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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금 과세에 즈음하여

2009-07-21 | 작성자 이영진 | 조회수 22,757 | 추천수 351
전세보증금에 대한 임대소득세가 부과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가 추진 중인 전세보증금 과세 대상은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전세보증금 합계가 3억원 이상인 주택에 한할 예정이다. 대상지역도 최근의 지방 미분양주택 적체 상황을 고려하여 서울 및 수도권지역으로 한정될 전망이다.

보증금 3억원을 초과하더라도 3억원까지는 공제되기 때문에 3억원을 초과하는 보증금에 대해서만 과세된다. 예컨대 서울에 3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L'씨의 전세보증금 합계가 5억원이라면 5억원 모두가 과세대상이 아니라 3억원을 공제한 2억원만 과세대상이 된다.

정부는 전세보증금 과세 배경으로 과세형평의 논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보증부 월세에 대해서는 이미 소득세가 부과되고 있고, 상가의 경우에도 보증금을 간주임대료로 계산해 수입금액에 포함해 과세하고 있기 때문에 과세형평상 전세보증금에 대해서도 임대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전세보증금을 부동산 재투자에 활용함으로써 투기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투기근절을 위해서도 전세보증금 과세가 불필요하다고 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과세형평을 위하고 투기를 근절한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다만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법인세, 취ㆍ등록세 감면 등 각종 부자 감세 정책으로 국가재정이 고갈상태에 이르러 이를 전세보증금 과세를 통해 일부 메워보려는 고육지책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이다.

전세보증금 과세에 대한 문제는 없을까? 전세보증금 과세는 임대인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전세가를 올리는 식으로 세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시킴으로써 세입자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2001년 폐지된 후 2002년부터 과세대상에서 제외되어 왔다.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별다른 대책 없이 8년만에 전세보증금 과세를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3주택 이상 보유자만 과세하면 과세대상 주택수가 많지 않아 세입자에 대한 세부담 전가가 현실적으로 많지 않고, 과세 최저한을 설정하면 생계형ㆍ서민형 임대자에게 세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한 일환으로 전세보증금 합계 최저한을 3억원으로 정해놓고 3억원을 초과하더라도 3억원을 공제한 후 나머지에 대해서만 과세하기로 했다. 즉 전세보증금 합계가 6억원이라면 3억원을 공제한 나머지 3억원이 과세대상이다.

그러나 과세대상 주택수가 많지 않다고 하지만 이는 전국 주택수 대비 그렇다는 것이지 수도권 사정은 얘기가 다르다. 즉 자가 보유율이 지방보다 떨어진데다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전세보증금 과세는 수도권 전세 거주자 대부분에게 직접적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또한 주택 1채에 대한 전세보증금이 기천만원에 불과한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과 달리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전세가는 1채만 해도 최소한 1억원이 넘는다. 2채를 임대하는 3주택자라 해도 전세보증금이 대부분 3억원을 넘기 때문에 최저한도 3억원이라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 그 뿐만 아니라 전세보증금이 3억원을 넘든 그렇지 않든 전세보증금에 과세한다는 것 자체가 임대인에게 전세보증금을 인상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되는 셈이다. 최저한도를 정하든 세율을 최소화하든 어떤 형식으로 세입자에게 그 부담을 전가시킬 소지가 다분하다는 얘기다.

전세보증금 과세가 정부가 의도한대로 세수입 증대에 기여할 수 있느냐도 미지수다. 과세 구체안을 보면 전세보증금 합계 3억원 초과분 전부가 아니라 60%를 과세기준금액으로 하고 여기에 다시 정기예금 이자율(3~4%)를 적용한 후 필요경비(대출이자, 각종 수수료 등)를 뺀 나머지 금액(과세표준액)에 대해 소득세법에 의한 소득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3주택자의 전세금 합계가 6억원인 경우 3억원을 공제한 나머지 3억원의 60%인 1억8천만원이 과세기준금액이 되고 이 금액에 정기예금 이자율 3%를 적용하면 540만원이 산출되고 다시 필요경비(200만원 예시)를 빼면 340만원이 과세표준액이 된다. 이 340만원에 소득세율 6%(과세표준액 1200만원 이하)를 적용한 20만4천원이 납부세액이 된다.

과세 대상 3주택 이상자를 20만가구로 보고 평균 과세액을 50만원으로 본다고 해도 한해 거둬들일 수 있는 전세보증금 과세액은 1천억원에 불과하다. 수조원에 이르는 종합부동산세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금액이자 3주택자에게 큰 부담이 가는 세액도 아니다. 이정도 가지고서야 어찌 세수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세수 효과가 적다는 것도 문제려니와 종합부동산세와 달리 서민에게 세부담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한 과세는 아니라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세수 증대 효과를 노리고 투기를 근절할 의지가 있다면 전세보증금 과세보다는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지 않고 당초 방식대로 과세하는 것이 열배 백배 더 효과가 있다.

전세보증금이 과연 과세대상이냐 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전세보증금은 수익이라기보다 임대차기간 종료 후 임차인에게 반환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부채(負債) 성격이 짖고,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한 경우 전세보증금의 대부분이 대출금 상환에 충당되기 때문에 수중에 전세보증금이 남아있어 이를 금융기관에 예치하거나 재투자에 활용하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임대차계약상의 전세보증금만 가지고 모두를 과세대상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대출 없이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재력가라 하더라도 전세보증금 전액을 주택 재투자에 활용한 경우에는 투자자산에 대해 보유세가, 금융기관에 예치하였다면 이자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이중과세 문제도 있다. 과세안에는 이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전세보증금의 60%를 과세대상으로 할 예정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세보증금이 전액 대출상환에 쓰이는 경우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전세보증금 과세를 통해 투기를 근절하고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논리는 너무 빈약하다. 세수 증가분이 미미하고, 다주택자의 부담도 적을뿐더러 전세가 상승 또는 전세의 월세 전환을 통해 세입자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수 확대의 실효성을 위해 전세보증금에 대한 임대소득세를 더 강한 수준으로 과세할 수도 없다.

거듭 되풀이하지만 세수 증가를 꾀하고 투기를 근절하면서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는 방안으로서 종합부동산세만한 것이 없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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