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매각조건 이래도 되나?

2012-02-16 | 작성자 이영진 | 조회수 80,174 | 추천수 185

경매절차상 특별매각조건이 다소 지나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 정도로 다양해지고 넓어졌다. 특별매각조건은 각각의 경매절차에 있어서 이해관계인의 합의 또는 법원의 직권으로 변경한 매각조건을 말한다.

예컨대, 재매각사건의 경우 최저매각가격의 2/10 또는 3/10에 해당하는 매수신청보증금(통상 최저매각가격의 1/10)을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나 저당권부 토지별도등기 있는 집합건물에 관하여 경매신청이 있는 경우의 토지(대지권)에 대한 저당권 인수조건부 매각 등이 그것이다. 농지취득자격증명서 미제출 시의 입찰보증금 몰수 역시 특별매각조건에 해당한다.

경매이익의 존재(무잉여에 기한 매각불허), 최저매각가격 미만의 매각불허, 매수신청보증금의 제공, 부동산 위의 담보권 또는 용익권의 소멸과 인수 등 모든 매각절차에 있어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도록 민사집행법과 민사집행법 시행규칙이 미리 정해 놓은 매각조건인 법정매각조건과는 다르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법정매각조건은 모든 매각절차에 있어 예외 없이 적용되는 법적 규제사항이지만 특별매각조건은 각 경매법원의 재량에 맡겨진 임의적 규제사항이다. 농지 취득 시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법정매각조건이지만 농지취득자격증명 미제출 시의 보증금 몰수 여부는 법원 특별매각조건으로 다르게 정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

특별매각조건의 유형이 다양화된 계기가 된 것은 다름 아닌 민사집행법 시행부터이다. 2002년 7월 1일 민사집행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위에 언급한 수준 정도의 비교적 정형화된 특별매각조건이 주를 이루었으나 민사집행법이 시행되고 나서는 그 특별매각조건이 점차 다양해지고 조금 더 과감해지기 시작했다.

우선 선순위 전세권의 권리상 위상이 달라지면서 특별매각조건으로 선순위 전세권자의 배당요구 유무에 따른 매수인의 전세권 인수 여부를 기재하기 시작했고, 전소유자의 가압류 역시 가압류권자의 배당 참가가 가능해지면서 배당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 ‘전소유자의 가압류 인수 조건’이라는 특별매각조건을 기재하도록 했다.

경매절차상 경매의 고의적인 지연을 예방하고 신속한 경매진행을 위해 몇 년 전부터 보이기 시작한 특별매각조건도 있다. 공유자우선매수신청을 1회로 한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공유자우선매수신청의 경우 공유자가 우선매수신청권을 남용할 소지가 있어 민사집행법을 제정하면서 일부 보완을 했지만 공유자우선매수신청의 남용은 여전했다. 법적 제도보완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법원 재량으로 공유자우선매수신청을 1회로 제한하는 특별매각조건을 붙이는 법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매각기일 때마다 매번 공유자우선매수신청을 함으로써 다른 입찰자의 입찰을 간접적으로 방해하고 종국에는 경매절차가 지연됐던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경매법원의 재량권을 십분 발휘(?)하면서 나름 경직된 경매제도에 유연성을 가져다주고 복잡다단한 경매절차를 단순명료하게 정리해주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매법원의 지나친 재량권 행사, 즉 특별매각조건의 남용은 오히려 경매 참여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점도 없지 않다. 특히 일부 특별매각조건은 민사집행법에 규정된 기본적인 경매절차와도 일면 상충되는 면이 있어 경매질서 자체가 위협 받는 것 아니냐 할 정도로 수위조절이 필요한 것도 있다.

사례를 들어보자. 오는 2월 27일에 경남 남해군 미조면 송정리 소재 전 269평이 경매에 부쳐지는데 이 물건(사건번호 2010타경15539, 물건번호 3번)은 이미 지난해 5월 이후 5회에 걸쳐 낙찰된 바 있으나, 2회는 대금미납, 3회는 불허가를 반복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번 회차 경매에서의 특별매각조건으로 입찰보증금을 ‘최저매각가격’의 2/10이 아니라 ‘매수신청가격’의 2/10으로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경매사건이기 때문에 보증금이 20%인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 기준가격이 민사집행법 시행 이후 법령으로 자리한 최저매각가가 아니라 민사집행법 시행 이전에 적용됐던 매수신청가격, 즉 입찰가격을 기준으로 했다는 것이 문제다.

법원 재량권이 실정법을 벗어난 것으로 충분히 다툼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경매절차가 고의적으로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보증금율의 기준가격을 최저매각가로 하고 최저매각가의 20%든 30%든 50%(2005타경32503 참조)로 하면 될 일이지 그 기준가격을 매수신청가격으로 하는 것은 분명 지나치게 자의적인 재량권 행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문제 소지가 있는 특별매각조건 사례 하나를 더 들어보자. 지난 1월 12일 첫 경매(2011타경26675)에 나온 종로구 신문로2가 소재 경희궁뜰 연립주택의 최초 감정가는 12억원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첫 경매에서의 최저매각가격은 8억5000만원으로 감정가의 70.83%에서 진행됐다.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유찰될 때마다 종전가격의 80%에 최저매각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2회 유찰 시 감정평가액의 64%, 3회 유찰 시 51.2%가 최저매각가격이 된다. 따라서 70.83%는 올바른 저감율에 따른 최저매각가격이 아니다.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단서인 특별매각조건에 붙은 이유를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배당요구하지 않은 최선순위 전세권자의 전세보증금이 3억5천만원이기 때문에 이 전세보증금을 공제한 금액(8억5천만원)을 최저매각가격으로 한다는 것이다.

법원의 계산은 이러하다. 어차피 매각이 되더라도 매수인이 전세보증금 3억5천만원을 인수하게 되므로 최소한 이 최저매각가(8억5천만원) 수준으로 가격이 저감될 것이다. 최초감정가인 12억원에 경매를 시작하더라도 최소한 2회 정도는 유찰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아예 최초감정가에서 전세보증금을 뺀 금액부터 경매를 시작해 경매절차상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해보자. 그런 취지다.

그 취지야 가상하지만 해당 물건에 대한 가치판단과 전세보증금 3억5000만원 인수를 고려한 입찰가격 산정 및 입찰타이밍 결정에 대한 매수신청인의 의사결정권을 침해하는 것 같아 다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는 특별매각조건이 아닐 수 없다.

특별매각조건은 법원에 재량권을 부여함으로써 경직돼 있는 경매절차나 제도를 나름 유연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그 재량권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거나 남용되면 오히려 경매질서를 어지럽히고 경매참여자를 혼란스럽게 할 소지가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이영진 (주)이웰에셋(02-2055-2323) 부사장/부동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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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을 통해서 부자가 되었다는 얘기는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 방법을 제시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부동산, 특히 부동산경매에서는 시행착오를 겪고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습니다. 본 칼럼에서는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 현장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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