 신용확보와 지명도 형성을 위하여 상당기간 영업손실을 감당하여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차인에게는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장하고, 임대인에게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방해할 수 없도록 방해금지의무를 부과하는 등 권리금에 관한 법적근거를 마련하려는 데 이번 상가임대차법 개정의 주된 취지이다.

더불어 이해관계자에게 상가건물 임대차에 대한 확정일자 부여 등의 임대차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 상가건물 임대차계약에 관한 표준 계약서와 권리금계약에 관한 표준권리금계약서를 마련하여 사용을 권장하도록 하는 등 상가임차인 보호를 더욱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구체적으로 개정 상가임대차법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는지 주요 사안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먼저 대항력이 인정되는 상가범위가 모든 상가로 확대됐다. 개정 전 상가임대차법은 보증금이 일정한 규모 이내의 임대차(상가임대차법시행령에 의한 환산보증금 기준 서울 4억원 이하, 수도권과밀억제권역 3억원 이하, 광역시 및 일부 경기권 2억4천만원 이하, 기타지역 1억8천만원 이하)에 대해서는 아예 상가임대차법 적용을 배제했다.

이번에 상가임대차법이 개정되면서 이러한 보증금 제한이 없어짐에 따라 보증금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상가건물(물론 상가임대차법 제3조1항에 의거 부가가치세법, 소득세법, 법인세법에 따른 사업자등록 대상이 되는 건물을 말함)은 건물주가 매매나 경매를 통해 바뀌어도 대항요건(건물인도+사업자등록)을 갖춘 경우 매매는 매수인에게 즉시 대항력을 행사할 수 있고, 경매는 근저당, 가압류 등 말소기준권리보다 대항요건을 앞서 갖춘 경우에 매수인(낙찰자)에게 대항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상가임대차법의 핵심 개정사안이면서 매우 획기적인 개정내용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대항력에 관한 위 규정은 이 법 시행 전에 이미 임대차가 진행 중인 상가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고 상가임대차법 시행 후 최초로 계약이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부터 적용된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기존 임대차계약이 종료되거나 갱신이 거절되어 임대차계약이 해지되는 경우에는 대항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둘째, 임차인의 오랜 숙원이었던 권리금 보호에 관한 조항이 대거 신설됐다. 권리금에 관한 규정은 개정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3부터 제10조의7까지 총 5개 조항이 해당된다. 이 법에 의하면 권리금을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에서 영업을 하는 자 또는 영업을 하려는 자가 영업시설ㆍ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유형ㆍ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양도 또는 이용대가로서 임대인, 임차인에게 보증금과 차임 이외에 지급하는 금전 등의 대가’로 정의하고 있다.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권리금 계약을 한 경우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점까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임대인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권리금을 수수하는 행위,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상가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에 따른 금액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보증금 또는 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없거나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는 임차인과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 사이의 임대차계약을 거절할 수 있지만 그러한 사정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신규 임차인의 권리금 지급을 방해하면 임차인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그러나 대항력과 달리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하고 있는 이 규정은 모든 상가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백화점, 대형마트, 쇼핑센타, 전문상가,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점포에 입점한 상가를 비롯하여 기업체에서 직영하는 직영점형 체인사업 및 프랜차이즈형 체인사업의 형태로 운영하는 점포는 권리금 보호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아니라 임대인이 선택한 신규임차인이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그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에도 임대인은 임차인과 신규임차인간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규임차인 발굴을 임차인이 아니라 임대인이 했기 때문에 임대인에게 권리금이 연계된 임대차계약 체결에 대한 거부권을 주고 있는 다소 애매모호한 규정으로 상가임대차법 개정취지에 어긋나는 규정이라 볼 수 있다.

개정 상가임대차법의 세 번째 주요 사안은 임대인의 계약해지권을 보장하는 조항을 신설하였다는 것이다. 개정 전 상가임대차법은 임대인의 계약해지권을 명시하는 대신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에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게 하는 다소 소극적인 규정을 두었으나 개정 임대차법은 이외에 임차인의 차임연체액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에는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며 임대인의 계약해지권을 명문화하였다.

위와 같은 세 가지 주요 사안 외에도 상가건물의 임대차에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관할 세무서장에게 해당 상가건물의 확정일자 부여일, 차임 및 보증금 등 정보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해관계가 있는 자 범주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는 자를 포함시켰으며,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하는 대상에서 전대차의 경우를 제외하였다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렇듯 권리금에 대한 개정 상가임대차법은 권리금 보호가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할 만한 사안이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권리금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하는 것이고,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마저도 모든 상가가 아니라 쇼핑센타, 쇼핑몰 등 대규모점포나 체인사업 형태의 점포 등 준대규모점포를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임차인이 아니라 임대인이 선택한 신규임차인과의 사이에 체결된 권리금 계약에 대해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볼 때 개정 상가임대차법에 규정된 권리금 보호는 권리금이라는 내용을 상가임대차법에 규정했다는 데에 의미를 두는 것 이상이 아닌 반쪽짜리 권리금보호법에 불과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상가임차인의 권리금 보호라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실상은 권리금 보호가 아니라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하는데 임대인이 방해하지 말라는 정도의 수준에 그친 셈이다.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하는 조항은 개정 상가임대차법 시행 당시 존속 중인 임대차부터 소급해서 적용된다는 점에서 대항력 적용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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